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0월호(통권 34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이라 하면 PC와 인터넷 그리고 온라인게임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자면, 아니 어쩌면 이제는 가장 먼저 떠오를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먹거리’다. 세상 모든 것이 세월에 따라 조금씩은 변화되기 마련이고 그 가치도 달리 평가되고는 하는데, PC방 먹거리도 다르지 않다.

이제는 주객이 전도된 것 마냥 PC방 수익에 큰 공헌을 하고 있는 PC방 먹거리의 위상에서 알 수 있듯 퀄리티도 그 중요성이 높아졌다. 당연하게 이에 대한 환경과 입장도 변화돼 왔는데, 최근에는 가파른 인건비 인상이 발목을 잡는 형세가 됐다. PC방 부가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한 먹거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살펴봤다.

PC방은 IMF 사태 당시 수많은 가정이 위기를 극복하는 발로가 되기도 했고, e스포츠가 태동하도록 품어준 요람이기도 했다. 국민 PC가 보급되기 전까지 IT 발전과 문화 조성에 배지가 돼주기도 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대한민국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희귀한 도심 내 건전한 놀이문화로 자리매김했고, 장시간 이용이 가능한지 여부로는 사실상 유일하게 대중화된 놀이공간이다.

하지만 이런 PC방도 게임산업에 뿌리 일부를 내리고 있는 터라 갖은 오해와 책임전가 등에 내몰리며 질곡의 세월을 걸어왔다.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사행성 도박장 난립에 따른 불건전 업소 오해, 야간 청소년 출입 제한, 그에 따른 야간 청소년 단속, 그 와중에 피해자인 업주만 처벌하는 불합리한 법 구조로 인한 피해 확산, 청소년 고용 금지, 정화구역 적용, 전면 금연화, 셧다운제 간접 피해, 각종 군·청소년·사회 문제 발생 시 원인 외면하고 게임과 PC방에 책임 전가 등 모두 꼽을 수조차 없을 만큼 많은 뭇매를 맞아왔다.

더욱이 회복될 줄 모르고 계속되는 경기 침체는 영업의 어려움 외 출혈경쟁이라는 괴물을 낳았고, 이는 다시 먹거리를 부가수익원으로 재탄생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한없이 낮아진 PC 이용요금을 대신하기 시작한 먹거리는 한동안 PC방의 튼튼한 부가 수익원으로 성장해왔고 PC방의 트렌드를 크게 바꿔놓기도 했다.

주전부리 간식은 어느덧 식사 대용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분식점과 경쟁하는 단계가 됐고, 단순명료했던 음료는 어느덧 수십여 종으로 디스펜서 냉장고를 가득 채워 편의점과 경쟁하고 있다. 과거에는 생각도 못했던 핫도그는 이제 PC방 대표 먹거리 중 하나가 됐고, 에어프라이어 발전·보급으로 각종 튀김류와 치킨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먹거리의 고급화가 PC방의 새로운 흐름이 된 것이다. 먹거리의 퀄리티는 말 그대로 끊임없이 향상됐고, 새로운 레시피가 PC방 경쟁력 중 하나로 인정받는 상황이다.

퀄리티 향상을 위해 복잡해지는 레시피, 하지만 다시 간편 조리 중요해져
또 하나는 전문 조리사의 등장이다. 이는 레시피 간편화 흐름의 반대급부인 듯 하지만 그 맥은 같다. 그 목적이 먹거리 퀄리티가 오락가락하는 것을 막고자 함이고, 조리 과정과 난이도를 간편화할 수 없다면 아예 전문가를 고용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방법론의 차이일 뿐 먹거리의 퀄리티를 높이면서 이를 주요 수익원으로 특화하겠다는 취지는 동일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인천 송도의 한 특수몰에 위치한 e.STAR PC방은 먹거리에 대한 평가 하락을 막는 한편, 먹거리 매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 전문 쉐프를 고용했다.

공주시 공주대학교 앞에 위치한 엔터나인PC방과 청주시 상당구 성안로에 위치한 PC.tag PC방은 도시락 전문 브랜드의 도시락을 도입해 조리와 퀄리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식사시간을 노는 시간으로 바꾸는 효과까지 더해져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의 한 PC방은 일반음식점 운영 노하우를 살려 육류가 메인이 되는 먹거리를 전면에 내세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처럼 레시피 간편화 대신에 아예 외부 음식을 도입해 퀄리티와 인력 투입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아예 전문 조리사를 고용해 해법을 찾으려는 적극적인 노력도 나타났다.

항상성 유지가 관건
이러한 과정의 가장 큰 목표는 결국 항상성이다. 맛이 일정하고 손님이 과거에 경험했던 기억과 언제나 같은 결과물을 제공하기 위함인 것이다.

전문 쉐프를 고용한다면, 적어도 일관된 퀄리티를 유지하는 전문 음식 브랜드를 도입한다면 이 부분은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PC방이 전문 쉐프를 고용하거나 전문 음식 브랜드를 도입할 수는 없고, 상권에 따라서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결국 여전히 최적화된 레시피를 개발해야 할 필요는 남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PC방과 같은 형태에서 일정한 맛과 양을 유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분과 계량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재료를 정확한 분량이 들어갈 수 있도록 정량 계량을 해야만 일정한 맛을 유지하고, 또 재료비 즉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소스 등은 대량으로 만들어 항상 일정한 맛을 낼 수 있도록 하되, 이를 정확한 계량을 통해 나눠서 누가 요리를 하더라도 동일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놓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레시피 개발자가 직접 나서서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아르바이트생이 교체되더라도 계속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정확하게 소분 작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기지 말아야 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먹거리는 PC방 업종에 여전히 중요한 영역이고, 더욱 고퀄리티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급격한 인건비 상승과 소비자의 눈높이가 향상, 소확행 등 소비 목적이 명확해지는 흐름이 그대로 PC방 이용자들에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PC방은 각 상권에 따라 손님층이 조금씩 차이가 나타나는 만큼 하나의 정답으로 통일될 수는  없다. 하지만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보다 간편하게 조리해서 제공할 수 있는 먹거리 레시피가 요구되기 시작했고,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되든,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든 개발과 발전이 계속되어야만 인건비 문제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는 상황임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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