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7월호(통권 35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거나 멸종한다. 지구의 역사 46억 년이라는 시간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통용되는, 아니 적나라하게 적용된다. 당장 기업의 생리나 소상공인의 생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안주하면 어느 샌가 손님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하고, 마음을 다잡고 소비 트렌드를 뒤늦게 따라가더라도 변신을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가 넘치곤 한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소비 트렌드에 맞춰 변신한다는 것이 ‘하나’를 쫓아가는 단일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맨 처음 얘기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는다’는 말은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적응 과정과 다양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며, 그래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종이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남들의 성공담을 그대로 답습한다고 해서 자신의 성공 비결이 될 수 없다. 엇비슷한 환경값이라면 어느 정도의 결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원했던 목표에 달성할 수는 없다.

PC방 업계에 국한해서 얘기하면 성공한 사람이 있으니 나도 비슷한 사양으로 창업하면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회로만으로 불태우는 경우가 흔한데, 그 결과는 상권만 망가뜨릴 뿐 살아남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뒤늦게 꺼내드는 대응책마저 천편일률적인 가격 인하가 대부분이다.

주변 상권에 대한 정보 취득 및 이해, 인근 매장과의 교류, 자신의 매장 장점 파악 그리고 이를 종합한 대응책 마련 등은 PC방 업계에서 매우 희귀하다. 마치 생존을 위한 진화처럼 말이다.

물론 간혹 효과적인 경쟁이나 상생의 상권모임으로 극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는 냉철한 판단과 분석 그리고 그에 따른 적절한 적용의 결과이지, 누구나 그대로 흉내 내기만하면 되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이러한 면면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분명히 역대 가장 어려운 상황이며, 그렇기에 그 어느 때보다 더더욱 냉정하고 적극적인 대응책 모색이 절실한 것이다. 급한 마음에 아무 방법이나 막 차용했다가는 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한다.

이러한 일면은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미시간대 스콧 페이지 교수의 ‘다양성이 능력을 이긴다(Diversity trumps ability)’는 말과 궤를 함께 한다. 물론 다양성이란 인지적 다양성 즉 생각하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의미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의 블레츨리 파크가 독일의 암호를 해독해낸 것에서 비슷한 배경을 가진 엘리트들로만 구성된 집단보다 개별 역량이 다소 부족해도 다양한 분야로 구성된 비엘리트 집단이 문제 해결에 더 뛰어나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신만의 얕은 지식에 갇혀 독불장군식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다양한 시선에서 상황을 분석하고 다양한 의견을 모아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보다 나은 결과를 맺는다는 방증이다.

환경은 계속 변하고 그에 대한 대응방법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이번처럼 역대급 위기가 다시 또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고, 전혀 새로운 형태의 저항이 생길 수도 있다. 결국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냉철한 자기 분석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소위 말하는 ‘선수’나 ‘꾼’들이 “매장 영업이 어려워지거나 정체되기 시작하면 자기 자신부터 돌아보라”고 조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 매장의 문제점은 없는지, 내가 만족하는 상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만족하는 상품인지, 불필요한 경쟁보다는 상생을 실천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할 질문들은 정말 많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민망할 만큼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위태롭기 그지없다.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열린 생각과 맞춤형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런 상황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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