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2월호(통권 35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웹젠의 행보가 남다르다. PC방 무인화 시스템 사업이라던가 매장 청소 대행 서비스라던가 PC방 업주만 이용할 수 있는 쇼핑몰 오픈 등 단순히 게임사라고 설명하기에는 독특한 면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게임사의 정체성이 희석됐냐면 그것도 아니다. ‘뮤’ IP(지식재산권)를 무기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또한, PC방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게임사의 온라인게임들이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선보일 수 있도록 퍼블리셔 역할도 수행 중이다.

웹젠이라는 회사를 새롭게 인식할 때일까? 판교에 위치한 본사를 찾아 웹젠의 PC방 사업을 총괄하는 국내사업2실 김종백 파트장을 만나봤다.

웹젠의 전방위적인 PC방 관련 사업 추진을 두고 어떤 PC방 업주들은 웹젠이 게임에서 손 떼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종백 파트장은 “전혀 아니다. 다만 웹젠의 자체 개발 온라인게임 출시 소식이 없다보니 PC방 사장님들은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웹젠은 게임 개발 및 서비스가 본연의 업무이며, 수익 대부분이 게임에서 나온다. 현재의 게임시장은 모바일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웹젠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웹젠의 PC방 관련 행보를 두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웹젠은 온라인게임 초창기부터 3D MMORPG <뮤 온라인>을 선보이며 앞서 갔고, PC방 업종의 전성기를 함께 한 회사다. 웹젠은 시장의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움직인 게임사였고, 최근 PC방 업계에도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으니 새롭게 움직이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것.

현재 웹젠이 진행 중인 크게 세 가지의 PC방 관련 사업은 무인화 시스템 사업, 매장 청소 대행, 온라인 쇼핑몰로, 이 역시 상기한 시각의 연장선 위에서 시작됐다. PC방과 뗄 수 없는 관계인 웹젠은 PC방의 변화를 읽고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준비에만 3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PC방 무인화 시스템’ 서비스는 우연히 방문한 한 매장에서 목격한 장면이 영감을 줬다고 한다. 오래된 매장이었는데 카운터 모니터 속에 여러 매장의 상황을 알 수 있는 CCTV가 있었고, 지금이야 특별할 것 없는 이 원시적인 관제 시스템은 당시 커다란 충격이었다.

일부 팀원들의 이견도 있었다. 이런 시스템은 장사가 안 되는 매장에나 어울린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시기에 PC방 키오스크 ‘선불결제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는데, PC방 운영의 애로사항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부담이 일부 해소되면서 업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이에 본격적으로 무인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PC방 무인화 시스템’ 서비스는 PC방 업주들의 큰 관심 속에 가맹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손님이 줄어 PC 가동률이 떨어지는 심야시간대의 인건비 지출을 줄일 수 있고, 원격으로 신분증을 확인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중앙 관제 시스템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가맹 PC방 업주들은 미성년자 확인 시스템에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난해는 ‘PC방 클린서비스’도 개시했다. ‘PC방 클린서비스’는 매장 실내 청소뿐 아니라 냉난방기, 책상, 의자 등의 부분크리닉까지 일괄 진행하고 검수와 사후 관리를 책임지는 전문 크리닉 서비스다.

청결한 매장은 기존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위생 상태를 이유로 PC방 이용을 주저하던 일부 여성 및 젊은 이용자들을 신규 고객으로 창출하는 효과까지 더해져 PC방 업주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만족도가 높다보니 인근 업주들의 문의와 신청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PC방 클린서비스’와 관련해 김 파트장은 “자랑만 늘어놓고 싶지는 않다. 클리닝 전문업체와 협업을 통해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비용 면에서 PC방 사장님들이 부담을 느끼는 면이 없지 않다. 앞으로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해나갈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 오픈한 ‘PC방 복지몰’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PC방 복지몰’의 기획 초기 단계에서는 PC방 업주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쇼핑몰로, PC방 운영에 필요한 기기와 물품을 저렴하게 제공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업주들의 기존 거래처를 빼앗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생각에서 기획을 수정했다.

바로 일정 규모의 이상의 회사들이 운영하는 복지몰에 착안한 것. 웹젠 역시 사내 복지몰이 있는데, 영화 및 공연, 여행과 상조 등 다채로운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PC방 업주들은 자영업자다보니 이러한 혜택을 누리기 힘들기 때문에 웹젠이 이를 대신한다는 정도로 접근 중이다.

김종백 파트장은 “PC방 사장님들을 만나보면 매장에 붙어있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 여행가는 것이 소원인 사장님도 있다”라며 “복지몰을 발전시켜 인력수급을 위한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구체적으로는 밝히진 않았으나 상기한 세 가지 사업 외에도 구상 중인 PC방 관련 사업이 많다고 한다. PC방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게임문화의 코어인데 아직도 사회적 이미지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아 많은 아쉬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PC방이 제 위상을 찾으려면 부단한 작업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게임사의 역할도 분명히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는 “이 업계에 들어와서 PC방 사장님들과 부대끼며 지낸 세월이 15년이다. 요즘 이렇게 힘든 시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분투하고 계신 PC방 사장님들을 위해 이런저런 것들을 하고 싶었다. 웹젠이 선보이는 일련의 서비스들로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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