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35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국 우한에서 창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국내 유입된 이래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신천지로 인해 급격한 확산이 이뤄지는가 하면 곳곳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나타났다. 2019년에 처음 나타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그에 따른 감염증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줄여서 ‘코로나19’로 명명된 이후 학교는 개학을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고, 종국에는 전대미문의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마스크는 공급부족에 공적마스크 정책이 시행되고 급기야 5부제와 주 2매 제한 등의 고육지책까지 나왔다. 손소독제는 주요 재료인 알콜 생산·공급 부족으로 품귀현상이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이를 돈벌이에 악용하려는 사재기와 사기가 적발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전파를 막기 위해 행정명령까지 발동했으며, 의료계는 세계 최정상급의 진단키트를 개발·양산해냈고,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의 힘겨워하는 활동 모습은 국민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기업들은 앞다퉈 연수원 등의 시설을 보건활동을 위해 이용해달라며 개방했고, 이로 셀 수 없을 만큼의 기부 행렬이 이어졌다.

국민들은 서로를 배려해 마스크를 쓰고 악수를 피했다. 어떤 이들은 마스크를 만들어 기부하고, 자영업자들은 방역 장비를 구매해 매장을 소독하고, 정부의 행정명령을 지키기 위해 힘든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철에서 한 노신사가 마스크가 없는 청년을 보고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어렵게 구매한 공적마스크 하나를 건네는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자영업자들의 애환은 뼈에 사무친다. 유동인구 감소에 매출이 급격이 떨어지고, 불안과 근심으로 인한 ‘코로나블루’에 시달리는 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확진자 방문으로 영업장 일시 폐쇄에 위험지역 낙인이 찍혀 폐업 위기까지 내몰리는가 하면, 피해자인데도 확산지처럼 호도되는 무지에 피해를 보기도 했다. 폐업을 하려해도 대기자가 너무 많아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하는 슬픈 현실이 펼쳐져 있다.

PC방 업계는 확진자가 나오기 전부터 교육부가 위험지역으로 지목하는가 하면, 종교행사에 참석했다가 감염된 사람이 방문해 전파자가 생겼다는 이유로 감염의 온상으로 매도되고, 행정명령이 가장 강력하게 적용된 업종들 중 하나에 이름이 올라가는 등 온갖 핍박을 받았다.

코로나19를 대하는 민초의 시민의식은 가히 놀랄 만큼 성숙해 있었고, 희생과 봉사는 초일류였다. 반면에 리더십에 대한 냉철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PC방 협단체가 많은 일을 했다. 맞다. 주무부처 장관에게 규제보다는 캠페인과 지원을 통해 사회적 동참을 이끌어가자고 제언했고 실제 장관이 PC방을 방문해 현황을 경청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PC방에 맞춘 해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악은 피하자는 절박함에 현실적인 자율 캠페인을 내놓는가 하면, 피해지역의 PC방을 방문해 위생용품 제공 및 방역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물론 반발도 있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충족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생물학 박사이자 前 국립생태원 원장을 역임한 최재천 교수는 자타공인 리더십에 대한 정신적 멘토로 유명한데, 그는 리더십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직접 실천했다. 그래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최재천 교수의 리더십을 우리 사회 곳곳에 대입해보게 된다.

“리더는 여왕개미처럼 철학과 질서만 세우고 일은 완벽하게 군중에게 위임해야 한다” 리더는 방임이 아닌 정확한 목표에 자유를 줘야 한다는 말이다.

크게는 우리 사회에, 작게는 PC방 업계에도 리더들은 여럿, 아니 아주 많이 존재한다. 그 리더들이 과연 정확한 목표와 질서를 제대로 세웠는가 대입해보라. 또, 일을 완벽하게 군중에 위임하고, 그 과정에 자유를 보장했는가 대입해보라. 그 리더에 대한 실력과 평가가 태양 아래 돌처럼 냉정하리만치 그대로 드러난다.

“리더가 말을 하는 순간, 소속원은 말문을 닫는다” 말하기보다 듣기가 더 중요하다는 말, 제왕적 리더가 조직을 경직시킨다는 말과 궤를 같이 하는 말이다. 리더가 먼저 말을 하면 대부분 그에 따라가는 양상이 나타나게 되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능동적인 조직과 소속원의 능력을 제한하고 창의성과 효율성을 결여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리더의 혁신이 아닌 리더를 위한 혁신은 그 한계가 명확하다. 우리 사회와 PC방 업계의 리더들에게 묻는다. 자신에게 최재천 교수의 리더십을 대입해보고 그 결과를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라. 그래야 그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다. 지금 PC방 업계는 변곡점에 놓여있는데, 어떤 변화를 보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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