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통권 35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여기 이미 PC방 하나를 시원하게 말아먹은 한 PC방 업주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서울 신천에서 처음 시작했던 PC방에서 쓰디쓴 실패의 맛을 보고, 지금은 구리시에서 ‘더체인지 PC방’을 다시 오픈해 운영하고 있는 우영화 사장 얘기다.

더체인지 PC방은 번화가 한복판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코로나19의 살인적 영향 속에서도 1,300원의 요금이라는 마지노선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 한 번의 실패와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노하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 사장은 <배틀그라운드> 프로팀 ‘팜PC e스포츠’을 운영하며 매장의 시그니처로 삼고, 업계에서 이견이 분분한 음식배달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등 과거의 PC방들과 다른 ‘the change’를 보여주고 있다.

우영화 사장과 함께 ‘더체인지 PC방’의 영화 같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만만찮은 PC방, 고배를 마시다
엄밀히 말해 우 사장은 PC방 업계 내공이 3년에 불과한 초보 사장이다. 또한 ‘더체인지 PC방’ 이전에 한 번 실패를 맛본 경험까지 있는 재수생이다. 나만의 사업, 나만의 가게를 갖고 싶어 지난 2017년 신천에서 시작했던 매장은 산더미 같은 빚만 남긴채 문을 닫았다.

그 유명한 <스타크래프트>도 모를 정도로 게임에 어둡고, 컴퓨터 하나 조립할 줄 모르는 겜맹컴맹 사장이 치열한 상권에서 베테랑 사장들과 경쟁하며 배겨낼 재간이 없었다. 더욱이 PC방 업계 특유의 진흙탕 싸움에서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던 것.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PC방은 약 반년 만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가슴 속 한켠에 자리한 PC방이라는 청운의 꿈 자체를 포기하진 않았다. 멀쩡한 직장을 박차고 나와서 시작한 인생 2막의 도전을 이런 식으로 마무리하고 싶진 않았다. 빚을 갚기 위해 발품을 팔면서 틈틈이 PC방 관련 정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무저갱의 기연, 팜PC방의 시작
우 사장은 스스로 생초짜임을 자각하고 ‘페타’ 편병선 사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도저히 혼자서는 이 난관을 해결할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편 사장은 업계에서는 이미 선수로 이름 높은 업주였고, PC방 내공을 전수해줄 적임자로 보였다.

다행히도 편 사장은 절박한 우 사장을 알아봤고, 둘은 사적으로도 코드가 통해 의기투합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기에 편 사장이 평소 친분이 있던 ‘비타민’ 김재문 사장까지 연결이 되면서 이 셋은 유비, 관우, 장비 같은 의형제 수준의 사이가 됐다고….

그리고 마치 도원결의처럼 ‘팜PC방 e스포츠’의 도전이 시작됐다. ‘팜PC방 e스포츠’는 이 세 명의 업주가 연합한 브랜드로, PC방 게임단을 만들어 e스포츠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세 업주의 매장 간판을 일제히 ‘팜PC방’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우 사장은 편 사장을 사사했다며, 지금도 진심으로 스승님처럼 생각한다고 말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사장 미운 사람이 PC방 업주였는데 지금은 가장 고마운 사람이 PC방 업주라고 한다.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어쨌든 뭐라도 해야
구리에서 매장을 오픈할 때 그는 그저 이 PC방 하나 잘 건사하자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래서 손님인 게이머들의 니즈에 맞춰 매장 환경을 구축하는 일에 집중했다. 손을 놓고 있다가 손님들이 줄어드는 경험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다.

FPS 게이머들이 좌우로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책상 폭을 넓혔고, 매장 조명의 조도도 낮췄다. 좌석 하나당 투입되는 비용이 오르지만 손님들이 원하니 듀얼 모니터에 대한 수요도 반영했고, 게이머들은 저마다 게이밍 기어에 대한 취향과 선호도가 다르니 이를 충족하기 위해 기어 대여도 시행했다. 아울러 좌석과 좌석 사이의 통로도 확실하게 확보해 이동에 불편이 없도록 했다.

