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1월호(통권 36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AMD와 인텔이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 어려움 속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올해 2분기부터 시작된 AMD와 인텔의 신제품 경쟁은 꼬리에 고리를 물고 내년 1분기까지 난타전이 지속될 예정이다. 사실상 일반 소비자용 CPU 시장을 양분화하고 있는 두 회사의 경쟁은 오롯이 소비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기 마련이다. 대량 구매자인 PC방 입장에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이번에는 어떤 제품들로 어떻게 경쟁이 이뤄질지 살펴보았다.

전초전, 묵직하지만 실효타 부족 vs 필살기 막아낸 잽
먼저 인텔이 지난 5월 10세대 코멧레이크를 출시하면서 일반 소비자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비록 코멧레이크는 14++nm 공정으로 제작돼, 지난해 출시된 라이젠 3세대가 7nm 공정인 것과 비교해도 뒤쳐진 상황이다. 물론 인텔의 공정과 AMD의 공정이 같지 않기에 단순 비교는 어렵고, 동일 공정에서라면 인텔이 앞선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인텔의 공정 지연으로 인해 차이가 벌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멧레이크는 라이젠 3세대의 독주를 막아서기 위해 차세대 공정이 완전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공정 개선과 발열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지만 향상된 성능은 라이젠 3세대의 독주를 견제하는데 일정 부분 성공했다.

결국 AMD는 젠3 아키텍처 기반 4세대 라이젠 출시가 지연되자 인텔 10세대를 견제하기 위해 젠2 아키텍처의 리프레시 버전인 XT 시리즈를 비롯해 젠3 아키텍처의 특징 중 하나인 1CCX 구조를 먼저 적용한 라이젠3 3300X를 등판시켰다.

라이젠3 3300X는 공급량이나 다음 세대 제품의 출시가 머지않았다는 시기적 특성이 반영돼 점유율에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역설적으로 젠3 아키텍처가 제대로 적용된 4세대 라이젠은 상당한 수준으로 성능이 향상될 것이라는 사실이 증명된 덕에 소비자 시장 자체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연출, ‘대항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효자로 등극했다.

마치 ‘The Fighting’에서 잇포의 댐프시롤을 센도가 스매시가 아닌 숄더링으로 멈춰 세운 것처럼 의외의 경기가 펼쳐진 것이다.

사실 이러한 대응은 전례가 있다. 엔비디아가 케플러 아키텍처 2세대 기반 700 시리즈에서 엔트리 라인업의 출시를 미루다가 AMD가 라데온 200 시리즈의 엔트리 라인업을 다양하게 선보이자 이에 대응코자 900 시리즈의 맥스웰 아키텍처 일부를 우선 적용한 GTX750과 GTX750 Ti를 출시해 보급형 시장은 물론 다음 세대에 대한 구매 수요까지 잠식한 바 있다.

강력한 한방 노리는 젠3 기반 4세대 라이젠 5000 시리즈
라이젠3 3300X가 없었다면 10세대로 4세대 라이젠 5000 시리즈 출시 전에 구매 수요를 선점해 수요 자체를 줄여 점유율을 방어할 수 있었지만, 라이젠3 3300X의 출현은 ‘좀 더 기다려’라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남겨 구매 수요를 대기 상태로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이 작지만 효과적인 대응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곧 출시될 젠3 기반 4세대 라이젠 5000 시리즈의 출시까지 점유율 방어는 물론 구매 수요를 붙들어 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간을 벌어놓은 틈에 지난 10월 9일(한국 기준) 젠3 아키텍처 기반 4세대 라이젠을 공개했다. AMD 리사 수 대표의 발표에 따르면 젠3는 이전 세대 대비 IPC가 약 19% 향상되며, 캐쉬 레이아웃이 변경돼 레이턴시도 개선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CCX 구성이다. 기존 젠2는 1CCX가 4코어와 L3 캐쉬가 16MB로 1CCD에 2CCX가 들어가는 구조였는데, 젠3는 이를 1CCX에 8코어와 L3 캐쉬 32MB를 공유캐쉬로 구성하는 구조로 변경됐다. 이전 세대 라이젠들이 매 세대가 거듭될 때마다 1CCD 2CCX의 구조적 한계로 레이턴시가 늘어나 게이밍 성능에 핸디캡이 생기는 문제를 고가의 L3 캐쉬를 점차 확대하는 방법으로 대처해왔던 것을 생각한다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여기에 부스트 클럭이 4.8GHz로 5GHz에 육박했는데, CCX 구조 변경을 제외하고 클럭 향상만 따지더라도 라이젠9 3900X가 4.6GHz 인 것과 비교해 4.3% 이상 높은 성능을 갖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TDP 역시 65W에서 105W로 이전 세대와 동일해 사실상 성능이 향상되어도 전력소모와 발열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당시 시연에서는 12코어 24쓰레드인 라이젠9 5900X는 <툼레이더> 플레이 시, 같은 12코어 24스레드인 라이젠9 3900X 대비 28% 향상된 게이밍 성능을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작업은 AMD, 게임은 인텔’이라는 표현이 나오게 된 근본 원인이 해소돼 ‘젠3는 게임 성능에서도 인텔을 앞선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물론 AMD 측이 측정해 마련한 자료만 공개되고, 언론이나 소비자가 직접 측정해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 팩트로 단정하는 것은 잠시 보류해야 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멀티코어 시대를 열어준 라이젠의 기술이 공교롭게도 게이밍 성능 향상에 발목을 잡았던 것이 근본적으로 해결됐다는 것만으로도 월등한 게이밍 성능 향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AMD가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도 이전 세대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릴 만큼 점유율 유지 및 구매 수요의 관심을 잡아두려는 움직임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인파이트 난타전 위한 인텔 11세대 로켓레이크의 스매쉬
4세대 라이젠의 모습이 드러나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하자, 인텔은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어야만 했고 이는 바로 11세대 로켓레이크였다.

