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9월호(통권 34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난은 겹쳐서 온다더니 올해는 게임사들이 줄지어 악재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PC방의 주요 콘텐츠인 온라인게임을 생산하는 게임사들이 대내외적으로 삐거덕거리면 PC방 입장에서는 곤란한 일이다.

유독 올해 들어 이런 소식들이 자주 전해져서 그렇지 흥행 신작이 멸종한 이유도 어쩌면 게임사들이 겪고 있는 위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게임사들이 게임을 만들고 운영하는데 쏟아야 할 기력을 위기를 극복하는데 전부 쏟았을 테니 말이다.

넥슨은 신작들이 잇따라 고배를 마셨고 기대를 모았던 프로젝트까지 중단하는 아픔을 겪었다. 블리자드는 지난해 블리즈컨에서 <디아블로 이모탈> 때문에 전 세계 게이머들의 반감을 샀다.

스마일게이트는 인기 모바일게임 <에픽세븐>의 운영과 보안 이슈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고, 라이엇게임즈는 신규 게임모드 TFT의 상업적 성공과 별개로 개발 창의성이 없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PC방 주요 게임사들의 이슈들을 정리해봤다.

넥슨, 이제는 '빅' 회사 아니야?
넥슨은 온라인게임에서는 굴지의 회사고, 거의 모든 PC방이 가맹했다고해도 무방한 메이저 게임사다. 아마 이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PC방 상위권 게임 절반을 넥슨표 게임이 차지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넥슨도 약점이 있다. 유독 모바일게임에서는 신작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 모바일게임에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는 PC방 업주라면 넥슨의 약점에도 관심이 없을 수 있다. 온라인게임으로 먹고 사는데 모바일게임이 흥하던 망하던 피부로 체감하기는 어려운 일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철옹성처럼 단단해보이던 넥슨의 온라인게임 왕국에도 균열이 생기는 모양이다. 지난 2011년부터 9년 동안 개발하던 MMORPG <페리아 연대기>의 개발이 중단됐다. <페리아 연대기>는 넥슨의 초창기 시절에 게임 개발을 주도한 정상원 부사장이 진두지휘하던 프로젝트였다. 1차 테스트가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진 못했지만 출시조차 못하고 결국 좌초됐다.

지난 8월에는 신작 AOS(MOBA)게임 <어센던트원>도 게임 외적인 잡음에 시달리다가 서비스를 종료했다. <어센던트원>도 <페리아 연대기>와 마찬가지로 간만에 나온 온라인게임이라는 점과 참신한 요소들을 대거 가미한 타이틀이라는 점에서도 아쉬움을 남긴다.

최근 넥슨은 회사 자체를 파네 마네 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외부에서는 추가적인 프로젝트 중단 및 스튜디오 폐쇄와 관련한 루머도 팽배해 내부와 외부 모두를 수습해야 할 판이다.

한편, 넥슨이 ‘개발 DNA’를 개발사로써의 역량을 강조한지도 수년이 흘렀는데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도 PC방 업계에는 ‘넥슨은 흥행 신작을 내놓는 회사’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상위권에 위치한 넥슨표 게임 대다수는 십수년 전에 출시됐다는 걸 감안하면 최근 소식들은 위태롭게 들린다.

블리자드, 겜심(game心)을 너무 못 읽네
블리자드는 한국 게이머들이 사랑한 게임사다. PC방 업계와는 정책상의 이유로 지속적인 불화가 있기도 했지만 게이머들에게는 호감을 사는 외국계 회사였다. 적어도 <오버워치>가 한국에서도 대박을 터뜨린 2016년까지는 그렇다.

그런데 이제는 블리자드를 보는 팬덤의 시각이 예전처럼 호의적이지 않다. 게이머들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불통의 이미지는 차치하더라도 게이머 감성 자체를 공감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디아블로 이모탈>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게임을 첫 공개하는 블리즈컨 2018 현장은 사건현장에 가까웠다. 양산형 모바일게임에 염증을 느끼는 코어 게이머들은 블리자드에게 최후의 보루 같은 역할을 기대했다.

