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34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업주가 알바를 구할 때 겜잘알 지원자를 우대한다는 항목이 들어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PC방 알바 일과 겜잘알이 무슨 관련이 있길래 뭔 가산점을 준다는 소릴까 싶겠지만 일단 좀 들어보자.

 
‘겜알못’이 게임 알지도 못하는 놈을 일컫는 단어라면 그 반대는 게임 잘 아는 놈 즉 ‘겜잘알’ 정도가 되겠다. PC방은 게임과 무척 밀접한 업종이기에 겜잘알이면 PC방 알바로 유리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동안 PC방 업주들은 알바의 자질 중에 겜잘알을 고려해본 일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PC방 알바의 덕목으로 빠릿빠릿하게 청소를 한 번이라도 더 하고, 장부에 기입된 돈과 돈통에 있는 돈을 일치시키는 능력을 꼽을 순 있어도 게임을 잘 안다는 것은 코웃음 나오는 능력일 뿐이었다.
 
그런데 스팀이 이런 풍토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밸브코퍼레이션은 올해부터 스팀 PC방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이 스팀 PC방 서비스는 가맹 PC방 업주가 자신의 매장에서 스팀 게임을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하는 사업으로, 그동안 게이머들만을 고객으로 여기던 스팀의 영업 방식과 사뭇 다른 내용이다.
 
스팀의 이런 사업이 최근 언론의 주목을 끌고 있지만 외산 패키지게임을 활용하는 PC방이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배틀필드4>, <길드워2> 등을 매장의 아이콘처럼 내세워 이 게임을 즐기는 매니아들에게 성지 역할을 했던 PC방이 대표적이다.
 
굳이 <배틀필드4>나 <길드워2>처럼 PC방 메인스트림과 매우 동떨어진 게임이 아니더라도 <월드오브탱크>나 <도타2> 혹은 <레인보우식스: 시즈> 같은 PC방 무과금 게임을 타겟팅해 매장의 주력 게임 반열에 올리는 경우는 여전히 존재한다. 비주류 게임을 플레이하는 매니아들의 오프라인 커뮤니티 즉 아지트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다.
 
체감하기 어렵다면 PC방 순위 2위인 <배틀그라운드>를 떠올려보자. <배틀그라운드>가 PC방 주류게임으로 올라서기 훨씬 이전에 징후를 감지하고 ‘배틀그라운드 최적 매장’을 자처한 매장들이 있었다.
 
이들은 PC방 업계가 아직도 회자하는 ‘배그 열풍’을 미풍 때부터 쾌재라 불렀던 매장이며, 이런 PC방 업주는 <배틀그라운드>에 주목하며 올린 게시물에 다른 PC방 업주들이 달았던 조롱의 댓글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억할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겜잘알은 이런 식으로 PC방을 운영하는데 가장 필요한 자질이다. ‘요즘 어떤 게임이 재미있다’, ‘이 게임이 매니아들한테 호평이다’, ‘희귀한 스팀게임 하는 손님이 이번주에 몇 명 왔다’ 정도의 정보력을 가진 겜잘알 말이다. PC방 업주가 매장에 상주하지 않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알바의 이런 말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밸브의 스팀 PC방 서비스가 아직은 흐릿한 윤곽만을 드러낸 상황이라 PC방의 대응 방법을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급변하는 게임 동향과 관련해 PC방 업주가 해야 할 일은 ‘비록 내가 PC방 업주지만 게임 트렌드는 잘 모른다’라고 명심 또 명심하면서 겜잘알 매니저들이 보고하는 스팀 게임들을 취사선택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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