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7월호(통권 35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인텔, AMD,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Big) 3’ 칩 제조사가 저마다 신제품을 들고 나오면서 다시 한 번 불꽃 튀는 경쟁의 서막이 열렸다. 올해 2분기와 하절기에 걸쳐 등장한, 또 등장 예정인 신제품들과 그에 따른 PC 시장의 변화는 PC방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때로는 트렌드로, 때로는 성능으로 PC방 지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CPU와 GPU의 신제품 소식은 언제나 PC방 업계에 근심 또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올해는 어떤 제품들이, 어떤 흐름으로 시장을 이끌어나갈지 살펴봤다.

치열한 경쟁, 소비자에게 혜택이…
제조사들의 적극적인 경쟁은 소비자에게 보다 나은 선택지와 혜택이 제공되기 때문에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이 다시 열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AMD가 라이젠으로 회생한 불과 3~4년 전의 일이다.

AMD가 패넘 시리즈 이후 경쟁 우위를 놓치면서 인텔 천하가 됐고, PC방 시장은 당연하게도 인텔 CPU로 대동단결됐다. AMD의 불도저와 비쉐라 시리즈는 성능 경쟁에서도 밀렸을 뿐만 아니라 멀티코어라는 컨셉에 있어서까지도 시대를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당연하게도 AMD의 이러한 실책은 GPU 시장에도 고스란히 투영돼 라데온 시리즈는 엔비디아의 지포스 시리즈와 더 이상 정상적인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14년 전부터 4년 전까지 약 10여 년 동안 PC 부품 중 CPU와 GPU는 사실상 경쟁 체계가 사라졌고, 단일 제조사의 독주로 점철됐다. 물론 제품은 훌륭했다. 하지만 선의의 경쟁이 가져다주는 보다 나은 제품 개발 및 출시, 보다 저렴해지는 가격, 보다 구매가 수월해지는 프로모션 등 대고객 마케팅은 감소하고, 그 자리는 브랜드 마케팅으로 대체됐다.

여기에 제품 선택지가 줄어드는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는데, 경쟁자가 없다보니 보다 다양한 제품군의 출시에 대한 필요성을 옅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인텔 주도로 흘러온 CPU 시장을 돌아보면 무려 13년 전부터 AMD 라이젠이 등장하기 전까지 무려 9년 동안 쿼드코어 시장이 지속됐다. 하드웨어가 쿼드코어에 머물러 있다 보니 소프트웨어 시장 역시 듀얼코어나 쿼드코어에 최적화된 채로 개발·출시되는, 말 그대로 컴퓨팅 기술의 발전 없는 흑역사가 계속됐다.

결국 이러한 흑역사는 AMD가 헥사코어와 옥타코어의 라이젠 제품을 출시하면서 타파됐는데, 인텔이 멀티코어인 라이젠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으로 옥타코어를 일반소비자용으로 출시하는, 또 저가형에 4쓰레드 라인업을 내놓는 결과를 낳았고, 이제는 데카코어를 일반소비자용으로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역설적으로 인텔과 AMD의 행보는 독점에 가까운 과점이 불러오는 폐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됐고, 선의의 경쟁은 소비자에게 보다 많은 혜택과 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GPU 시장도 비슷한 교훈을 남겼다. 경쟁 모델이 없는 라인업은 생략되는 경험이 흔했고, 반대로 경쟁 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라인업과 가격인하 정책이 공개되는 등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 나타났다.

지포스와 라데온은 제품에서, 출력 포트 규약에서, 싱크 기술 규약에서 꾸준히 경쟁을 이어왔고, 새로운 기점이 되는 순간마다 소비자들의 이득을 쫒는 행동들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선의의 경쟁에 대한 좋은 선례를 남겼다.

이러한 경쟁과 그에 따른 소비자 혜택은 올해도 계속되는 상황이다. 바로 인텔 10세대, AMD 라이젠 3세대 리플레시와 4세대, 엔비디아 RTX30 시리즈가 바로 그 주역들이다.

