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왜 이렇게 벅차오르는지 모르겠다.

10이라는 숫자에 무슨 큰 의미가 있냐고들 하겠지만, 내겐 큰 의미가 있는 숫자다. 아니, 적어도 나는 ‘10주년’ 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아이러브PC방과 10년이란 시간을 함께했고, 열 살의 나이를 더 먹었다. 그 시간동안 아이러브PC방은 독자가 크게 늘어났고, 난 흰머리와 똥배가 늘어났다.

그동안 아이러브PC방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창간 제호였던 ‘컴정보’에서 ‘아이러브PC방’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못났던 얼굴도 여러 번 고쳐 이제 볼만해졌다.

한참 창간호를 준비할 때가 생각난다. 그땐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나왔는지 며칠 연속으로 야근을 하고 어떤 날은 밤을 꼬박 새워가면서 일을 해도 다음날 멀쩡하게 또 일을 했다. 집에서 잔 날보다 회사 앞 사우나에서 새우잠을 잔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90년대 말,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컴퓨터’라는 것을 지금처럼 쉽게 접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규모가 있는 회사 사무실이나 좀 산다고 하는 집에 가야 구경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게 어찌나 신기한 물건이었는지 사람들은 그 것을 ‘마술 상자’라 여겼다. 요즘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면 그 당시 컴퓨터는 장난감 수준이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신기한 물건을 한 두 대도 아닌 여러 대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PC방’이었다. 97년부터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한 ‘인터넷카페’가 98년에 접어들면서 눈에 띄게 늘어나더니 99년이 되자 상가가 밀집된 지역에는 한집 건너 한집이 PC방일 정도로 급속히 늘어났다.

아이러브PC방은 PC방 창업 붐이 한창일 때 태어났다. 처음엔 PC에 대한 가벼운 정보들과 간단한 게임뉴스 등을 게재하고 컴퓨터 매장, 컴퓨터 학원 광고 등을 실어 PC방에 배포했었다. PC방 사장님은 물론 PC방에 오는 손님들도 볼 수 있게 했다. 당시는 PC방 창업 붐과 함께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 가정에서도 활발하게 컴퓨터 구매가 일어날 때였다.

아이러브PC방 초기에는 전국 단일판이 아닌 각 지역별 주간지로 발행됐었다. 처음 시작할 때라 많은 부수를 발행하지 못했고 PC방 수도 지금의 절반 수준이었다. 또 전국 각 지사에서 개별적으로 발행하다 보니 정보나 주목도가 분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전국 통합 발행이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얻은 노하우로 지역별 주간지로 발행되던 ‘컴정보’를 통합, ‘아이러브PC방’으로 제호를 바꾸고 전국의 모든 PC방에 월간지로 발행하게 된 것이다. 그 결단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아이러브PC방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다. 전국적으로 PC방이 25,000개에 육박하고 PC방 업계의 최고 전성기였던 2004년 초 얘기다.

그때부터 ‘아이러브PC방’은 전국 2만 5천여 PC방 업주의 성원을 받는, 명실상부한 PC방 전문 매체가 됐다. PC방 업주들은 아이러브PC방을 통해 PC방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얻었고 PC구매, 업그레이드 등 제품 구매에도 활용했다. 또 그 안에서 다른 PC방 업주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아이러브PC방은 지면도 지면이지만 요즘은 웹진 ilovepcbang.com을 통해 PC방 관련 뉴스, 게임 뉴스, IT 뉴스 등을 빠르게 전달하고 있다. 최상의 인터넷 환경을 갖추고 빠르게 정보를 흡수하고 있는 PC방 업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기위해 아이러브PC방은 지금도 빠르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PC방과 함께한 10년 동안 PC방 업계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지난해 시행된 ‘PC방 등록제’다. 정부 당국이 ‘바다이야기’를 빌미로 사행성도박장을 잡겠다며 PC방 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채 무리하게 시행한 등록제는 시행 후 1년이 다가오는 지금, 그 실효성을 의심케 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 아이러브PC방이 서울 각 구청에 PC방으로 등록된 업소 자료를 토대로 현장취재를 진행한 결과, 30% 가까운 업소가 불법성이 짙은 사행성게임장이라고 밝혀졌다. 이에 대해 각 구청 관계자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심증은 있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잡기 힘들고, 인력 또한 충분치 않아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혀왔다. 철저한 준비 없이 허술하게 만들어진 ‘탁상공론’이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아이러브PC방은 PC방 등록제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초부터 이런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PC방 등록제에 대한 문제점들을 여러 차례 지적했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이 그 우려를 귀담아 듣지 않고 PC방 등록제를 포함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을 강행 처리해 1년이 다되어오는 지금, 이렇듯 실망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

아이러브PC방이 창간 10주년을 자축하고 있는 현재, PC방 업계는 또 하나의 큰 시련을 만났다. 바로 국회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PC방 전면 금연화’다. PC방에 ‘전면 금연화’를 요구하는 것은 지난 ‘PC방 등록제’ 보다 더 혹독하다. 일부 국회의원과 보건복지가족부가 한 업계의 존폐가 달린 정책을 업계 현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심각한 결과를 낳을지도 모르는 큰일을 저지르려 하고 있다.

아이러브PC방은 이 문제가 불거진 지난달부터 PC방 전면연화에 대한 문제점을 지속해서 다루고 있다. 이번만은 관계당국이 지난 PC방 등록제처럼 업계의 목소리와 현실을 외면하고 심각한 사회문제를 만드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노무현 前대통령의 서거로 6월 1일 예정됐던 PC방 전면금연화 관련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공청회’가 6월 25일로 연기됐다. 그 업계의 사정은 그 업계 종사자들이 가장 잘 알고, 업계가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이 분명한 만큼, 공청회에서 해당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에게 PC방 업계의 목소리가 정확히 전달되어야 하고, 관계당국은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브PC방은 PC방이 우리나라 IT산업을 이끌었고, PC방 업계가 무너지면 게임산업과 컴퓨터 관련 산업이 동반 몰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국회와 정부는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지난 PC방 등록제와 같은 실수를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PC방과 10년 이라는 세월을 함께해왔다. 앞으로도 PC방이 존재하는 한 아이러브PC방이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PC방 업주들의 성원과 사랑으로 10년째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아이러브PC방, 10년 전 그 당시를 돌이켜보면서 PC방 10년 절친, 아이러브PC방의 창간 10주년을 자축해본다.

아이러브PC방 편집장 이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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