블리즈컨 개막 전부터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IP로 대대적인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자극했지만 결과는 중국산 모바일게임이었다. 행사장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버렸고,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은 ‘싫어요’로 불타올랐다.

또한 올해 게임스컴에서 <디아블로 이모탈> 관련 소식이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외신에서는 개발 자체는 완성에 가까울 정도로 진척됐으나 게이머들의 눈치를 보느라 출시를 망설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을 찾아보자면 수습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알렌 브랙 사장은 “우리는 PC게임 개발사고 계속 PC게임을 만들고 투자한다. 지난 블리즈컨 당시 우리가 모바일게임만 만들 것처럼 비쳐졌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스마일게이트, 운영과 보안 둘 다 놓쳐
반년 만에 이렇게 극적인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어려울 텐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전성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온라인게임 <로스트아크>는 게임 시장의 주인공이었고, 모바일게임 <에픽세븐>은 2018년 최고의 작품으로 거론될 정도였다.

현재 <로스트아크>는 출시 초기에 비해서 PC방 사용량이 다소 줄어든 상태지만 <에픽세븐>의 추락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미미하다. 그만큼 <에픽세븐>의 약세는 기록적인 수준이다. 모바일게임 순위에서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던 과거가 무색하게 지금은 100위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캐릭터 소환에 투입되는 비용 대비 5성 영웅이 등장하는 확률은 턱없이 낮고, 소환 한 번에 33만 원을 요구하는 ‘월광 소환’이라는 요소도 게이머들의 반감을 샀다. 여기에 늦어지는 콘텐츠 업데이트 주기, 게이머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너프 일변도의 패치 등 운영 부분에서 실책을 거듭했다.

이렇게 게이머들이 지쳐가고 있을 때 방점을 찍은 것이 ‘치트오매틱 사건’이다. <에픽세븐>의 보안 상태가 최신 게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해 20년 전 에디트 프로그램 ‘치트오매틱’으로도 얼마든지 조작 가능한 사실이 드러난 것.

허술한 보안과 별개로 이번 사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도 문제는 많았다. 불법 사용자를 제재하겠다고 공지했으나 실제로는 제재가 이뤄지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는 유령 아이디를 제재했다고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게이머들은 이번 사건에 대처할 방법이 없거나 혹은 사건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스마일게이트는 유저간담회까지 열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급한 불만 껐지 게이머들의 답답한 마음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기본기 탄탄한 게임을 오래 끌고 가는 운영역량이 절실해 보인다.

라이엇게임즈, 개발 창의성 없다는 딱지 붙나?
<리그오브레전드>의 신규 게임모드 ‘전략적 팀 전투(이하 TFT)’는 출시 이전부터 화제를 몰고 다녔다. 게이머들의 관심을 방증하듯 업데이트와 동시에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고, 밸런스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지만 여전히 인기는 높다.

그런데 ‘TFT’의 이런 인기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TFT’를 단순히 <리그오브레전드>의 신규 게임모드로 보지 않는다. 대형 게임사가 소형 게임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고 자신의 IP 파워까지 더해서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다고 보는 것이다.

<도타 오토체스>는 중국의 인디 개발팀이 아이디어 하나로 대박을 쳤고, 이는 비단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 현상이었다. 그런데 게임업계의 공룡인 라이엇게임즈가 점잖치 못하게 베껴버렸고, 흥행까지 성공했다.

그래서 극단적인 게이머들 중에는 “리그오브레전드는 태생적으로 도타 표절작에 불과하다. 롤토체스는 자연스러운 동생이다. 애초에 라이엇게임즈는 창의적으로 개발한 결과물이 없는 회사다”, “라이엇게임즈가 새로운 IP의 신작을 만들고 있다는 루머는 많았지만 현재 실체가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원래 창의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등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물론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분명 비슷한 요소들이 많지만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는 것. 도의적인 비난을 할 수는 있어도 ‘자동 전투’ 장르에 대한 특허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라이엇게임즈에 대한 비판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TFT’의 표절 여부에 대한 결론이야 어찌됐든 그동안 게이머들 사이에 좋은 이미지를 새겨왔던 라이엇게임즈로서는 이런 눈총이 제법 뼈아프게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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