스피어 헤드? 첫 주자는 인텔 10세대 코멧레이크
올해 인텔-AMD-엔비디아 경쟁의 서막을 올린 것은 5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출시된 인텔 10세대 코멧레이크 1000시리즈다. 코어 프로세서 7세대까지만 해도 i5와 i7 모두 4코어였는데, AMD 라이젠 2, 3세대와 경쟁하기 위해 인텔 8, 9세대는 처음으로 6코어 제품을 선보였고, 10세대는 다시 라이젠 3, 4세대와 경쟁하기 위해 6, 8코어를 비롯해 최상위로 10코어까지 등장했다.

당장 PC방 주력 제품이라 할 수 있는 i5 10400은 1200소켓으로 6코어 12쓰레드에 기본 클럭 2.9GHz, 최대 클럭 4.3GHz, L3 캐시 12MB, TDP 65W의 사양을 갖췄다. 코어 수만 놓고 보면 이전 세대와 동일하지만 이전 세대는 6쓰레드였던 것에 반해 10세대는 하이퍼쓰레딩이 적용돼 12쓰레드로 향상됐고, TDP도 낮아졌다. 결과적으로 인텔 10세대 코멧레이크는 비록 14nm 공정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기본 성능이 향상되고 전력효율과 터보 코어 등 잠재 성능 역시 향상됐다.

올해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큰 위협을 초래하며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혔지만, 10세대 코멧레이크의 출시는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성장이었다.

AMD 라이젠의 저인망식 싹쓸이 대응 전략
인텔의 10세대 코멧레이크 출시는 철저하게 AMD 라이젠 3, 4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9세대에서 멀티코어 성능은 물론이고 게이밍 성능마저 따라잡힌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자 좀 더 많은 코어와 쓰레드, 좀 더 높은 클럭 그리고 좀 더 낮은 전력소모와 발열을 제공해야만 하는 필연적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인텔 10세대 코멧레이크는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선보여진 것인 만큼 잘 만들어졌다.

하지만 인텔 10세대 코멧레이크가 상대해야 할 미래의 적, 라이젠 4000 시리즈는 아직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이다. 당초 6월 중 출시 예정이었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3분기로 미뤄졌다. 좋게 생각하면 더 좋은 성능과 더 높은 안정성이 기대되는 것이지만, 반대로 시장을 내어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기도 하다.

이런 애매모호한 상황에 긴급 소방수로 1CCX 구조의 라이젠3 3100과 3300X를 투입했고, 곧이어 3세대 리플레시 제품인 XT 시리즈의 투입도 예고됐다. 라이젠 4000시리즈 출시가 미뤄진 공백을 리플레시 버전으로 경쟁사의 시장 잠식을 지연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특히 1CCX 구조의 라이젠 3 3100과 3300X는 스윗스팟인 중보급형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이러한 ‘지연 전술’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주목할 것은 코어 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1CCX 구조 덕분에 발굴의 게이밍 성능을 발휘해 중보급형 게이밍 PC 시장에서 라이젠 5를 팀킬할 만큼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3세대 리프레시 제품인 라이젠 3000 XT 시리즈 3종 라이젠 9 3900XT, 라이젠 7 3800XT, 라이젠 5 3600XT가 7월 7일 출시를 예고했다. 라이젠 9 3900XT의 경우 4.1GHz, 12코어 모델로 70MB 캐시를, 3800XT는 4.2GHz, 8코어 모델로 36MB 캐시를, 3600XT는 4GHz, 6코어 모델로 32MB 캐시를 탑재해 3세대 대비 향상된 스펙을 갖췄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4~8% 가량 성능이 향상됐다.

