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7월호(통권 35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희망은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하다”  - 사무엘 존슨

사무엘 존슨의 말이 맞다면 희망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현 상황에도 필요하고, 대한민국 PC방 업계에도 필요하다. PC 가동률이 15%를 밑돌아도, 온갖 행정명령이 들이닥쳐도 희망이 있으면 된다.

그런데 PC방 업주들에게 “희망을 갖고 극복하세요”라고 말한다 생각하면 어딘지 모르게 조금 뻔뻔하게 느껴진다.

인문협 성명서 자세히 읽어보기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가 지난 6월 24일 성명서을 냈다. 협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테니 PC방 업주들도 힘을 내라는 메시지의 평이한 성명이지만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비장함이 묻어난다.

인문협의 성명서는 PC방 업주들이 처한 가혹한 현실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공감하는 공직자나 부처가 없어 참담하다는 심경을 밝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PC방 업계와 밀접한 게임 업체 및 인터넷전용선 업체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서 이런 현실 속에서 인문협이 느끼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소외감을 내비친다.

다음으로는 PC방 업주들에게 우리는 우리 스스로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선언하고, 힘을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존폐 위기에 선 PC방 업계가 생존할 수 있도록 좋은 아이디어나 방안이 있다면 공유해달라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극복에 협회가 앞장설 것을 다짐하며 PC방 업주들이 건강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면서 마무리된다. 인문협의 성명서에 배어 있는 비장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출발한 것일까?

방역 우수사례를 모두 합치면 그게 PC방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지난달 2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을 발표하면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취약집단시설 유형별 방역 우수사례를 소개했다. 이어서 해당 취약집단시설 관리자는 우수사례를 참고하여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해 줄 것을 당부했는데, PC방 업주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내용들이 있었다.

질본이 피해규모를 고려해 우수사례는 학원, 물류센터, 콜센터였다. 우수 방역환경으로는 마스크 착용, 회의 및 휴식 시 마스크미착용 확인, 출퇴근 명부 작성, 책상 사이 추가 가림막 설치, 지그재그 좌석 배치(한 자리씩 띄어 앉기), 식사 시 혼밥 권장 등이 제시됐다.

아울러 시사점으로는 마스크 착용 등 생활방역수칙 준수, 방역과 연계한 시설 내 근무환경 개선(가림막 설치 등), 직장 내 불필요한 접촉 및 동선 최소화가 꼽혔다.

피해 규모가 적었던 방역 우수사례에 PC방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앞서 언급된 방역 환경은 PC방 업계에 우수할 것 하나 없는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PC방에서 확산되질 않으니 피해규모가 전무다.

그런데 PC방은 언제나 방역에 경각심을 울려야 할 때 제일 먼저 팔려나간다. 우수사례에 PC방을 선정해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온갖 행정명령으로 PC방의 영업을 제한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정례 브리핑마다 담당자의 마지막 멘트는 언제나 “PC방 등 방역에 취약한 밀폐시설 이용을 삼가달라”는 레파토리다.

이달부터 ‘안전한’ 특별 여행주간 시작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고 안전한 여행 문화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1일부터 19일까지 여행 장려에 나섰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함께 ‘안전한 여행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간직하세요’라는 표어로 ‘특별 여행주간’을 실시하는 것.

문체부는 여행주간 기간 이전부터 관광공사 및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지역별·업종별 관광협회와 함께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자와 관광 종사자 모두를 위한 안전 여행 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다.

또한 전국 관광지와 교통, 숙박시설 등 관광 접점에 ‘여행경로별 안전여행 지침(가이드)’ 홍보물을 배포하고 관광지, 관광사업체와 시설 등을 수시 점검해 안전한 여행을 위한 예방 조치를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전국 관광지와 교통, 숙박시설 등 관광 접점에 ‘여행경로별 안전여행 지침(가이드)’ 홍보물을 배포하고 관광지, 관광사업체와 시설 등을 수시 점검해 안전한 여행을 위한 예방 조치를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여행주간에는 고속철도·고속버스·여객선·자동차 공유 등 교통 혜택이 적용된다. 한국철도공사에서는 KTX를 이용할 수 있는 ‘여행주간 레일패스’를, 전국고속버스운송조합에서는 고속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여행주간 고속버스 프리패스’를, 한국해운조합에서는 여객선 운임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객선 할인패스 섬으로’를 내놨다.

이뿐만이 아니다. 각종 연계 행사, 관광 상품 할인 혜택도 마련됐다.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기업·전통시장·소상공인이 참여하는 할인 행사, 여행지 숙박 인증 시 국민관광상품권 지급, 캠핑장 이용 시 현금 지급, 추천 ‘웰니스’ 관광지 이용 시 할인, 베니키아 누리집 예약 고객 할인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찬 수준이다.

문체부 측은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지만 어려움에 처한 국내 관광업계의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 여행주간을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PC방은 잃어도 전통시장은 못 잃어
문화체육관광부가 명승 지역과 관광업계 살리기에 나섰다면 행정안전부의 선택은 전통시장이었다.

행안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경찰청과 함께 추석 명절까지 3개월 동안 전국 490개 전통시장 주변도로의 주차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침은 코로나 확산 상황과 교통여건, 자치단체 의견 등을 반영해 시행 기간 및 구간 등이 조정될 수 있지만 일단은 3개월 동안 전통시장 주변도로에서 2시간 주차가 가능해진 것이다.

경찰 당국은 이번 주차허용 조치와 동시에 순찰 인력을 강화, 정부는 자치단체 주차요원을 현장에 배치해 주차 관리에 일조하는 한편 허용구간 외 주정차, 각종 불법 주정차에 대해서는 단속을 강화해 편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행정안전부 측은 “소비가 살아나야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는 우리 이웃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전통시장도 많이 이용해 주시기 바란다”며 “앞으로도 코로나19로 침체된 소비심리와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자치단체와 함께 다양한 시책을 발굴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PC방도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소비의 한축이며,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느끼는 이웃이다. 그런데 왜 PC방은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용할 수 없는 업종인지 다양한 시책을 발굴할 대상이 아닌지 알 수가 없다.

마치며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마구 난도질하고 있는 가운데, 모든 업종들이 그러하듯 PC방 업계 역시 고비를 맞고 있다. 힘든 상황이지만 모두들 피를 흘리고 있는 판국이니 신음소리라도 내면 엄살을 부리는 것 같아 이를 악물게 되는 요즘이다.

그런데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서로 돕는게 아니라 PC방만 유독 생고생하는 중이라면? PC방 업계가 흘린 피를 몽땅 모아보니 일정량은 코로나 짓이 아니었다면? 정부가 민생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다양한 업종을 지원하고 있지만 PC방은 기를 쓰고 외면한다면?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것은 PC방 업계도 다르지 않을텐데 한쪽은 ‘안전한 이용’을 강조하면서 지원 캠페인을, 다른 한쪽은 불가촉천민마냥 접근조차 자제시키는 것을 보면 업종별 대응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다.

코로나 사태에서 PC방 업계의 희망을 앗아가는 주범은 엄청난 기세의 역병이 아니라 사회에서 소거된다는 절망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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