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를 둘러싼 최악의 사태에 대해 말하고자 근 1년 만에 다시 펜을 잡았다. 지난 4월 6일 CJ인터넷에서 비가맹 PC방에 대해 서든어택 IP차단이라는 극단적 선전포고를 했다. 설상가상으로 PC방 전면 금연화 논란까지… 아쉬울 것 없다고 생각하는 거대한 대기업과, 힘없고 단합 안 되기로 소문난 2만 여개 PC방과의 적벽대전.

이대로 또다시 무릎 꿇고 말 것인가? 아니면 이것을 기회 삼아 한번 도전해 볼 것인가? 가뜩이나 어려운 요즘, 예년과 비교해 반토막 매출이 나오는 PC방이 전국적으로 허다한 실정이다. 그런데 왜 모두들 PC방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오디션의 경우 누적 매출 3,500억 원에 이어 중국진출까지 이루어낸, 그야말로 PC방 과금 없이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PC방의 실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폭리를 취해오고 있지만, 사실 정량제는 시간당 100원 수준이 적정가이며, 최대 150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아이온>의 경우 개인정액은 월 300시간기준 19,800원, 이는 시간당 66원으로 계산된다. 그에 반해 PC방은 시간당 250원. 헉… 4배? 하지만 그들은 4배의 혜택은 커녕 PC방과 관련한 이렇다 할 혜택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

정액제의 경우 50개 아이피를 기준으로, 적정가는 5만 원이며 최대 10만 원이 넘지 않아야한다고 본다. 무엇이든 이용량과 관계없이 선불요금이 지불될 때, 더 저렴하다는 것은 일반적 상식이므로 정량제보다 저렴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이 정도의 요금이라면, PC방을 통한 광고효과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는 게임사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PC방이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이 지금의 인터넷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갖출 수 있었을까? 또한, <서든어택>, <아이온>, <와우> 등이 이 정도의 대박을 칠 수 있었을까? 그들은 TV광고를 할 것인가? 아니면 네이버 광고만으로 이 정도의 수준을 누릴 수 있을까? 게임포털에 퍼블리싱 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게임포털도 사실 PC방의 인프라가 있었기에 지금수준의 광고효과와 수익창출이 가능한 것은 아닐까?

게임사들도 신규게임 홍보 장소로 PC방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PC방이 주는 홍보 효과는 실로 막대하기 때문이다. PC방은 단순한 이용고객 숫자를 넘어, 실로 막대한 시너지효과를 일으킨다. 혼자 집에서 게임을 해봐야, 게임을 끝내고 친구를 만나도 그것이 관련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PC방에서 함께 게임하고 그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게다가 새로운 게임까지 접함으로서 개인100+PC방200=1,000이 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산업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발전한 최고의 조력자는 PC방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나는 PC방을 좋아하고 게임 또한 좋아하며, 지난 12년 동안 PC방에 대한 연구에 거의 집착 하다시피 했다. 이전에도 ‘PC방 등록제는 서막에 불과하다’와 ‘PC방 공격개시’ 등의 글을 통해 ‘전면 금연화’ 등에 따른 PC방 시장의 위험성과 유료게임 과금 등의 불합리한 사항들을 전파하고자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무너질 것인가? 다시 한 번 일어설 때가 됐다.

이번 서든어택 사태와 전면 금연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매출하락과 지출증가로 인해 PC방 대공황사태를 겪을 수도 있다. 금연으로 인한 고객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며, 넷마블 이외의 다른 게임사들도 언젠가는 IP차단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들고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게임가맹을 경쟁하 듯 해왔고, 엔씨소프트,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등이 지금의 위상을 갖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고마움을 전혀 모른다. 자신들의 능력에만 도취되어 있고, PC방과 관련해서는 눈앞의 수익에만 연연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단추를 다시 끼워야 할 때가 왔다. 이번마저 물러선다면 “비가맹 PC방의 온라인게임 차단은 정당한 것이다”라는 게임사끼리의 “무언의 법칙”이 성립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있다. ‘A crisis can be an opportunity! (위기는 곧 기회이다!)’ 지금은 마치 위기처럼 보이지만 향후 우리가 주도권을 잡아나갈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나는 우리가 힘을 가지고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그렇다면 전면금연이라는 커다란 이슈까지 해결할만한 근본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여러 방법들이 있겠지만 지면상 모두 다루지 못하니, 근본적으로 우리가 힘을 모을 수 있는, 한 가지에 대해서만 다뤄보도록 하자.

