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통권 35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여 년 전 처음 생겨난 PC방이 지금 같은 현대적인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온 IT 기술이 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을 거듭해온 PC방 테크는 때로는 든든한 조력자로, 때로는 성실한 일꾼으로, 또 때로는 매의 눈으로 매장을 지켜주는 감시자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바쁜 매장 일손을 덜어주고, 운영 편의를 보조하며, 효율적인 PC방 영업을 돕고 있다.

오늘날 PC방 운영에 필수조건이 된 PC방 테크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당장 PC방 관리프로그램이나 선불결제기만 없어도 PC방 운영은 순식간에 마비될 만큼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며, 노하드솔루션이나 순간복구 같은 전문화된 시스템 관리 기술이 사라진다면 PC 관리와 유지보수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이처럼 PC방 테크는 결제와 운영은 물론, 보안과 시스템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오늘날 PC방 운영의 숨은 주역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특별히 이들이 지금 같은 형태로 업계에 안착하기까지 지난 20여 년간의 변천사를 조명해봤다.

수기 장부에서 스마트폰 결제로… 결제 솔루션의 변화
90년대 말 <스타크래프트> 열풍에 힘입어 전국 곳곳에서 생겨나기 시작한 PC방은 일정 시간 고객에게 PC를 빌려주고 이용요금을 받는, 아주 기초적인 시설임대업 형태로 출발했다. 그렇다보니 각 고객들의 이용 현황을 체크해야했는데, 초기에는 관리자나 직원이 일일이 고객의 출입 및 퇴실 시간을 수기로 적어 정산하는 장부 방식을 취해 관리에 많은 어려움과 불편함이 뒤따랐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매장은 당구장에 사용되던 포인트맨을 도입하기도 했으나, 이는 후속으로 등장한 PC방 관리프로그램에 의해 퇴출되고 만다. 1세대 관리프로그램 시장은 다양한 업체들이 우후죽순 개발에 뛰어들면서 춘추전국시대를 열었다. 덕분에 지역이나 매장에 따라 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마그네틱 카드부터 회원 로그인까지 관리프로그램마다 사용 방식도 천차만별이어서 타 지역 PC방을 찾은 고객이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일도 빈번했다.

이후 관리자와 고객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꾸준히 진화한 PC방 관리프로그램은 UI와 편의성 개선,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됐고, 시대에 도태된 모델들은 하나둘씩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다. 이 과정에서 현재 PC방 이용 모델에 가까운 PC방 관리프로그램의 형태가 최종적으로 정착됐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PC방 관리 솔루션에 또다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분건 지난 2008년 현금영수증 발행이 의무화되면서다. 이를 계기로 현금 결제 위주였던 PC방에도 카드단말기가 도입되기 시작했고 PC방 관리프로그램과의 연동도 실현됐다. 하지만 열악한 요금체계와 수수료 문제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 4년 뒤인 2012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PC방 관리프로그램과 더불어 오늘날까지 업계에 가장 보편적인 결제 솔루션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불결제기가 등장했다. 물론 이전에도 유사한 선불결제기가 여럿 등장했었으나 낮은 호환성과 안정성에 개선마저 지연되며 대부분 몰락했고, 현재 선불결제기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이 이 시기에 등장해 오늘날까지 그 브랜드가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변화를 겪은 PC방 결제 솔루션은 모바일의 발전에 힘입어 다시 한 번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확산된 모바일 간편결제 솔루션을 접목해 PC방 요금과 먹거리를 앉은자리에서 결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고, 앞으로의 활용 비중 또한 더욱더 커질 전망이다.

도난과의 전쟁, 보안 솔루션의 진화
PC방 보안 솔루션의 역사는 매장 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크고 작은 도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출발한다. 초창기 PC방에서 흔히 발생하는 도난의 대상은 대부분은 주변기기였는데, 헤드셋이나 마우스를 훔쳐가는 것으로도 모자라 볼마우스 속 볼만 훔쳐가는 일도 적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화상채팅이 유행했을 때는 웹캠이 표적이 되기도 했고, 개중에는 PC를 열고 값비싼 부품을 빼가거나 LCD 모니터나 본체처럼 부피 큰 물체를 통째로 훔쳐 달아나는 간 큰 도둑들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PC방에서는 도난 방지에 대한 조치가 절실했는데, 처음에는 스피커, 키보드, 마우스 연결 케이블을 모두 모아서 케이블타이로 묶거나 PC 케이스에 풀기 쉬운 손나사 대신 십자 나사를 적용함으로써 도구 없이는 풀 수 없게 하는 간단한 조치로부터 출발했던 것이 나중에는 케이스에 자물쇠를 달거나 케이스 자체에 장착되는 형태로 발전했고, 궁극적으로는 책상에 PC 부품을 매립하는 일체형 시스템 책상으로 진화했다.