지난 5월 10세대 코멧레이크가 출시된 지 불과 5개월만의 일이며, 아직 9세대 커피레이크도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11세대 로켓레이크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며 출시 시기가 언급된 것은 이례적이다.

사실 공급 부족과 경쟁사의 가성비 공세로 인해 판매가 감소했던 9세대 커피레이크가 다시 공급이 원활해졌을 때는 이미 판매량을 반등시킬 이슈가 없었고, 10세대 코멧레이크는 고성능과 적당한 가격으로 멋지게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마자 1CCX와 젠3 공개에 제동이 걸려버렸다.

결국 인텔은 젠3 기반 4세대 라이젠과 똑같이 구매 수요의 관심을 잡아두기 위한 카드로 11세대 로켓레이크 정보가 활용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2021년 1분기 출시를 목표하고 있으며, PC방에서 주로 이용하는 i5는 6코어 12쓰레드에 300달러 이하, i7은 8코어 16쓰레드에 400달러 이하로 책정될 예정이다.

PCIe 4.0 역시 지원된다. 인텔은 그간 PCIe 4.0이 일반 사용자에게는 유용하지 않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10세대에서는 지원하지 않았는데, AMD가 4세대 라이젠 모든 라인업에 PCIe 4.0을 지원하자 부득이 PCIe 4.0을 도입하게 됐다.

물론 메인보드 칩셋은 10세대를 지원하는 Z490부터 PCIe4.0 기술을 적용해 Z490 칩셋 메인보드의 경우 10세대 CPU를 사용하다가 11세대로 교체하면 바로 PCIe 4.0 디바이스를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 칩셋은 11세대 CPU와 함께 공개되는 칩셋을 탑재한 메인보드를 이용해야만 PCIe 4.0를 활용할 수 있다.

성능에 대한 정보는 아직 공개된 것이 전무하나, 10세대 코멧레이크까지는 스카이레이크 아키텍처 기반이었던 반면, 11세대 로켓레이크는 사이프레스 코브 아키텍처 기반이라 IPC 향상은 필연적이다. 여기에 클럭을 얼마까지 올릴 수 있을지도 성능을 끌어올리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11세대 로켓레이크는 초기 예상과는 달리 10㎚ 공정이 지연돼 14㎚++ 공정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성능 향상은 어렵다. 전력소모와 발열 역시 근본적인 개선은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재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아키텍처 변경에 따른 성능 향상만으로도 최소 5%에서 최대 12%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전 세대들의 경우 아키텍처 변경 시 최대 20%까지도 성능 향상이 이뤄지기도 했는데, 공정 미세화를 제외한다면 최대 15% 내외까지의 성능 향상은 기대해볼 수 있다.

만약 11세대 로켓레이크의 성능이 10세대 대비 10%를 초과해서 향상된다면, IPC가 19% 가량 향상되는 젠3 기반 4세대 라이젠과 게이밍 성능과 워크스테이션 작업 성능으로 경쟁을 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그 향상 폭이 10% 미만이라면 4세대 라이젠과 경쟁에서 여러 의미로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한다.

PCIe 4.0 작지만 분명한 차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PCIe 4.0을 AMD는 이미 제공하기 시작했고, 인텔은 11세대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현재 AMD의 PCIe 4.0 환경에서 RTX3080의 성능 차이는 3.7% 정도였다. 크다면 클 수도, 적다면 적을 수 있는 수치다. 그래픽카드의 성능이 낮아질수록 이 차이의 실측값은 더 작아진다.

하지만 이미 RTX30 시리즈가 PCIe 4.0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고해상도 환경에서는 이 작은 차이로 인해 호불호가 나뉘는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다. 그만큼 이번 인텔의 PCIe 4.0 지원은 시기적절할 때 도입한 셈이다.

분명한 것은 AMD와 인텔이 엎치락뒤치락 신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을 내놓으며 경쟁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크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보다 나은 성능으로의 발전과 저렴해지는 가격 그리고 보다 나은 서비스가 담보되기 때문이다. AMD의 젠3 아키텍처 기반 4세대 라이젠과 인텔의 사이프레스 코브 아키텍처 기반 11세대 로켓레이크의 경쟁은 대량 구매자인 PC방에 희소식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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