우리가 이 싸움에서 승리하고자 한다면,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해줄 수 있는 터전이 필요하다. 지난 수년간 협회가 그 역할을 해주길 모두 기대해왔지만, 이제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다. 게다가 지난 <스페셜포스>의 경우처럼, ‘평생 무료선언’까지 했던 게임을 유료화하여 해당 단체에 가입을 유도하는, 결과적으로 PC방 전체의 이익에는 반하며 해당 단체의 이익에만 국한되는 아이러니에 빠질 우려도 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한다. 이른바 협회와는 별개인 ‘협의회’ 즉, 이번에 결단을 보여줬던 대구지역 ‘PC방 협의회’와 같은 지역별 PC방 협의회 구성은 물론, 그 이하에 상권별 PC방 협의회까지 구성이 되어야 한다. 주변의 경쟁 PC방들이 액션을 취하면 나도 따라 갈 수밖에 없는 취약점을 우리 스스로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지역별, 상권별 PC방 협의회의 구성이 시급하다고 본다. 지역별, 상권별로 PC방 협의회를 구성하고 협의회간 서로 단합하여 전면금연에 당당하게 맞서고 <서든어택> 등의 게임사에 대항한다면 우리는 못 해낼 것이 없다.

각 지역의 한 상권에서는 주기적인 만남으로 의견을 조율하여 기본요금은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되 정액제를 약간 높게 책정하고, 가맹할 게임들을 모두 통일했다. 처음에는 일부 반발도 있었으나 차츰 손님들이 다른 게임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최근 우리에게 희망을 준 ‘PC방 협의회’가 펼친 활약들도 이에 포함된다. 또 어느 상권에서는 요금을 통일하고 게임 또한 통일하여 만약 이를 어길시 주변 PC방들이 하루씩 돌아가며 약속을 위반한 PC방 입구에서 ‘500원 쿠폰’ 또는 그에 상응하는 쿠폰을 만들어 돌리는 것으로 응징하기로 합의를 본 경우도 있었다. 물론 약속을 어기는 PC방은 없었다. 다소 강압적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어렵더라도 대화를 통하여 함께 살 수 있는 통로를 만든 경우이기에 높이 평가하며 또 추천하는 바이다.

물론 상권 협의회를 통해 모두 좋은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어느 상권에서는 기본요금을 대폭 인상, 통일 했다가 손님들의 대다수가 다른 상권의 500원~600원 대형 PC방으로 이동하는 쓴맛을 보기도 했다. 요즘 같이 최악의 상황에서는, 손님들의 반발이 심한 기본요금은 기존의 적정수준(1,000원선)을 유지하되, 정액제나 커피요금, 먹거리 가격, 가맹게임 통일 등과 같이 상대적으로 반발이 적은 부분에서부터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상권부터, 지역단위에 이어 전국 규모로 단합이 된다면, 무엇이든 우리의 뜻을 관철할 수 있다. 각설하고 어찌되었든 이 기회에 뭉쳐보자! 우리가 강자가 되려면 배수진을 치고 힘을 모아야한다. 중원과 하북을 거머쥔 조조가 83만 대군을 휘몰아쳐 내려왔지만 유비, 손권의 5만 연합군이 그들을 소 몰듯 북쪽으로 쫒아낼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단결력이 아니었던가! 물론 제갈공명, 주유, 방통 등의 당대 최고병가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뜻이 단합되지 못했더라면 결코 그러한 승리는 없었을 것이다.

나의 12년간 PC방 운영 노하우를 집약한 ‘손님 만땅 만들기 88계명’중에 이런 말이 있다. 손님 만땅 만들기 제75계명, ‘잘될 때 대비하고 더 준비하라!’(이하 생략) 우리가 지금의 사태를 안일하게 생각하고, 흐지부지 넘어갈 경우 다른 게임사들에게 이번 선례를 통하여 IP차단이라는 ‘보험’을 들어주게 만들고 말 것이다. 면밀히 검토하여 즉각적인 대응으로 이들에게 철퇴를 내려 잘 될 때 지키고 대비하고, 언젠가 닥쳐올 PC방 전체시장의 대공황 사태를 순탄하게 넘길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놓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아니, 반드시 해낸다. 공통된 이슈가 두 개나 있는 지금이 우리가 서로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기회이다. 어느 누구랄 것도 없이, 지금 당장 내가 먼저 옆 PC방을 찾아가길 바란다. 근본적으로 상권부터 힘을 모아야 ‘전면 금연화’보다 더한 재앙도 이겨낼 수 있다.

끝으로 IP차단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오합지졸에 불과했던 PC방들을 단합하게 해주고, ‘PC방 전면 금연화’라는 장벽까지 극복해 낼 ‘정예부대’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CJ인터넷’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사랑하는 PC방 포에버!

PC방을 사랑하는 12년차 사장 설 성 묵  kanegi853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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