아울러 도난 방지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도 이뤄졌는데, CD 게임이 유행하던 시절에는 대여해준 CD를 반납하지 않는 불량 이용자들 때문에 가상 CD 프로그램의 도입이 활발했고, 관리자의 감시를 피해 PC 부품을 몰래 빼가는 수법을 막기 위해 PC방 시스템의 사양 정보를 기억했다가 사양이 변경되는 경우 관리자에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개발되기도 했다. 해당 기능은 현재 PC방 관리프로그램 내에 통합돼 오늘날까지도 도난으로 인한 하드웨어 사양 변화를 모니터링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CCTV가 보편화되고 선불결제기 도입 등으로 매장 관리가 수월해진 지금은 예전에 비해 도난 사건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매년 오르는 인건비와 줄어드는 야간 고객 등의 문제로 ‘무인솔루션’이 확산되면서 보안에 대한 업계 니즈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다행히 보안 관련 IT 인프라가 고도화된 덕분에 지문인식 및 스마트 디바이스를 이용한 회원제 출입과 사설 경비업체와 연계한 통합 모니터링 체계가 마련돼 더욱 안전한 PC방 운영에 힘을 보태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보완이 이뤄질 전망이다.

골치 아픈 PC 관리에서 해방! 시스템 솔루션의 발전
PC방 태동기부터 업주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앞서 언급한 결제 문제도, 도난 문제도 아닌 시스템 관리 문제였다.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PC방 시스템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고, 그때마다 관리자는 운영체제 설치부터 게임까지 수동으로 설치해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만 했다.

이런 업주들의 고생은 2000년대 초 ‘순간복구 툴’의 등장으로 개선된다. 매장 관리 효율 개선에 대한 PC방 니즈를 포착한 많은 프로그램 개발사들이 앞 다퉈 개발에 나서면서 이내 시장에는 다양한 디스크 복구 프로그램이 출시됐고, 높은 대기 수요와 맞물리며 금세 전국으로 확산됐다. 2008년부터는 관리프로그램을 통한 순간복구 프로그램의 무료 배포마저 진행되면서 완벽한 업계 표준으로 정착했다.

이로부터 4년이 흐른 2012년에는 클라우드 기반 PC방 솔루션이 등장해 PC방 시스템 솔루션 판도를 다시 한 번 바꾸게 된다. 당시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노하드솔루션은 PC 내의 스토리지를 없애고 부팅과 게임 데이터는 서버를 통해 네트워크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기가비트 네트워크 확산에 일조했으며 현재까지도 PC방 대세 자리를 꿰차고 있다.

하지만 출시 초기 다소 불안했던 안정성 문제로 인해 이를 보완한 SSD 기반의 VOG 솔루션이 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노하드솔루션 대항마로 등장한 VOG 솔루션은 SSD 기반의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서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성과 함께 부팅 및 로딩 속도가 빠른 점을 어필했다. 초기에는 값비싼 SSD 몸값에 발목을 잡혀 큰 빛을 보지 못했지만 최근 SSD 가격이 낮아지면서 확산되는 추세다.

다양한 시행착오와 개선을 거듭한 이들 클라우드 솔루션은 이제 완숙기에 접어들었다. 운영체제 설치부터 게임 패치에 이르기까지 시스템 관리에 대한 전반을 자동으로 관리하며 PC방 업주가 시스템에 손댈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을 케어하는 수준으로, 이제는 PC방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가 됐다.

고도화된 IT 기술 접목된 PC방 테크의 미래는?
지난 20여 년간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온 PC방 테크는 앞으로도 더욱 고도화된 신기술 접목으로 PC방 문화를 새롭게 바꿔나갈 것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클라우드 게이밍 기술이 널리 대중화되는 시점에는 PC방에서 PC가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고, 완벽한 무인 운영 솔루션이 등장해 출입부터 퇴실까지의 전 과정을 고객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는 셀프 운영이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먼 미래의 PC방이 어떻게 변해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겠지만, 이제껏 PC방 테크가 추구했던 ‘보다 효율적이고 편리한 매장 운영’이라는 목표는 더욱 높아질 것이고, 또 반드시 실현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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