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36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하루에 200만 명 정도가 PC방을 이용한다는데, VPN 사이트 회원 수가 100만 명이 넘고 월 매출이 수십억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코로나19로 인해 1년 넘게 희소식이라고는 없었던 PC방 업계에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하나 날아들었다.

VPN을 이용해 PC방 IP를 빼돌려 온라인게임 프리미엄 혜택을 게이머들에게 제공, 막대한 돈을 불법으로 편취하고 있는 VPN 사이트 운영자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법의 테두리 밖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면서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활개를 치던 이들에게 과연 어떤 처분이 내려질지 PC방 업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찰 조사는 과거 PC방 IP를 활용해 게이머들이 집에서 온라인게임의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VPN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 VPN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수십억에 이르는 돈을 벌었고, 은퇴 후 5년 동안 해외에 머무르다 최근에 돌아온 일명 ‘VPN 업자’의 고발로 시작됐다. 그가 해당 프로그램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VPN 사이트 수는 15~20개 정도로 상위 5개 업체 회원 수가 100만 명에 육박하고, 월 매출이 20억 원을 훌쩍 넘는다. 또한 나머지 지피방 업체들과 원격접속 방식으로 서비스하는 업체들의 매출까지 더하면 월 매출이 30억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며, PC방 인기 게임이 이벤트라도 진행하면 단시간에 매출이 2배 가까이 늘어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PC방 이벤트로 유명한 <피파온라인4>의 경우 버닝 이벤트 등 PC방 프로모션을 실시하면 이들 VPN 프로그램에 접속하는 이용자가 몰려 2배 이상 널뛰기를 한다. 이런 대목이 찾아오면 VPN 사이트의 매출 역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데, 한 업체에서 월 30억 매출을 기록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조사 과정에서는 그동안 난립해있는 것처럼 보였던 VPN 사이트들이 모두 한통속이며, 한 업자가 2~3개 사이트를 동시에 운영하거나 가족 또는 지인들이 여러 사이트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종의 연합체처럼 1~2개의 프로그램을 공유해 사용하고 있으며, 한 명이 사이트 3~4개를 동시에 관리한다.

이들은 이용자들로부터 시간당 1,200원에서 1,500원 정도의 요금을 기본 2만 원에서 수십만 원에 이르는 정량상품으로 판매하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마진을 보고 있다. 게임사로부터 구매하는 정량시간 비용과 사이트 관리자 인건비가 고작 18%와 2%에 불과하다. 순이익이 약 80%라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세금은 10원 한 푼 내지 않는다. 대부분 현금결제를 개인통장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직원이 필요 없고 사무실조차 필요하지 않다. 프로그램이 진화해 휴대폰 하나로도 사이트 관리가 가능하며, 입금 확인 후 계정을 활성화시켜주는 정도가 업무의 전부라고 한다. 그야말로 ‘노나는 장사’인 셈이다.

그동안 VPN 지피방에 대한 제도권 대응은 전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껏해야 게임사가 VPN 업체에 IP를 제공한 PC방에 게임 서비스를 중단하고,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유용(流用)한 게이머의 계정을 정지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이마저도 게임사들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매달리는 업무가 아닌 탓에 사실상 방치돼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게임사만 욕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게임사 역시 약관에 근거해 행동에 나서야 하는데, 쉽게 적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데다가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도 없어 운신의 폭이 좁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수준의 제재조치가 사실상 한계에 가깝다. VPN 업자들이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더욱 활개를 치고 있는 이유다.

PC방 프리미엄 혜택에 대한 게이머들의 니즈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불법과 편법 그리고 준법의 경계에 대해 사법부가 판례를 통해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한 선례가 없는 것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때문에 이번 고발 건에 지피방 때문에 속에서 열불이 나는 PC방 업주들과 소중한 계정이 막혀버린 게이머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작심하고 고발에 나선 전직 VPN 업자. 그는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집에서 이용하길 원하는 게이머들, 즉 안전만 보장된다면 VPN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잠재 고객이 500만 명에 이르며, 시장 규모는 연간 1천억 원에 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PC방 업주들이 간과하고 있는, 남에게 빼앗기고 있는 시장인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엉뚱한 사람들 몇몇이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도둑질해 월 수십억 원에 달하는 돈으로 배를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과거 PC방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고, VPN 사이트 운영하면서 돈도 많이 벌어봤기 때문에 이제는 그 도둑놈들을 잡아 PC방 사장님들께 돌려주고 싶다”는 희망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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