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원 vs 2,000원’ 악조건 속에 생존 위한 가격 인하? 결국엔…

PC방 태동 이래 올해와 같이 수난을 겪은 해는 없었을 것이다. 경기 침체는 둘째 치고 영업중단 조치가 이뤄진 것도 사상 처음이고, 영업 재개 후에도 각종 제한조건이 족쇄로 채워져 있어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러한 악조건은 자연스레 요금 설정에 대한 고찰로 이어지게 됐다. 물론 요금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PC방 업계의 최대 골칫거리였고, 코로나19 초창기부터 떨어지는 PC 가동률을 극복해보겠다는 미명 아래 요금 인하 현상이 심화됐다.

하지만 그 악조건이 객단가 감소가 아닌 집객 감소인 경우 요금 인하는 더욱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상황을 강요하게 된다는 사실만 실증됐다. 외형상 PC 가동률이 오를 수는 있지만 이익은 제자리고 심지어 향후 게임 이용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과세 총액만 늘어나는 결과만 가져온다.

이러한 문제는 영업중단 후 조건부 영업재개가 시작되면서 더욱 도드라지게 됐다. 미성년자 출입제한으로 인해 이용객이 더욱 줄어들고, 지금은 해제됐다고는 하나 영업재개 초기에 먹거리 판매‧섭취가 제한되면서 부가수익 자체가 막혀버려 낮은 이용요금을 미끼 상품마냥 활용하던 전략은 자살골이 됐다.

실제로 안산시에 위치한 A PC방과 수원시에 위치한 B PC방은 미성년자 출입 금지, 실내 흡연부스 이용 금지, 먹거리 판매‧섭취 금지가 적용되던 시기에 줄어든 손님을 극복하기 위해 1만 원에 40~50시간, 즉 시간당 200~250원이라는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걸었다가 여전히 가동률 회복이 더디고 먹거리 판매도 줄어들어 상황이 나아지긴 커녕 악순화의 고리가 연결됐다. 설상가상으로 상권 내 PC방들과 적대적 관계가 형성돼 출혈경쟁의 폐해만 더욱 심화됐다.

이처럼 척박한 환경이 계속되면서 적정한 수준의 요금 책정에 대한 당위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시간당 2,000~3,000원이던 요금이 물가 상승분과 반비례해 지금은 800~1,000원도 부족해 200~300원까지 출혈경쟁을 하고 있으니 요금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현실화하자는 얘기가 힘을 얻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

시설 투자비와 고정 지출을 감안하면 시간당 2,000원은 돼야 이용요금만으로 손익분기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장 현실을 반영해 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향후 재차 위기가 닥칠 때 견딜 수 없다는 위기감이 형성된 것이다.

반면, 묻지마 창업에 의한 출혈경쟁으로 현실적인 요금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 경영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서도 경쟁력이 약한 소형 매장의 창업이 계속돼 시기와 규모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됐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매월 PC방 창업이 이뤄지고 있고, 심지어 PC 60대 미만의 소형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매월 10곳 이상 생업전선에 뛰어들고 있으니 출혈경쟁이 근절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미래의 안전한 경영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요금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연적이라는 데 모두가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출혈경쟁이 근절되기 어렵다는 사실에 직면해 있다는 것 또한 당면과제다. 위기 상황에서 마주한 출혈경쟁 문제와 요금 인상 해법이 어떻게 투영되는지에 따라 PC방 업계의 미래에 큰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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