이렇다보니 매장 확장공사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좌석은 84대에서 61대로 줄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게이머 손님들이 원하는 환경이 갖춰지니 충성도 높은 고객층이 자연스럽게 창출됐기 때문이다. PC방 업계에 널리 퍼진 PC 감축에 대한 공포에 대해서도 우 사장은 “게이머 손님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는 업주들이 가진, 실체 없는 계량적 공포”라고 일축했다.

손님이 원하는 환경을 갖추고 있으니 1,300원 요금을 고수한다는 자신감의 근원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수년 전 이 상권에서 출혈 경쟁으로 많은 매장이 사라졌고 요금 지키면서 살아남은 매장은 나 혼자다. 한번 버텨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앞으로도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코로나는 일종의 결과에 불과하다
한편, ‘더체인지 PC방’은 지난해 9월부터 먹거리의 매출 비중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매출 증대라는 절박함보다도 가만히 있기 싫다는 강박적 생각에서였다. ‘더체인지 PC방’의 배달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금도 PC방 업계에서는 PC방의 음식 배달을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우 사장도 “나도 PC방의 음식 배달 서비스에 회의적이다. 또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다”라고 말하면서도 “확신이 있어서 시작했다기 보다는 그저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움직인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반년이 흐른 지금, ‘더체인지 PC방’의 먹거리 강화는 결과적으로 성공적이다. 일단 매출이 엄청나게 올랐다. 황량하게 느껴질 정도로 거대했던 주방이 지금은 다양한 먹거리 상품을 소화할 수 있는 숨은 자원이었다. PC 이용료보다 훨씬 많은 돈이 우 사장에게 안겼다. 한 달 동안 발품을 팔며 먹거리 업체들을 만나고 씨름하고 설득했던 일련의 과정을 모두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미처 예측하지도 못한 시너지 효과도 있었다. ‘더체인지 PC방’은 20대 초중반의 진성 게이머 손님이 주요 고객인데, 이들은 PC 이용시간이 긴 편이다. 고퀄리티 음식을 갖추고 보니 기존 손님들의 먹거리 구입이 늘어나는 동시에 체류시간도 늘어난 것. ‘더체인지 PC방’ 역시 다른 PC방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박살났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는 이유다.

우 사장은 “이거 안했으면 PC방 두 번 말아먹었을 것 같다. 변화하고 끊임없이 뭐라도 하겠다는 마인드세팅의 중요성을 느낀다. 코로나는 폐업 혹은 생존을 가르는 분수령이 아니라 마인드 세팅의 시험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즐거움, PC방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동력
‘더체인지 PC방’의 한쪽에는 비밀창고처럼 숨겨진 공간이 있다. 바로 ‘팜PC방 e스포츠’ 배틀그라운드팀의 연습실이다. 배그팀이 매장 운영에 도움이 되는 부분은 일절 없지만 그저 즐거워서 하는 일이다.

처음에는 우 사장도 ‘팜PC방 e스포츠’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애초에 e스포츠에 관심이 없었고, 팀을 꾸려 대회에 출전한다는 생각도 당연히 없었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프로팀 운영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또한 스스로 경험도 실력도 없고, 팀원들을 위한 코치도 없었다.

하지만 팀의 기둥인 ‘야야바’ 권승번 선수의 불타는 열정과 동지 사장님들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두손두발을 다 들고 말았다. 우 사장은 “야야바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손님이었는데, 인성과 실력을 신뢰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 짓을 안했을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올해부터 팀이 궤도에 올랐다. 코칭스태프를 구성하고 대회에서 성적도 나오기 시작했다. 펍지가 개최하는 ‘PCS 한국대표 선발전’에서도 선전을 펼치고 있다. 밑바닥부터 기어올라오는 ‘팜PC방 e스포츠’의 천둥벌거숭이 같은 매력적 스토리에 주목하는 사람들과 도움을 주는 업체도 생겼다. ‘팜PC방 e스포츠’는 이왕 이렇게 된 거 국가대표를 목표로 정진한다는 포부다.

이제 막 마흔 줄을 넘긴 우영화 사장은 그저 즐거워서 하는 것뿐이라 한다. 그는 “젊은 친구들과 함께 호흡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일하는 재미를 느낀다. PC방의 외연이 확장되는 느낌도 좋다”라며 “즐거움은 돈과 명예보다 더 확실한 동력원이다. 다른 PC방 사장님들도 자신만의 즐거움 찾아 코로나를 극복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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