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와 학회가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해 과거부터 있던 게임이 플랫폼이 바뀌었을뿐인데 중독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5월 28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김성원 의원 주최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가 개최됐다.

김성원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의학계에서도 참가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지적하는 성토의 장이 됐다.

이번 긴급 토론회에는 이번 사태의 소관 부처 가운데 하나인 보건복지부가 참석하지 않았다. 반대로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토론회에는 문화부와 게임업계가 일체 참석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나왔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나리오를 다 짜놓고 들러리로 와달라는 토론회에 가봐야 결과만 더 안 좋아질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게임업계에서 정부 부처의 행보에 대해 이처럼 날을 세워 비판한 것은 한손에 꼽힐 만큼 드문데, 그만큼 이번 보건부의 행보가 매우 시대착오적이고 불손한 목적이 내포돼 있다는 분석에 기인한 것이다.

임상혁 게임법과정책학회장은 WHO의 권고안을 보건부가 앞장서서 받아들이기 위해 마련한 토론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만큼 정치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국무조정실 주도 정책토론회를 주최해야 한다고 보건부의 편향성과 목적성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전영순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건국대학교 충주병원)은 게임 자체만으로는 중독 판단이 어렵고, 동기와 환경 등 많은 연구와 조사가 뒷받침돼야 하며, 치료적 측면이 아닌 관리적 측면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소견을 밝혔다. 의존 현상을 이해하는데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로, 심리, 사회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어 학부모에게 자녀 통제 가능 여부를 제공하는 있는지 돌아보라고 1차적 해결방법을 조언했다.

게임개발자 출신인 김성회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신생문화가 거치는 신고식의 일종이라고 보는데 과하면 모든 것을 망친다는 말로 질병코드 분류 자체를 잘못된 행태로 규정했다. 특히 관계 부처가 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현 세태에 대해서는 게임산업을 만만하게 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축구 때문에 차량이 불타고 전쟁까지도 벌어진 역사가 있지만 누구도 축구가 위험하고 사회악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며 게임을 중독으로 치부하는 것은 인관관계 혼동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게임을 축구나 윷놀이처럼 놀거리 중 하나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한국 게임업계에 지적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대표되는 사행화 우려와 관련해 게임업계의 자정과 자성이 절실하다고 비판하고, 게임다운 게임을 만들어 (이미지를 쇄신해)달라고 주문했다.

다행히 이날 토론회와 별도로 정부는 사회 각계 각층의 전방위적 반발을 의식한 듯,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복지부, 문화부) 차관회의를 개최하고,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게임 질병코드 분류를 시작으로 게임업계로부터 기금을 징수하려고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복지부가 아닌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민관협의체가 구성돼 균형잡힌 토론과 정책회의가 이뤄진다면 보다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적어도 복지부와 의학계가 돈을 노리고 전 세계 최초로 게임질병 코드분류를 도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의혹은 해소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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