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2월호(통권 36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부와 외신이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K-방역’이 흔들리고 있다. 고고하게 빛나던 대한민국의 방역 정책 전반에서 적지 않은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신규 확진자 수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종교시설에서 산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집단감염 소식은 여전하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최근 감염 사례는 특정 시설 중심으로 발생하는 집단감염에서 개인간 접촉으로 인한 생활 영역으로 바뀌고 있는 양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K-방역 위기론이 대두되는 것은 아니다. K-방역은 단순히 통계 속 확진자 숫자를 줄이는 개념이 아니라 일치단결한 국민적 역량이다. 따라서 감염 경로가 변하고 있다면 K-방역은 한층 더 빛날 수도 있었다.

정부는 백신과 치료제를 확보하고 연내 코로나19 종식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 자리에서 ‘K-방역의 성공’을 자찬하며 2021년을 경제 회복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글로벌 판데믹 상황 속에서도 OECD 내에서 성장률 1위를 기록했고, 수출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포럼이 개최하는 ‘2021 다보스 아젠다 한국 정상 특별연설’에서도 “이제 한국은 코로나 극복의 단계로 진입하며, 회복과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한국은 코로나의 도전을 받게 되었을 때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지 않는 포용으로 해결의 이정표를 삼았고, 경제에서도 성장의 발판으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한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국민들 역시 이런 성과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방역당국과 의료진 그리고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불철주야로 땀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방역의 능동적 주체로서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있는 것일 터다.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K-방역의 요체는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기본권 일부의 포기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이 이탈을 염두에 두기 시작하면서 자발적 참여라는 전제가 흔들리게 됐다. 그동안 국민들의 자발적인 방역수칙 준수를 누차 강조했던 정부로써는 아쉬운 일이다.

또한 코로나 유행 초기에 개인정보 노출, 확진자 동선 공개 등 기본권 침해와 관련된 담론은 생명권을 보호한다는 방역의 이름으로 묵살됐는데, 이후 정부는 개인의 본질적 자유권을 제한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졌다. 자영업자가 경제활동의 자유를 희생해 얻어낸 방역 성과는 자영업자가 더 이상 용인하지 않으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처럼 K-방역 위기론의 중심에는 자영업자들의 저항이 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는 방식이 지난 1년 동안 이어지자 자영업자들은 이제 한계에 내몰렸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다.

K-방역에 효과 없는 장치들을 교체할 기회를 지난 1년간 번번이 걷어찼다. 방역의 구멍으로 지목된 코로나 사각지대는 종교시설과 요양병원, 다단계 판매업체 등에 집중됐으나 그 여파는 모두 자영업자가 감당해야 했다.

높이 날아올랐던 K-방역은 이제 백척간두에 섰다. 작은 흠집 하나가 거대한 댐을 무너뜨리는 법이다. 이제는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외면했던 국민들을 포용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재설계해야 할 때다. 이미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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