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5월호(통권 34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년 중 가장 극심하다는 4월 봄 비수기가 지나갔다. 어린이날 등의 휴일이 포진해있는 가정의 달 5월에는 다소 나아진다고는 하지만 6월말이 되기 전까지는 퍽퍽하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비수기라고 해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순간 그나마 있던 단골마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비수기는 성수기를 대비하는 시기로 활용해야 하며, 먹거리 메뉴 개편 또한 그의 일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먹거리가 PC방의 부가 수익원으로 등장한 이후 그 상품의 종류와 퀄리티가 크게 발전했다. 먹거리가 PC방 경쟁력의 한 측면으로 성장한 것으로, 소비 트렌드 변화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때로는 공급과 수익률에 따른 변신이기도 했다.

이유야 어째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그 변화가 항상 존재해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간단한 스낵, 사라진 배달음식
PC방 태동기인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PC방에는 간단한 스낵류가 대표적인 먹거리였다. 무언가 좀 더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배달음식을 빼놓을 수 없지만, 먹거리가 부가 매출원으로의 역할이 확대되면서부터 배달음식은 사라졌다.

PC방 먹거리의 기본 중의 기본인 스낵류는 마진이 높지 않지만 보관이 용이하고 가격대가 낮아 넓은 소비자층을 상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오래 동안 폭넓게 도입돼 왔다.

PC방 내 체류시간이 길어지면서 먹거리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이는 곧 다양한 먹거리의 공급으로 이어지게 됐으며, 이러한 먹거리의 다변화가 보관 혹은 조리 기구의 변화를 이끌었다.

처음에는 음료 보관을 위한 냉장고로 시작해 햄버거나 건어물 등을 데우는 용도의 전자레인지가 등장했고, 이후 겨울철 따뜻한 음료를 판매하기 위해 온장고까지 도입됐다.

본격 조리의 시대로, 즉석 라면 조리기 등장
배달음식이 사라지면서 먹거리는 PC방의 부가수익원으로 온전히 자리매김하게 됐다. 당연하게도 먹거리의 종류와 퀄리티는 빠르게 발전하게 됐고, 기성품 판매에 이어 본격적인 조리 과정이 더해지는 시대로 넘어갔다.

가장 기본적이면서 대표적인 메뉴가 바로 끓인 라면인데, 아예 즉석 라면 조리기가 등장하면서 PC방 이용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PC방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즉석 라면 조리기는 몇 차례 개량을 거치면서 완성도를 높였고, 이제는 편의점까지 도입되는 등 매우 친숙해졌다.

컵라면의 역습, 식파라치의 등장
먹거리가 PC방의 부가수익원으로 거칠 것 없이 확대되다가 갑작스럽게 제동이 걸렸다. 2010년 4월 당시 보건복지가족부가 휴게음식점 등록을 하지 않은 업소에서 컵라면에 물을 부어주는 행위조차 불법으로 규정하는 한편, 종이컵을 사용하는 커피자판기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식파라치가 성행했고, 그에 따라 먹거리 판매가 상당히 위축되기도 했다.

식파라치 사태는 15개월만인 2011년 7월 보건복지부가 컵라면에 물을 붓는 것은 조리행위가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놓고 이를 전국 지자체에 공문을 발송하면서 일단락됐다. PC방 단체가 총리실 옴부즈만과 보건복지부에 지속적으로 해명·건의한 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PC방 업계에는 휴게음식점 등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아예 휴게음식점으로 등록하고 보다 제대로 된 먹거리를 판매해 수익을 극대화하자는 마케팅 전략이 널리 확산되면서 PC방의 먹거리가 간이에서 조리로 본격 전환된 것이다.

