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2월호(통권 36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블랙서바이벌>은 특이한 게임이다. 대형 게임사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IP도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가는 오늘날, 상당한 추문에 휩싸이고도 IP 자체의 매력만으로 명맥을 이어가다 재기에 성공했다. 비록 개발사가 모회사에 합병되고 게임 운영 면에서도 잦은 지적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IP의 매력을 잊지 못해 게임을 계속하거나 복귀하는 유저가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블랙서바이벌>의 후속작,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이하 ‘영원회귀’)>이 그 매력적인 IP를 이어받아 새롭게 게임시장에 등판했다. 전작의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IP 고유의 매력은 유지하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까지 더했다.

그래서 어떤 게임인가
<영원회귀>는 전작의 뒤를 이어 ‘배틀로얄’장르를 채택했으나, 실시간 보드게임처럼 진행되던 전작과 달리 AOS(MOBA)식 조작방식을 도입해 액션성을 높였다. 또한 핵심 시스템이자 재미 요소로 꼽혔던 ‘크래프팅’시스템을 보다 발전시켜 기존 게임들과 다른 <영원회귀>만의 재미를 확보했다.

게임은 최대 18명이 동시에 맵을 탐험하면서 각종 아이템을 획득하고 조합해 장비와 아이템을 제작, 이를 활용해 서로 전투를 벌여 최후의 1명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맵 곳곳에 비치된 공중전화를 통해 전략적인 이동이 가능하며, 함정을 설치해 전투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도 있는 등 게임의 양상이 매우 빠르고 다채롭게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루트’는 <영원회귀>의 시작이자 끝이다. 인벤토리가 매우 제한적인 만큼 계획적으로 아이템을 수집, 조합해가며 장비를 맞춰야 하고, 지역마다 파밍할 수 있는 재료의 종류와 수량이 한정된 만큼 어떤 지역에서 시작해 어디를 경유해서 최종적으로 어디로 향하며 어떤 아이템을 수집할지 미리 동선을 짜는 시스템으로, 캐릭터와 전략에 따라 다른 루트를 설계하고 그 설계를 지속적으로 다듬어 나가는 것이다. 완벽한 루트를 설계하는 것을 재미요소로 꼽는 유저들도 상당히 많다.

PC방의 ‘다크호스’ 되나
RPG 장르를 제외하고 최근 PC방에서 점유율 순위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영원회귀> 역시 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우선 게임 진행이 빠르고 한판 한판이 새로워 부담이 적다. 팀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소통해야하기 때문에 실제로 모여서 게임을 하거나 음성채팅을 원활히 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야 하며, 컨트롤이 중요한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게이밍 기어와 PC 성능을 요구한다. 또한 경쟁의식을 강하게 자극해 지속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기도 한다. PC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즐기기에 이만한 게임이 없다.

단순한 튜토리얼은 대체로 단점이 되지만 <영원회귀>에서는, 특히 PC방 환경에서는 장점이 된다. 튜토리얼 중 조작과 관련된 부분은 비중이 낮고 비교적 낮선 개념인 색적과 크래프팅의 비중이 높은데, 국내 게이머 대다수가 RTS나 AOS 장르에 익숙한 만큼 조작과 관련된 튜토리얼은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튜토리얼이 간단하다는 것은 친구 따라 게임을 처음 접한 플레이어가 빠르게 튜토리얼 보상을 받고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구매해 본게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신규 유저 유입에서 이점으로 작용될 수 있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영원회귀>는 출시 직후부터 글로벌 ESP ‘스팀’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고, 여세를 몰아 이렇다 할 홍보나 프로모션 없이 PC방 점유율 20위권에 입성하는 등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다. 국산게임이 스팀과 PC방에서 모두 성공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로, 특히 개발사 ‘님블뉴런’이 AAA급 게임들을 선보이는 대형 게임사와 비교하면 작은 축에 속함에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은 그만큼 <영원회귀>가 게이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별도의 홍보활동이나 퍼블리셔도 없이 이런 결과를 냈다는 것은 반대로 본격적인 홍보·마케팅이 뒷받침된다면 더 높은 자리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온라인게임 플레이어와 패키지게임 플레이어가 명확히 구분되는 국내 시장에서 스팀 서비스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자체적으로 서비스 채널을 확대하거나 경험 있는 국내 퍼블리셔와 협업한다면 훨씬 더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PC방과 궁합이 잘 맞는 시스템을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에 PC방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고 소정의 프리미엄 혜택을 제공한다면 PC방 점유율 TOP10 진입도 노려볼만한 게임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어…
<영원회귀>는 분명히 가능성 있고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현재로선 갈 길이 멀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영원회귀>는 새로운 캐릭터가 2주에 하나씩 추가되고 있는 상황인데, 업데이트 주기가 빠른 만큼 캐릭터의 완성도가 낮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영원회귀>의 강점 중 하나는 한 캐릭터가 여러 무기 중 하나를 골라 시작할 수 있어 초반 무기 선택에 따라 다른 전략을 채택할 수 있다는 것인데, 최근 출시되는 캐릭터들은 하나의 무기만 쓸 수 있는 등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개발사 측에서는 추후 각 캐릭터들에 사용 가능한 무기를 추가하는 업데이트를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당장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무료 게임이라는 점, 그리고 현재 ‘앞서 해보기’ 상태라는 점이 이 부분을 용서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우선적으로 캐릭터 풀을 확보한 뒤 게임의 깊이를 늘릴 생각이라면 정식 출시까지만 끝내면 되는 것이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있어도 아직 유저들을 실망시킨 적은 없는 만큼, 무탈하게 정식 출시가 이뤄진다면 확실하게 ‘성공한 게임’의 반열에 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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