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블랙카우’ 게이머들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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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블랙카우’ 게이머들을 잡아라
  • 승인 2020.07.12 11:17
  • 박현규 기자
  • reporter@ilovepc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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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신을 ‘블랙카우’라고 자칭하는 게이머들이 늘어남에 따라 게임 업계에서도 이들 ‘블랙카우’들에 대한 타겟 마케팅이 늘어나고 있다.

‘블랙카우’란 ‘흑우(호구)’를 이르는 은어로, 팬심(fan心) 등 감정적인 요인으로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를 유머러스하게 일컫는 단어다. 원래 단어인 ‘호구’가 타인을 모멸하는 의도가 강한 단어인 것과는 달리, ‘블랙카우’는 주로 농담에 활용되는 등 나쁘지 않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마케팅 전반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이들 ‘블랙카우’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이들의 소비 형태가 득실을 계산하기 보다는 ‘감성’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캐릭터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스킨 아이템을 ‘해당 캐릭터가 나오는 공식 만화를 봤는데 너무 불쌍하더라’며 구매하기도 하고,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랜덤 뽑기로 등장하자 성능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꼭 뽑아야 한다’며 수십 만 원을 소비하기도 하는 식이다.

이런 성향을 잘 드러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인질’이라고 불리는 문화다. 자신의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있다면 가성비가 매우 떨어지거나 심지어 기업이 소비자를 적대하는 경우에도 “~가 인질로 잡혀있다”며 꾸준히 구매하거나 향유하는 케이스다. <라스트오리진> 유저들이 “게임에는 문제가 많은데 일러스트가 인질로 잡혀있어서 계속 돈을 쓴다” 고 말하는 식이다.

이들은 일단 한 번 소비를 시작하면 어지간한 일로는 떠나지 않는 충실한 소비층인 만큼, 콘텐츠 생산자들도 점차 이들을 핵심 소비층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이 ‘블랙카우’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특히 이러한 방식의 소비문화가 보편화된 일본에서 자주 보이는데, 일본 특유의 서브컬쳐 문화와 합쳐져 더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예컨대 역사상의 유명한 인물들을 그 특징만 뽑아 게임 캐릭터화 시켜 출현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의 대형 게임 IP인 <페이트>시리즈의 경우 출판사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위인전 표지에 해당 위인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 일러스트를 삽입하는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다. 게임과 무관한 위인전에 일러스트만 넣는다고 효과가 있겠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상당한 판매고를 올리며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 중 하나로 꼽히게 됐다.

반면, 철저하게 감정에 의존해 움직이는 소비층인 만큼 마음이 한 번 떠나게 되면 다시는 잡을 수 없는 소비층이기도 하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야심작이었던 <히어로즈오브더스톰>이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던 중에도 블리자드의 블랙카우를 자청하는 팬들에 의해 컬트적인 인기를 얻었으나, 예고 없이 리그를 폐지하는 등 팬들의 의향과는 반대되는 운영 행태를 보이다가 급기야 인 게임 텍스트를 통해 팬들을 조롱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며 결국 상당수의 팬들을 떠나보낸 전적이 있다.

블랙카우 소비자들의 무서운 점은 이들이 게임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만큼 게임의 장단점을 모두 속속들이 아는 경우가 많으며, 다른 유저들이 떠날 때도 ‘한 번만 더 믿어보자’는 식으로 남아있던 팬들인 만큼 한 번 마음을 돌릴 경우 배신감을 느끼고 가장 공격적인 비판자로 변한다는 점이다. 이들 적으로 돌아선 블랙카우들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신규 소비자의 유입을 말리고 비판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등 마케팅의 가장 큰 적이 되곤 한다.

결국 블랙카우형 소비자들은 일반 소비자보다 마음을 쉽게 주지 않지만, 한 번 ‘꽂힌’ 콘텐츠에는 맹목적인 충성심을 보이고 소비를 주저하지 않는 이들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들도 사람이니 만큼 더 이상 견디지 못할 때는 떠나고 말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들마저 떠난 콘텐츠는 것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이미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마케팅 사례가 성공을 거둔 만큼, 앞으로도 이들 ‘블랙카우’를 중점으로 한 마케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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