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대란으로 인해 일명 ‘그레이’라 불리는 병행수입제품 점유율이 크게 늘고 있다.

인텔 CPU 가격 폭등 현상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정식수입품과 병행수입품의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 PC방 컴퓨터 납품 전문 업체 관계자는 “인텔 CPU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그레이 제품을 선택하는 PC방이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정식수입과 병행수입의 판매 비율이 2:8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을 때는 서비스나 혜택 면에서 유리한 정식수입품을 선호했지만, CPU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병행수입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

병행수입품은 문제 발생 시 국내 서비스 센터를 통해 AS를 받을 수 없어 유통 업체를 통해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심지어 구입 후 1개월이 지난 뒤부터는 RMA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행수입품에 대한 PC방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가격 때문이다. 모델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PC방 시장에 대량으로 공급되는 트레이 가격을 기준으로 적게는 18,000원에서 많게는 20,000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낱개 가격에서의 금액 차이가 이렇다 보니 대량 구매하는 PC방이 병행수입품 구입으로 얻는 금전적 이득은 수백만 원 규모로 커진다. AS에 대한 리스크를 감소하더라도 PC방이 그레이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게다가 CPU는 다른 PC 부품과는 다르게 사용 중 발생하는 불량률이 매우 낮아 사실상 초기 불량이 아니면 대부분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한데, 이런 특징도 PC방이 AS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시장 분위기를 두고 한 PC방 업계 관계자는 “PC방이 주로 구입하는 트레이 제품은 정품이라 해도 1년간만 보증된다. 병행수입품의 경우 RMA를 통해야 하지만 1년간은 보장받을 수 있다. 결국 AS 조건이 비슷하다면 가격이 저렴한 병행수입품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인텔코리아가 PC방의 정식수입품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병행수입품에 버금가는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제시하거나 금액 차이를 상쇄할 수 있는 매력적인 프로모션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인데, 물량 공급마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PC방을 배려하는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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