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3월호(통권 35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온라인게임들의 리마스터 버전 출시가 활발하다. 패키지게임들의 전유물이었던 리마스터가 온라인게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패키지게임들은 리마스터링을 통해 그래픽과 사운드를 일신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 이를 통해 과거에 게임을 즐겼던 게이머들에게는 추억을 선사하고 신규 게이머들의 유입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은 특성상 수년에 걸쳐 라이브 서비스를 지속하고, 이 과정에서 비주얼 업그레이드 패치가 수차례 수반된다. 때문에 새 옷으로 갈아입는 리마스터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온라인게임들이 리마스터를 발표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소식이 빈번하게 들려오고 있다. PC방 게임들의 리마스터링 동향을 살펴봤다.

여러모로 대단한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는 업계의 태동을 이끌면서 황금기를 열었고, 이후에도 오랜 세월 동안 함께 호흡하고 있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통해 양질의 비주얼 개선이라는 면과 PC방 과금 측면에서 리마스터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했다.

리마스터링은 알찼다. 오리지널 게임의 그래픽을 4K UHD 화질로 구현했으며 와이드스크린 지원, 고품질 오리지널 오디오, 한국어를 포함한 13개 언어 지원, 클라우드 저장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이밖에도 관전자 모드, 개인별 게임 기록 확인, 플레이어 프로필 기능을 더했고, 아나운서 추가 콘텐츠나 신규 스킨 콘텐츠 등을 내놓으며 호평을 받고 있다.

반면, 리마스터를 명분으로 강행한 과금은 PC방 업계가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블리자드는 과거 PC방 업주들을 상대로 판매했던 CD가 이제는 유효하지 않다고 했다. 무용지물이 된 CD를 들고 국회에서 하소연을 해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프리미엄 혜택도 게이머들을 PC방에 불러들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스타크래프트>는 PC방 게임들의 리마스터 계보에서도 제일 첫 번째 줄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여러모로 참 대단한 게임임에 틀림 없다.

그래픽은 끝판왕 <검은사막>
<검은사막>도 리마스터 관련해서는 할 말이 많은 게임이다. <검은사막>은 리마스터 이전에도 비주얼 부분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했지만 리마스터 이후에는 그저 최고다. MMORPG 중에는 경쟁 상대가 없을 정도다.

<검은사막>은 리마스터를 통해 진보한 그래픽 기술과 레이트레이싱을 적용, 보다 선명하고 생동감 넘치는 그래픽을 선사했다. 비디오뿐만 아니라 오디오도 리마스터가 적용됐다. 독일, 체코, 헝가리의 88인조 풀 오케스트라 등이 참여한 100여곡 분량의 새로운 배경음악, 60여 명의 성우가 녹음한 130개 NPC의 신규 음성도 게이머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국내 PC방 집객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

21년 만에 화장 고친 <리니지>
<리니지>도 지난해 ‘리마스터’라는 이름으로 화장을 고쳤다. 그런데 바뀐 것은 화장뿐만이 아니었다. 그래픽 외에도 인게임 전투, 모바일 스트리밍 플레이 등을 한데 묶어 서비스 21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업데이트로 선보였다.

<리니지>의 리마스터에서 가장 큰 특징은 1,920×1,080 와이드 해상도의 FHD 그래픽 업그레이드다. 기존 대비 4배 증가된 해상도와 2배 향상된 프레임으로 선명하고 생동감 넘치는 그래픽을 구현했다. 메인 콘텐츠인 ‘공성전’을 고려해 전장 시야를 넓히고, 캐릭터의 세밀함을 향상했다.

