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대하지만 정작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가치, 이제 꺼내들어야
상태바
[사설] 거대하지만 정작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가치, 이제 꺼내들어야
  • 승인 2017.12.22 12:30
  • 최승훈
  • editor@ilovepcbang.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月刊 아이러브PC방 12월호(통권 32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 사회에 PC방이 모습을 드러낸 지 어느덧 20여 년이 흘렀다. 강산이 두 번 바뀔 세월 동안 PC방은 기술적으로 고도화돼 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용요금은 점점 퇴보해 단세포로 돌아갈 지경에 이르렀다.

본디 단어 혹은 사물의 앞뒤에 따라 붙는 수식어들을 살펴보면 그 단어나 사물의 성격을 잘 알 수 있는데, 이는 그 본질을 투영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PC방에 따라 붙는 수식어나 설명들을 살펴보면 PC방이 그간 걸어온 행보와 그에 따른 가치를 살펴볼 수 있고, 현재와 미래의 그것도 그대로 내다볼 수 있다.

외환위기 때 오히려 창업 붐을 일으킨 새로운 업종, 인터넷과 컴퓨터 이용자 확산의 일등공신이라는 설명에서 PC방이 대중에 확대된 시기의 사회적 현상과 그 과정에서 갑자기 직장을 잃은 명예퇴직자들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창업한 업종으로의 PC방 역할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또 고속 인터넷 및 일명 ‘국민 PC’가 보급되기 직전과 초기에 PC방에 대한 대중의 소비 형태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PC방을 일명 ‘게임방’으로 인식케 하는 게임 역시 PC방과는 뗄 수 없는 공생관계다. 온라인게임 흥행의 절반 이상은 PC방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또 이스포츠가 PC방에서 태동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유저는 없을 것이다. 물론 흥행작 덕에 PC방 영업이 흥했으니 공생관계임은 분명하다.

이제는 다양한 먹거리와 선불결제기가 대중의 인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출혈경쟁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결과적으로 먹거리가 수익원이 됐고, 인건비 부담은 줄이면서 운용·관리가 편리하도록 자동화가 이뤄졌다. 자동화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선불결제기 보다 노하드솔루션이 더 먼저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것은 직접 접촉하는 선불결제기가 PC방 자동화의 첨병으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 수년 간 전면금연화나 모바일게임 시장의 급성장 등 PC방으로서는 고난의 가시밭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게임 시장도 다시 온라인게임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흡연자들의 흡연실 문화도 나름 잘 잡혀가고 있다.

실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2개월간의 게임사 마케팅 지출 추이를 집계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온라인게임의 마케팅 비용이 전년도 동기 대비 9.26%나 증가했다. 또 마케팅 대상, 즉 마케팅 플랫폼 역시 PC 온라인 DA에 대한 의존도가 다시 높아졌다.

통계지표 뿐만 아니라 여전히 게임의 흥행에 PC방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방증되곤 한다. 당장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기존 패키지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한편, 별다른 PC방 혜택을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과금을 강제하는 등 반PC방 정책을 펼쳤다가 앤솔로지보다 점유율이 낮아졌다. 통상 게임은 새로운 업데이트가 이뤄지면 점유율이 상승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반면, 다양한 모범 사례를 만들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는 신흥 강자들의 등장 속에서도 입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세계적인 히트작이자 PC방 인기순위 1위에 등극한 <배틀그라운드>는 PC방에서 추가 과금 없이 서비스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블리자드가 반목을 감수하면서까지 PC방에 납득할 수 없는 행보를 걷는 이유는, 라이엇게임즈가 모범적인 운영을 통해 PC방에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진 이유는, 엔씨소프트가 <블레이드앤소울>을 부분유료로 전환하면서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급격하게 확대한 이유는, 카카오게임즈가 <배틀그라운드> 한국 서비스의 핵심을 PC방으로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PC방이 그만한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치를 대하는 사상과 태도만 다를 뿐이다.

PC방 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가치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95% 이상이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가 한 공간 안에 모여 있다는 사실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역대급 근접식 마케팅이 가능한 거대 플랫폼이다.

PC방은 그 가치를 예전에도, 지금도, 또 앞으로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를 얼마나 유지하고 발전시킬지, 또 얼마나 자각하느냐는 오롯이 PC방 업주들에게 남겨진 과업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