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2월호(통권 32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일명 키보드 ‘샷건’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PC방 업주들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샷건’과 관련된 PC방 업주들의 제보나 문의가 한 달에 두세 건은 꼭 있을 정도니 실제 현장에서 키보드가 박살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볼 수 있다.

‘샷건’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행동양식을 문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PC방 업계에서는 키보드를 냅다 내려치는 손님이 케케묵은 골칫거리였는데 이제는 거대한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으니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 PC방에서 만날 수 있는 진풍경, 한국 게이머들의 문화로 자리잡을 지경이다.

PC방 업주들 중에서도 ‘샷건’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경우는 있다. 비싼 돈을 들여 장만한 키보드가 고장나고, 키감이 나빠지고, 흔들리는 책상, 갑작스런 소음, 주변 손님들의 불만, 소란스런 매장 분위기 등의 문제는 PC방 업주에게 좌시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들의 매장에 대한 만족도를 저하시킨다는 사실도 차지하기 곤란하다.

이렇게 강경한 대응으로 ‘샷건’ 격발 빈도를 줄인 매장이 있다면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샷건’이 줄었을 뿐 사라지지는 않았다. 총구를 떠난 탄환은 반드시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기 마련인데 ‘샷건’ 손님의 엉덩이를 힘껏 걷어차 매장 밖으로 내쫓아버렸다고 하더라도 탄흔은 내 매장 어딘가에 남아 있다.

탄흔은 보통 불량한 키감, 축 고장, 부러진 키보드 다리 같은 형태로 남는다. 이런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지 않는다면 샷건 총잡이를 내쫓음으로써 달성하고자 했던 다른 고객들의 매장 만족도 향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부정적 효과도 뒤따르게 된다.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발표한 ‘깨진 유리창’ 이론은 뉴욕 지하철의 중범죄를 60만 건에서 15만 건으로 줄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찰 인력을 대거 동원한 순찰과 단속이 그동안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거의 기적에 가까운 결과였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간단하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에서 범죄가 확산된다는 논리로, 사소한 흠결일지라도 방치하면 문제가 크게 번질 공산이 크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샷건’의 영향으로 키보드 다리가 없거나 키감이 멀쩡하지 않다면 PC방 고객은 이 매장의 키보드는 적극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물품이라는 인상을 받기 십상이다. 또 이미 고장난 키보드니까 ‘샷건’을 해도 무방하다는 격려(?)로 작용할 수도 있게 된다.

제임스 윌슨의 말을 들어보자. “건물의 유리창 하나가 깨진 채 방치되어 있다면 다른 유리창도 곧 깨질 것이라는데 심리학자와 경찰관은 동의한다. 이런 경향은 부촌이든 우범지역이든 다르지 않다. 깨진 유리창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더 깨는 것에 대해 아무런 부담이 없다.”

불행히도 PC방 업주는 ‘샷건’을 분노조절장애라고 진단할 수 있는 자격도 없고, 기물파손으로 입건해 처벌할 수 있는 자격도 없다. 다만 ‘샷건’을 비난할 충분한 명분과 매장을 관리할 행동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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