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5월호(통권 33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4월은 희뿌연 황사만큼 답이 없는 한 달이었다. 주간 PC 가동률은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걸었고, 평일과 주말 가동률은 각각 20%선와 30%선이 무너져 매서운 봄 비수기를 다시금 실감해야 했다. PC방 업계 전체가 한 달 내내 앓는 소리를 내느라 바빴다.

비수기가 되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죽는소리야 PC방을 포함한 모든 업종에서 공통된 무조건 반사 같은 현상이지만 PC방 업계에서 나오는 죽는소리는 다른 업종과 구분되는 독특한 음색이 있다. 또 PC방 업주 열에 아홉은 죽는소리의 레퍼토리가 유사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PC방 업계의 이런 현상을 굳이 정의하자면 ‘목지상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목지상주의자인 업주는 매장이 갖춰야 하는 유일한 경쟁력이 입지조건이라 말한다. 따라서 매출이 잘 나오지 않는 원인은 목이 나빠서 그렇고, 이런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 역시 목 좋은 곳으로 옮기는 것뿐이라는 결론을 도출한다.

그런데 지난 7년간 대한민국 곳곳의 많은 PC방을 취재하면서 업주들을 만나본 경험에 비춰보면 우리나라에 목 좋은 PC방은 정말 흔치않다. 자신의 매장이 목이 좋다고 얘기한 업주는 그야말로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언제나 자신의 매장이 아닌, 동네 어디에 있는 목 좋은 PC방을 이야기하면서 부러워한다. 재미있는 점은 목 좋은 매장이라고 해서 가보면 또 손님이 많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물론 PC방 사업에서 목이 좋다는 것은 엄청난 이점이다. 충성도 높은 단골을 만드는 것이 지극히 어려운 PC방 업종의 특징을 감안하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뜨내기손님을 끌어들이는 것만큼 영리한 영업 전략도 없기 때문이다.

‘손님이 넘치는 목 좋은 매장’은 내 손님을 어딘가에서 빼앗았다는 허황된 상상력의 결과물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그래서 목지상주의를 외치는 PC방 업주에게 하루쯤 시간을 내서 목 좋은 매장을 발로 찾아가 육안으로 실상을 확인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영세 PC방 업주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매장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길어졌기에 어려운 일이란 것을 알지만 그래도 굳이 추천하고 싶다.

또한 여러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PC방 업주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최근 몇 년 사이 PC방 업계에는 매장에서 직접 근무하는 업주가 아닌, 지분 투자자 같은 성격을 가진 업주들이 증가하면서 자신의 매장에 갈 일이 줄어든 업주가 늘고 있어서다.

양극단에 있는 두 부류의 업주 모두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다. 전자는 내 매장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후자는 매장에 가지 않으니 현장감이 현저히 떨어진다. 따라서 내 매장과 저 매장의 차이는 지도상의 위치 말고는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일명 ‘목 좋은 PC방’도 또 두 종류로 나뉜다. 손님이 많거나 혹은 적거나다. 매장 상태도 너저분하거나 혹은 깔끔하거나 두 가지다. PC 사양이나 게이밍기어 같은 시설 측면도 구질구질하거나 혹은 빠릿빠릿하거나 두 가지고, 알바의 근무태도 역시 건성이거나 혹은 열심히거나 두 가지다.

이런 차이는 ‘목’이라고 표현되는 입지조건과는 무관하다. PC방 영업에 기본적인 체크포인트를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따라 확연히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PC방은 음식물로 인해 생긴 마우스패드 얼룩, 앞서가는 PC 사양, 사용자의 의지대로 잘 움직여주는 키보드와 마우스, 먼지가 뽀얗게 쌓인 모니터, 정갈하게 관리된 의자, 공용 PC에 어울리지 않게 설정된 웹브라우저, 잘 훈련된 알바생 등이 온통 뒤섞일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중에서 무엇을 취사선택해서 내 매장을 만들어 가느냐가 PC방 업주의 실력이며, 실력은 결코 ‘목’의 문제로 환원되지 않는다. 실력과 실행력을 갖춘 업주만이 목에 목매지 않고 비수기를 버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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