“여름엔 아이스크림, 겨울엔 어묵” 계절상품의 등장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계절상품도 등장했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겨울에는 온음료와 어묵 등이 도입된 것인데, 편의점에서나 볼법한 온장고나 빙과류 냉동고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빙과류 냉동고는 주변기기 청소와 고장 등의 이유로 도입이 크게 확산되지는 않았고, 오히려 앞서 편의점에서 크게 유행한 얼음컵이 PC방에 도입되면서 여름 먹거리의 대표주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온장고는 폭넓게 확산돼 겨울 먹거리 매출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 트렌드에 따라 성공한 먹거리 상품을 PC방에 도입해 방문객들의 취향에 맞춰 개량해나가는 단계까지 넘어가고 있다.

PC방 조리 과정의 급성장
급격하게 늘어난 1인 가구의 영향이 사회 전반에 나타나기 시작하자 PC방도 조리 과정이 급성장했다. 일반식당에 준하는 수준의 레시피를 마련해 음식을 직접 조리하기에 이르렀고, 메뉴도 라면에서 돈까스, 덮밥, 핫도그 등으로 다양해졌다.

물론 인건비 문제나 규모와 매출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매장을 겨냥해 잘 만들어진 간편식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사실 PC방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1인 가구를 겨냥한 완성도 높은 간편식이 개발·출시된 것이지만, 그 고객층이 겹치면서 PC방 전용상품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PC방에 잘 맞아떨어지면서 간편식의 도입·판매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을 겨냥한 간편식이 여러 브랜드에서 출시된 상태이고, 지난 2017년부터는 1인 가구 및 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체를 겨냥한 간편식 박람회까지 개최되고 있어 이러한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숍인숍 등 전문 브랜드 입점으로 고급화
간편식의 발전만큼 많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 바로 전문 브랜드의 숍인숍 입점 혹은 가맹이다. 먹거리 전문 브랜드의 숍인숍은 이미 2009년부터 또렷한 움직임이 나타났는데, 메뉴도 아이스크림, 핫도그, 샌드위치, 돈가스, 커피, 치킨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가장 확실하게 정착된 메뉴는 핫도그와 커피류를 꼽을 수 있는데 뉴욕핫도그앤커피, 스테프핫도그, 도니버거, XOXO핫도그앤커피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치킨 업계 1위인 BBQ가 PC방 진출을 위해 전용 메뉴와 조리 과정까지 만들어 가맹 유치에 나서 300호점을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숍인숍 방식은 해당 먹거리 브랜드가 사전에 이뤄놓은 인지도와 완성도를 활용해 소비자의 신뢰와 소비 성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과 그로 인한 먹거리 상품의 차별화가 쉬워진다는 장점이 크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널리 시도되고 있다.

PC방 전문 브랜드 및 PB 상품의 등장
이미 널리 알려진 기성 먹거리 브랜드뿐만 아니라 PC방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브랜드도 다수 생겨났다. 가깝게는 PC토랑과 XOXO핫도그앤커피 등이 있으며, 완벽한라면과 같은 PC방 전용 PB 상품까지 출시됐다. 그만큼 PC방 시장만의 특수성이 존재하며, 그 시장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

먹거리가 부각되는 젊은 소비 트렌드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가 먹거리에 집중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소확행, 워라밸 등의 방향성이 생기면서 잘 먹는 것에 대한 가치를 높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먹방의 유행, 혼밥족의 확대 등에서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PC방은 이러한 흐름과 넓은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 PC방이 먹거리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이유이자, 먹거리가 PC방의 주요 부가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한 까닭이다.

지난 2년 사이 야간 부분 무인화가 PC방 업계에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는 사이 그 실행 가능 여부를 가름하는 두 허들이 청소년 출입 관리와 먹거리 판매 여부였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현대인들의 먹거리에 대한 욕구와 소비가 감소하지 않는 한 먹거리에 대한 니즈와 시장성은 늘면 늘었지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먹거리를 얼마나 PC방 환경과 현실에 맞게 개량하고 흡수해내냐가 PC방 경쟁력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가 먹거리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고,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할 필요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