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9월호(통권 35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헤겔이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 날아오른다”라고 말한 이후 올빼미는 지혜로운 거리두기의 상징이 되었다. 부산스러운 낮에는 모든 걸 제대로 알기 어렵기 때문에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는 차분한 황혼녘이 돼서야 눈이 밝은 올빼미와 산책에 나선다.

상반기 내내 PC방 업계를 쑥대밭으로 만든 코로나는 기어코 PC방을 영업중단이라는 구렁텅이 속으로 밀어넣었다. PC방 업계의 시계는 지난달 19일부터 멈춰버렸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칠흑처럼 어두운 매장에 차분하게 앉아 놓치고 지나갔던 부분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우선 괴로운 상황 속에서도 PC방 업계 전체가 절망 속으로 침잠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협단체와 커뮤니티들이 모여서 특대위를 발촉했고, 열성적인 PC방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PC방 비대위도 구성했다.

이처럼 PC방 전체가 심대한 타격을 입고, 업계 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한 시기에는 그동안 서로 헐뜯고 할퀴던 이웃 PC방 업주가 내 편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업주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여론전이다. 그동안 PC방 업계는 여론전에서 승리한 역사가 없다. 등록제, 컵라면 사태, MS 윈도우, 전면금연화 등 PC방 업계의 척추를 잡아뽑는 이슈에서 우호적 여론이 형성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고위험시설 지정 이슈에서는 분위기가 종전과 조금 달랐다. 방역당국이 거리두기 2단계 시행 및 영업중단을 발표하기에 앞서 기습적으로 PC방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했고, PC방에서는 감염 및 전파 사례가 없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위험시설인 교회와 카페에서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배짱영업 및 얌체장사 등에 대한 업주들의 반감도 눈여겨볼 만하다. 방역 형평성을 주장하며 온라인 1인 시위가 릴레이로 이어지고, PC방 업주 모두가 동분서주하고 있는 가운데, 찬물을 끼얹는 업주도 있었다.

정부의 PC방 관련 정책에 반대하는 일과 방역 행정명령을 위반하는 일은 완전히 별개의 일이다. 또한 PC방 업계에 우호적이었던 여론까지도 등을 돌리게 만들 수 있는 위험성도 다분하고, 동료 PC방 업주들에게 피로감까지 더한다.

한편, PC방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국지적인 PC방 영업중단과 동시에 PC방 원정대가 화제를 모았다. 또한 대학생들의 수강신청 및 온라인 수업 등으로 IT 소외계층의 보루 역할도 조명됐다.

게임 콘텐츠를 홍보하는 모텔 이른바 ‘겜텔’의 부상, 일부 온라인게임이 가지는 PC방 프리미엄 혜택의 대체불가능한 가치, 게이밍 데스크톱 PC 판매량의 폭발적 급등 등은 모두 PC방 영업중단이 야기한 현상이다.

마지막은 방역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코로나19의 확산세와 PC방 업계의 고군분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또한 PC방 업주들과 특대위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위험시설 목표도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업계 외부의 시선을 강박적으로 의식하면서 방역수칙 준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확진자 동선 공개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PC방을 수차례 이용한 사례가 뉴스에 나온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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