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2월호(통권 34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19년도 어느덧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올해는 비수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매장이 속출하면서 전국 PC방 매장 수도 크게 감소했다. 매장 문을 닫은 채 매물로 나와 있는 PC방까지 감안하면 전체 규모는 약 9,000개 전후로 추정된다.

PC방 업계 전문가들은 매장 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매년 신작 온라인게임과 흥행작이 감소한 것을 빼놓지 않고 지적한다. 실제로 올해는 변변한 히트작이 PC방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현재 PC방 인기 순위 TOP10 내의 절반이 서비스 기간 10년이 넘어가는 게임들이고, 가장 최근에 출시된 게임이 2017년 <배틀그라운드>다. 이 때문에 일부 PC방 업주들은 신작 출시가 활발한 모바일게임이나 PC 패키지게임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봤을 때 납득할 수준으로 PC방에서 흥행한 작품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모바일게임 대세라고 하니까 전국의 거의 모든 PC방에 앱플레이어가 설치된 실정이지만 현실은 매장 내 점유율 1% 내외다.

지난해 막바지에 출시된 <로스트아크>가 정통파 온라인게임의 자존심을 지키며 집객력과 지구력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을 보면 ‘역시 PC방은 온라인게임으로 장사해야 하는구만’이란 결론이 더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이런 온라인이니 패키지니 모바일이니 하는 구분이 사라진다면 어떨까? 플랫폼 구분 없이 그저 게임들이 출시되는 것이다. 물론 이 신작 게임들은 PC방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PC에서 구동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이미 시작된 것처럼 보인다. 세계 최대 PC게임 유통 서비스 스팀(Steam)에 등록된 게임의 상당수는 PC게임인 동시에 콘솔게임이다. PC방 PC에 설치된 외산 게임 중 대다수는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 버전이 있다. 국산 게임도 멀티플랫폼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넥슨의 신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부터 펄어비스의 지스타 신작 3종(플랜8, 도깨비, 붉은사막)까지 전부 다 ‘멀티플랫폼이다.

콘솔게임 뿐만 아니라 모바일게임도 PC 버전을 서비스하는 추세다. 당장 엔씨소프트와 넥슨만 봐도 <리니지2M>과 <V4>의 PC 버전을 별도로 출시했다. 심지어 PC 유저와 모바일 유저를 분리하지 않는 ‘크로스플레이’도 지원한다.

양대 미들웨어 중 하나인 언리얼 엔진 4가 지난해부터 크로스플랫폼 자동 포팅 기능을 지원하면서 이러한 흐름은 이미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더 많은 소비자와 더 많은 매출을 원하는 게임사들의 목표와 맞물려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PC방 업계는 지난 2012년 <애니팡>의 등장 이후 모바일게임 때문에 온라인게임이 죽어버렸다는 진단이 주류였다. 온라인게임 죽인다던 모바일게임은 파죽지세로 날아오르는데 PC방 업주들 눈에는 ‘그림의 떡’이니 PC방 콘텐츠는 여전히 여백이 클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화제를 낳으며 출시한 <리니지2M>과 <V4>를 필두로 앞으로 신작 게임들의 크로스플랫폼 경향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제 드디어 PC방이 바랐던 판이 깔린 것. 2020년에는 PC방에서의 게임 소비 형태가 더욱 폭넓고 다양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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