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 건너 불과 발등에 떨어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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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 건너 불과 발등에 떨어진 불
  • 승인 2017.11.26 11:10
  • 문승현
  • press@ilovepc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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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 아이러브PC방 11월호(통권 32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업무 특성상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직업병 같은 버릇이 하나 생겼다. 대상들의 공통된 인상을 하나로 묶어서 인식하고 기억하는 습관 같은 것이다. PC방 업주가 게임사를 ‘빨대’, 손님을 ‘진상’, 알바를 ‘뺀질이’라는 이미지로 개념화하는 것과 비슷하다. 필요에 의해서든 무의식적로든 업종별 종사자들의 이미지가 만들어지게 된다.

아쉽게도 많은 PC방 업주들을 만나며 느낀 공통된 이미지는 다소 부정적인 감성이었다. 인간적인 차원에서는 유머감각이 넘치고, 도전적인 의욕이 충만하고, 성격 좋은 이웃 사장님인 사람들이 ‘PC방 사장’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순간 울분을 토해낸다. 그러다 돌연 무력감을 하소연하고 우울한 표정으로 일관해 PC방을 주제로 한 인터뷰를 힘들게 하곤 한다.

특히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가 일으킨 풍파를 헤쳐 나가고 있는 요즘은 이런 경우가 제법 더 늘었지만 사실 블리자드나 카카오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을 뿐 PC방 업주들이 호소하는 무력감의 근본적 원인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IT의 산실’, ‘온라인게임의 보고’, ‘놀이문화의 선봉’, ‘게이머들의 성지’ 등 온갖 화려한 수식어와 유리된 서글픈 현실 때문이다. ‘스타’나 ‘배그’ 얘기가 나온 김에 게임과 관련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게임사들은 언제나 번지르르한 비행기에 PC방을 태워 찬양하기 바쁘지만 현실에 착륙하고 나면 ‘일방적인 서비스 정책’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무력감은 한 두 번의 실패로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다. 각고의 노력을 수차례 경주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결과가 계속 반복되어야만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똬리를 튼다. PC방 업주들이 보여준 강렬한 무력감은 그동안 누적된 실패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블리자드와 카카오의 발표 이전부터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는 불공정한 서비스 방식, 일방적인 서비스 강행, PC방 업주들의 반발, 그리고 유야무야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라 예상하는 반응이 많았고, 이 예상은 여지없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이는 비단 게임사와 관련한 갈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OS 저작권 행사, 국회에서 일사천리 통과되는 PC방 규제 법안 등 과거 PC방이 업종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 대응했어야 할 이슈에서 사실상 무기력한 패배를 반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껏 업종 차원의 갈등이 발생했을 때 PC방 업주들의 의견이 관철되거나 목소리가 속 시원하게 반영된 사안 하나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러니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무력감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또 “PC방 사장들은 모래알 같아서 단합이 안 된다”, “힘을 모아서 외부에 대항해야 하는데 동업자 의식이 없다”, “협회나 조합이 힘을 좀 발휘해야 하는데 맨날 헛발질만 한다”는 비판도 바늘에 실 가듯 따라온다.

아울러 협회 내부 부동산거래정보망 사용 혜택을 제공하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변호사등록 권한을 가진 한국변호사협회 등 막강한 대표 단체를 가진 업종에 부러움 시선을 보낸다. 유능한 리더십과 강력한 조직력을 갖춰 업계의 이권을 수호하는 대표 단체는 PC방 업주들이 꿈에서라도 소원하는 판타지 반열에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들 단체들이 가진 힘은 생존권 사수를 위해 업계 종사자들이 업종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인 결과물이다. 매장의 생존을 위해 시간당 200원 이벤트를 진행하는 동시에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다양한 이슈에 앞장서서 기대와 지탄을 동시에 받고 있는 협회와 조합 관계자들이 항상 아쉬움을 토로하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업주들의 자발적 가입은 바라지도 않는다. 또 간담회나 집회가 있을 때 업주들이 자리를 꽉 채워주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지금 누구와 싸우는 중인지 정도는 알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업주들은 관심조차 없다’고 토로한다.

따라서 PC방 업주들의 무력감은 비현실적인 구석이 있다. PC방이라는 업종은 아직 제대로 싸워본 적도 없는데 PC방 업주들만 계속 패배를 수긍하면서 만들어진 환상 같은 인상이 짙다.

업주들 개개인이 업종 차원의 이슈에 관심과 참여가 없는 한 PC방 업계에 목적을 이룬 성취감이나 ‘쓸모 있는 단체’는 영원히 요원한 판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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