결국 라이젠 3 계열에는 강력한 게이밍 성능을 갖춘 1CCX 구조의 신제품을, 그 외 모든 계열에는 리플레시 버전인 XT 시리즈 제품 1종씩을 배치해 인텔 10세대의 대항마를 증편한 상황이다.

AMD의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AMD로서는 낯설지만 하드웨어 업계에서 흔한 방법이다. 가깝게는 인텔의 G4560 출시나 i5 등급을 6코어로 재편해 대응한 사례가 있고, 엔비디아는 라데온 신제품 출시 직전에 항상 경쟁 등급의 신제품 또는 가격인하 정책을 선보여 왔다.

오랜 기간 일반 소비자 시장 점유율을 가져와야 하는 공성의 입장이었던 AMD가 이제는 과반을 넘어선 수성의 입장에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독주, 그래도 RTX30 시리즈는 나온다
일반 소비자 시장과 달리 PC방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경쟁자는 사실상 없다. 그만큼 게임에 한해서는 우수한 성능과 높은 가성비 그리고 안정적인 범용성을 함께 만족시킨다는 의미기도 하다.

하지만 라이젠의 흥행에 힘입은 AMD가 라데온 신제품 개발 속도를 조금 높이자 엔비디아도 신제품 출시와 그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어찌 보면 엔비디아는 올해도 팀킬을 피하면서 자기 자신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제의 자신 보다 더 큰 매력을 선보여야 하는 만큼 경쟁자와의 경쟁보다 더 어렵고 힘든 경쟁이 아닐 수 없다.

엔비디아는 항상 자신과의 경쟁을 치러야 하지만, 신제품 출시를 게을리 하지 않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당장 오는 9월 출시를 목표로 지포스 RTX30 시리즈가 막바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미 ES 버전으로 보이는 제품 외형 사진은 물론 독특한 인피니티 히트파이프 쿨러 사진까지 공개된 상태다. 내부적으로 2가지 최종안을 놓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8월에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해 9월에 출시될 예정이다.

아직 해외에서도 RTX30 시리즈의 스펙과 라인업이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PG132 보드를 기반으로 하는 하이엔드 라인업 3종 RTX3090(가칭), RTX3080 Ti/Super(가칭), RTX3080(가칭)이 알려져 있다.

RTX3080은 10GB GDDR6X (320bit) 메모리에 320W TDP를, RTX3080 (Ti/Super)는 11GB GDDR6X (352bit) 메모리에 320W TDP를, 최상위 RTX3090은 24GB GDDR6X (384bit) 양면 메모리에 350W TDP의 제원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레이 트레이싱 기능이 이전세대 대비 4배에 달할 것이라는 것과 4개의 히트파이프를 묶듯이 히트싱크와 연결한 인피티니 쿨러로 인해 성능 못지않게 발열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레이 트레이싱 기술이 빠르게 게임 속으로 녹아들기 시작했고, RTX 신제품은 늘어나는 반면 비 RTX 제품은 줄어들고 있는 만큼 PC방 업계에도 RTX 제품의 필연적 도입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언제, 어느 정도 수준의 제품을 도입할지, 또 높은 발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당면 과제다. 당장 기존 매립형 책상 가운데 인텔 6코어 CPU의 발열만으로도 버거운 경우가 있는 만큼, 좀 더 많은 발열이 있는 6~8코어의 CPU와 함께 RTX30 시리즈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쿨링에 본격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올해도 신제품 출시와 경쟁사 간의 신경전은 벌써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확실한 것은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불꽃 튀는 경쟁이 시작됐고, AMD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과반을 초과한 시장 점유율을 내줄 생각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인텔 또한 호락호락 안방을 내어주지 않으려 저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엔비디아는 전작을 잊을 만큼 매력적인 신제품을 매년 선보여야 하는 자신과의 경쟁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저마다의 이유와 입장으로 인해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고, 이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는 오롯이 소비자가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선의의 경쟁이 가져온 혜택인 셈이다. 특히 대량 구매를 하는 PC방 입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