또한 ‘플레이 서포트 시스템(PSS)’으로 자동사냥 편의성을 높이는가 하면,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 ‘예티’를 통해 PC게임 <리니지>를 원격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PC방 프리미엄 혜택도 리마스터했다. PC방 사냥터에서 핵심 화폐인 ’드래곤의 다이아몬드(각인)‘을 획득할 수 있고, PC방 프리미엄 버프도 성능을 끌어올렸다. 리마스터 이후 PC방 순위 상승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리마스터가 드리프트로… <카트라이더>
<카트라이더>는 수년간 진행해오던 리마스터링 작업을 발전시켜 아예 별도의 타이틀로 내놓은 경우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카트라이더>의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포부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대중적인 캐주얼 레이싱게임을 지향하며, 콘솔과 PC의 글로벌 크로스 플레이도 지원한다. 언리얼 엔진 4를 활용한 4K UHD 고해상도 그래픽, HDR 기술로 생동감 있는 레이싱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PC방 황금기를 견인했던 원작의 업적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콘텐츠도 리마스터! <마구마구>
<마구마구>도 지난해 리마스터를 실시했다. 서비스 이래 최대 규모 업데이트였던 <마구마구>의 리마스터는 그래픽 퀄리티를 캐릭터의 세세한 표정과 관중의 움직임까지 표현했고, 간소화된 이용자 환경(UI, UX)으로 화면에는 꼭 필요한 기능만 배치했다.

게임 콘텐츠도 개선했다. 성장의 재미를 극대화한 ‘성장 시스템’, 성장 동기를 부여한 ‘이용자 등급 시스템’, 신규 유저를 배려한 ‘이용자 케어 시스템’, 플레이 외적인 재미를 강화한 ‘장비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처럼 알찬 내용에도 불구하고 PC방 점유율이 0.05%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 아쉬울 뿐.

리마스터의 반면교사 <워크래프트3>
세상 일이라는 게 으레 그렇듯 리마스터가 게이머들의 호평을 보증하진 못한다. 설령 그 게임이 <워크래프트3>일지라도….

<워크래프트3>가 워낙 이름값 높은 글로벌 게임사의 작품이고,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확보한 IP이기 때문에 출시 직전까지는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황당한 내용물이 들어있었다.

블리자드가 자랑했던 풍부한 캠페인 모드, 대대적인 개편을 거친 그래픽과 오디오, 배틀넷을 활용한 각종 기능, 창작물에 힘을 실어줄 새로워진 월드 에디터 등은 모두 기대 이하였다. 박진감이 사라진 이펙트, 텍스트 오류도 수정하지 않은 허술함, 에디터 약관 변경으로 인해 과욕이 드러났고, 심지어 홍보영상으로 공개됐던 캠페인 모드 컷씬이나 연출 등은 아예 사라져버렸다.

그동안 설렘과 호들갑으로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를 기다린 게이머들은 머쓱한 신세가 됐다.

2012년의 영광을 재현한다 <블레이드앤소울>
<블레인드앤소울>은 지난달 26일 신규 독립 서버 ‘프론티어 월드’를 오픈하고 그래픽 및 콘텐츠를 리마스터링했다.

프론티어 월드 서버에서는 언리얼 엔진 4로 향상된 그래픽, 변화된 전투 및 시스템을 즐길 수 있다. 사물의 움직임에 따라 광원이 반응하는 명암효과, 지형지물 및 날씨가 변화하는 모습, 캐릭터의 표정 및 머리카락 움직임 개선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변화된 캐릭터 성장 방식, 편리한 사냥 시스템,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 ‘예티’ 등이 적용돼 단순 그래픽 리마스터 이상의 작품을 완성했다.

<블레인드앤소울>은 지난 2012년 출시돼 비주얼 쇼크를 선사한 MMORPG로, PC방 데뷔와 동시에 전체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리마스터를 통해 그 때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프론티어 월드가 열린 지난달 말에는 PC방 순위 20위권 내 모든 온라인게임들의 사용량이 하락했지만 오직 <블레이드앤소울>만이 상승기류를 타고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권장사양이 CPU 인텔 i7/라이젠 7, RAM 16GB,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2060/라데온 RX 5600이라 PC 업그레이드 부담을 준다는 것이 흠결이라면 흠결이다.

마치며…
어떤 게임은 리마스터를 통해 주가가 하늘을 뚫을 기세로 치솟기도 하지만 또 어떤 게임은 리마스터 이후 세간의 혹독한 평가를 감내해야하는 처지가 되기도 한다. 지난 수년 동안 고착화된 PC방 게임 순위에서 ‘리마스터’가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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