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9월호(통권 35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혜성처럼, <폴가이즈>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으로 왔다. <폴가이즈>의 성공은 너무 갑작스럽고 빨라서, 게이머들이 미처 그것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기도 전에 모두가 즐기는 게임이 됐다. 심지어 패키지게임 중에는 이례적으로 출시 첫 주에 PC방 점유율 순위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폴가이즈>의 게임성은 단순하다. 60여 명의 플레이어가 매 라운드마다 무작위로 등장하는 여러 맵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경쟁하고, 이를 통해 최후의 1인을 가려내는 게임이다. ‘배틀로얄’ 보다는 ‘라스트 맨 스탠딩’에 가까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재들은 고전 TV 프로그램 ‘열전! 달리는 일요일’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모든 게이머들의 내면에 성취욕과 함께 가학성이 있다고 했다. <폴가이즈>의 성공을 보면 맞는 말 같아 보인다. <폴가이즈>의 전장에서, 게이머들은 ‘폴가이’들을 조종해 1위를 쟁취하려 노력하는 한편 최선을 다해 다른 플레이어를 방해하고 괴롭힌다. 사실 상당수의 게이머들은 승리보다는 괴롭히기에 초점을 맞춘다.

귀여운 디자인의 ‘폴가이’들이 필사적으로 서로를 붙들거나 밀치고, 때로는 상대를 끌어안고 허공에 몸을 던지기까지 하는 것을 본 게이머들은 이런 <폴가이즈>의 게임성에 크게 감탄하여 ‘서서담’이라는 별칭을 붙여주었다. 이는 <슈퍼마리오메이커> 유저들 사이에서 쓰이던 농담에서 파생된 말로, ‘서로 서로 담궈요’라는 뜻이다.

<폴가이즈>는 ‘보는 맛’도 제공한다. 직접 그 난장판에 끼어들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그 안에서 고통 받는 것을 구경하는 것으로 일정 이상의 ‘재미’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종류의 게임에서 흔히 수반되기 마련인 폭력이나 유혈도 없어 유쾌하게 웃어넘길 수 있는 종류의 괴롭힘이기도 하다.

특히 ‘트위치’ 등의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방송되는 경우 개인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스트리머라면 실시간으로 스트리머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로 <폴가이즈>를 아시아 스트리머 중 최초로 플레이한 인터넷 개인방송인 ‘똘똘똘이’ 정태준의 경우, 당시 아시아 서버에 플레이어가 단 한명도 없는 상태에서 스트리머를 괴롭히기 위해 게임을 구매한 시청자들로만 아시아 서버가 원활히 돌아가게 만들기도 했다.

혹자는 이 성공이 최근 게임계의 행태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라고 여기기도 한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에 담긴 메시지나 철학이 아니라 ‘재미’라는 것이다. <폴가이즈>는 가장 원초적인 재미를 추구했지만, 짐짓 근엄한 일부 평론가들을 빼면 그 누구도 <폴가이즈>의 게임성을 지적하지 않는다. 비록 <폴가이즈>는 단순하지만, 그 단순한 경쟁 속에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서로 뒤엉키며 그려내는 드라마는 그렇게까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게임성을 통해 <폴가이즈>는 출시 1주일 만에 2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현재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모두가 주목하는 게임이 됐다. 특히 플레이어 캐릭터인 ‘폴가이’의 외형이 특정 의상을 입히기 굉장히 쉽게 생겼기에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는데, <핫라인마이애미>와 <엔터더건전>, <하프라이프> 등의 다른 게임들은 물론 KFC 등 유명 브랜드들도 자신들의 브랜드를 상징하는 ‘폴가이’를 디자인해 SNS에 업로드하며 <폴가이즈>와의 콜라보를 바라고 있기까지 하다.

<폴가이즈>는 그동안 누구나 생각해봤고, 심지어 TV 프로그램에서는 이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도해본 포맷과 유사한 규칙을 가진 게임이다. 하지만 일부 ‘파티게임’에서나 소규모로 시도되던 포맷을 60인의 대규모로 재탄생시켜서 2020년에 가장 성공한 게임 중 하나로 빚어낸 것은 <폴가이즈> 개발진의 능력이자 매력일 것이다.

사실 개발자들이 <폴가이즈>에서 배울만한 것은 많지 않다. 이미 있는 기술, 있는 포맷을 약간 재해석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게임에서 배울 것이 있다면, 그것은 ‘게이머에게 사랑 받는 게임에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라는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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