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7월호(통권 35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가 업계를 할퀴면서 PC방 업주들 사이에 독특한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코로나가 터지기 이전의 가동률과 최근 가동률의 낙폭을 공개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매장이 전체 가동률의 1/3이 사라졌고, 또 어떤 매장은 반토막 이상이 날아가는 타격을 받기도 했다.

자신의 매장 가동률을 공개하는 것은 다른 매장의 가동률은 어떤지 궁금하기 때문에 나온 행동이다. ‘나는 코로나 때문에 거의 죽을 것 같은데… 남들은 별일 없나?’하는 일종의 궁금증이며, 동시에 ‘나만 힘든 것은 아닐거야…’하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의 의미도 담겨있다.

PC방 업주들의 이런 호기심이 쏠리는 매장도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유명 매장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소형 매장 위주로 폐업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형 매장의 상황은 어떤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것.

지난해 PC방 업계는 물론 게이머들에게도 큰 화제를 모았던 긱스타 PC방 오목교점을 찾아 대한민국 1% PC방은 코로나 사태 이후 상황이 어떤지 살펴봤다.

돈 냄새 물씬 나는 초호화 대형 매장
게이밍 기어 브랜드 긱스타(GEEKSTAR)는 세련된 마우스나 헤드셋, 모니터만 만드는 업체가 아니었다. 전국 PC방에 게이밍 기어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브랜드를 내세운 직영 PC방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e스포츠 사업까지 진출을 선언했다.

서울시 목동에 위치한 긱스타 PC방 오목교점은 이런 대형 프랜차이즈의 자본력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대형 매장이다. 매장 내 모든 비품은 긱스타 브랜드로 도배됐고, 최근 PC방 업계의 핵심 영역으로 떠오른 먹거리 역시 세컨드찬스의 ‘완벽한’ 시리즈로 가득 채워져 있다.

매장은 777㎡(235평)에 달하는 넓은 공간에 301대의 PC가 자리하고 있다. 매장을 총 여섯 구역으로 나눠 연인들을 위한 커플석, 단체손님을 위한 6인용 룸석, 고사양 PC를 자랑하는 프리미엄석, 지싱크 모니터석 등으로 다시 세분화했다.

특히 PC 사양이 압권이다. ‘긱스타 아레나’라고 명명된 룸석의 경우 인텔 i9-9900K CPU, 지포스 RTX2080 그래픽카드, 로지텍 G502 마우스로 무장했다. ‘긱스타 아레나’를 제외한 구역의 PC 사양 또한 평균 이상이다. CPU는 인텔 i7-9700K,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RTX2070이 최저 스펙이다. 커플존, LG존, 지싱크존, 커브드존의 차이점은 모니터 및 마우스 등 게이밍 기어의 차이일 뿐이다.

또한 각 구역마다 사용되는 게이밍 기어와 PC 사양을 달리해 유저가 원하는 게이밍 환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긱스타 브랜드가 아닌 게이밍 기어가 배치된 구역을 긱스타 매장에 마련하는 자신감도 돋보였다.

한편, 유럽의 한 거리에서 영감을 얻어 꾸몄다는 내부 인테리어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넝쿨 장식으로 꾸며진 지싱크존에는 프로젝터를 통해 e스포츠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PC로 가득 차 어쩌면 딱딱해 보일 수 있는 분위기에 신선하면서도 쾌적한 여유를 선사한다.

긱스타의 시그니처 PC방
긱스타 PC방 오목교점은 총 14억 원이 투입된 프리미엄 PC방인 동시에 긱스타의 정체성을 진액으로 뽑아낸 시그니처 매장이다. 매장 입구에 붙은 ‘XOXO 핫도그앤커피’ 간판이 여기가 긱스타 PC방임을 강하게 어필한다.

PC방 창업컨설팅 업체 세컨드찬스의 서희원 대표가 해외 유명 게이밍 기어 업체들이 한국에서 브랜드 PC방을 만드는 것을 보고 역으로 게이밍 기어 브랜드 긱스타를 런칭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지만 긱스타 PC방이 이용자들의 니즈에 발맞춘 매장을 지향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PC방 먹거리에 대한 니즈에 반응한 결과가 ‘XOXO’다. 세컨드찬스가 숍인숍으로 직접 운영하는 ‘XOXO’는 핫도그, 커피, 감자튀김 외에도 ‘완벽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PC방 전용 PB 라면으로 유튜브에서도 화제가 된 ‘완벽한라면’은 물론, 분식, 덮밥, 과자, 음료 아이스크림까지 PC방 먹거리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메뉴를 ‘완벽한’이라는 이름으로 모았다.

긱스타는 지난해부터 e스포츠 공인 브랜드도 준비하고 있다. <카트라이더>, <오버워치>, <던파> 등의 종목에서 긱스타 이름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각종 대회의 스폰서로 나서고 있다. 매장 내 대형 스크린으로 e스포츠 경기를 시청하는 공간을 만든 것도 접점을 만들기 위함이다.

코로나 앞에 선 긱스타 PC방
이렇게 위풍당당한 긱스타 PC방이지만 코로나는 어려운 상대였다. 지난해 5월 매장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인근에 거주하는 게이머들이 개미떼처럼 몰려왔고, 목동이 아닌 먼 곳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매장을 총괄하는 김충섭 점장은 “PC방을 수년간 운영한 경험도 있고, 긱스타라는 짱짱한 브랜드까지 있으니 거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너무 강한데다 예상보다 오래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긱스타 PC방 오목교점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매장 PC 가동률이 50%를 넘기며 잘나갔다. 일 매출 역시 500만 원을 가뿐히 넘겼고, 긱스타가 그리고 있는 장밋빛 미래를 상징하는 매장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 그림자가 매장을 덮친 이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긱스타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마냥 순탄할 수는 없다.

취재를 위해 매장을 방문한 시간은 점심시간대였는데 좌석에 앉은 손님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고, PC방 이용 자제 분위기가 확산된 3월부터 가동률 하락세가 감지됐고, 4월부터는 기울기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변했다. 지난 6월의 평균 PC 가동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긱스타 PC방은 대형 매장인만큼 알바생도 그만큼 많이 고용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급감하니 인력감축을 피할 수가 없었다. 김충섭 점장은 알바를 정리해야 할 정도로 매출이 줄었다기보다는 인력을 줄여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손님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웨슬 아마먼트’라는 타이틀로 오즈와 함께 진행해왔던 PC방 대회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월 소식을 마지막으로 갱신이 안 되고 있는 ‘WESL’ 대회 포스터는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김충섭 점장은 “금연법이 시행되었을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PC방을 운영했던 지난 경험들을 통틀어서 올해가 가장 괴로운 시기다. 돌이켜보면 금연화는 비흡연자 손님을 공략한다는 돌파구가 있었고, 때마침 대박 게임들이 출시되기도 했다”라면서 “그런데 코로나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전국 PC방 업주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 점장은 “최근 소형 PC방들이 문을 많이 닫고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 지금은 전국 어느 PC방이나 힘들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대형 PC방의 경우 투자금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더 힘들 수도 있으니, PC방 규모와 상관없이 PC방 사장님들과 종사자 여러분 모두 조금만 더 힘을 내 버티면서 화이팅하시길 바란다”고 끝인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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