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2월호(통권 36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수많은 게임들이 개발 과정에서 이름조차 불려보지 못하고 사라지곤 한다. 오랜 개발 과정을 거치며 게이머들의 애만 태우다가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베타테스트 중 혹평을 이기지 못해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개발 중이었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못하고 취소되는 게임들도 허다하다.

그런 점에서 크래프톤이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엘리온>은 특별하다. 베타테스트까지 진행되던 <에어>가 혹평을 받자, 게임에서 호평을 받은 부분만 남겨놓고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대작의 유전자 그런데 전투의 재미를 곁들인
크래프톤이라는 회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들이 PC 플랫폼으로 대형 신작을 개발한다고 했을 때 기대감을 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크래프톤이 선보인 게임들이 PC방에서 어느 정도의 입지를 가지고 있었고 또 가지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엘리온>은 크래프톤의 핵심 개발진을 주축으로 실력파 외부 개발자들이 합류해 개발한 게임으로, 이들 모두 ‘MMORPG는 전투가 재밌어야 한다’는 일념 하에 서버간 진영전과 클랜전 등 PvP는 물론이고 다양한 형태의 PvE, PvE와 PvP가 합쳐진 새로운 형태의 전투, 그리고 이를 준비하기 위한 다양한 생활 콘텐츠 등을 통해 기존에 없던 ‘재미있는’ 게임을 꾸려나갈 것을 천명했다.

핵앤슬래시 장르에서 자주 보이는 ‘빌드 장인’들을 위한 스킬 시스템과 기존의 <에어>에서부터 개발 중이던 투사체 개념, 개발사가 이전부터 갈고닦아온 논타게팅 전투, <엘리온> 특유의 스팀펑크적 디자인, 서버를 넘나드는 대규모 전투 등은 이런 콘텐츠들이 한층 풍부하고 다채롭게 일어나도록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시불 B2P, 새롭지만 기대되는 시도
<엘리온>은 과금 방식에 새로운 개념의 B2P(Buy to Play)를 표방하고 나섰다. F2P(Free to Play)가 ‘무료 플레이’라면 B2P는 ‘지불 후 플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엘리온>은 국내에서 정식으로 서비스하는 국산 온라인게임 중에서는 최초로 일시불 형태의 B2P를 선언했다. 즉 패키지게임처럼 최초에 한 번만 게임을 구매하면 이후 추가 결제가 없어도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엘리온>의 핵심 BM은 이용권 판매가 아니다. 실제로 <엘리온>의 이용권 패키지는 이용권 가격에 비례하는 인게임 재화를 통해 보상되며, 별도의 과금 요소가 존재해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다르게 말하면 <엘리온>이 B2P를 선언한 데에는 수익 이외의 목적이 있다.

카카오게임즈 김상구 사업본부장은 이에 대해 “이용권 구매를 통해 클린한 게임 환경을 제공하고 상하한가 제한 없는 거래소와 개인 간 거래 서비스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기 진입장벽을 만들어 작업장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이를 통해 게임의 경제 시스템을 깨끗하게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간과하는 사실 중 하나가 게임이 롱런하는데 있어 경제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해외에는 경제 부서를 별도 설립하고 경제학자와 수석 경제 분석가들을 투입하는 게임사가 있을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며, 게임의 인기를 떨어트린 사건들은 대체로 그로 인해 경제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엘리온>의 의도는 구매비용이라는 일종의 장벽을 세워 인 게임 경제를 어지럽히는 가장 큰 요인인 ‘작업장’의 진입을 막고, 이를 통해 게임의 수명을 갉아먹는 요인을 미리 없앤다는 것이다. 보통 작업장 한 곳에서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의 계정을 동시에 운용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엘리온>의 이용권은 비록 저가지만 작업장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PC방 무료플레이가 손님들 끌어 모을까
<엘리온>은 가장 기본적인 PC방 프리미엄 혜택으로 ‘무료 플레이’를 제공한다. PC방에서 <엘리온>을 플레이할 경우 PC방 요금만 투자해 2만 원에 달하는 이용권 구매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접속시간에 비례한 추가 보상 등 다양한 PC방 혜택이 예고돼 있는데, 인기 대작이 PC방에서 무료 플레이를 제공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경험해본 카카오게임즈다운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소모 금액만 따지자면 PC방 요금을 아껴서 게임을 구매하는 게 더 이득이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유저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상당수의 유저들은 쾌적하고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지속적으로 PC방을 찾으며, 어차피 여가를 즐기기 위해 가는 곳인 PC방에서 무료로 할 수 있는 게임을 굳이 구매할 필요는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MMORPG 게이머들은 PC를 장시간 이용하고 먹거리 등의 부가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PC방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객층이다.

다만 일부 업주들은 이런 견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PC방 무료 플레이’는 여러 정액제 게임에서 선보였던 혜택인 만큼 그리 강력한 혜택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MMORPG가 증명했듯이 막강한 PC방 혜택은 밸런스 논란을 일으켜 게임의 수명을 깎아먹는 만큼, 단타로 크게 치고 빠지는 대신 다소 약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방식을 택했다고 보면 납득할만한 혜택이다.

마치며…
오는 10일 오픈 예정인 <엘리온>은 한때 PC방을 풍미했던 게임의 정신적 계승자이자, 현재도 PC방에서 널리 플레이되는 게임을 운영 중인 개발사의 신작이며, 히트작은 적어도 히트 확률은 높은 카카오게임즈의 지원을 받는 게임이기도 하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MMORPG 장르에, 한번 실패를 겪은 뒤 유저들의 니즈를 파악해 전열을 가다듬은 점도 특이하다. 성공을 위한 방정식을 꼼꼼히 써내려가고 있는 작품인 만큼, 게임의 역사도 새로이 써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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