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배틀그라운드>의 흥행과 그에 따른 스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스팀이 표방하고 있는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효용성에 대한 의견부터 ‘글로벌공룡’에 빗대어 잔뜩 겁먹은 나머지 높은 수위의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일부에서 표현하고 있는 ‘최근 스팀이 한국 시장 장악을 위해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국내 게임사들은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스팀으로 나아간지 오래’다.

우선 밸브는 한국 시장에 관심이 없다. 좀 더 정확하게는 비즈니스 플랜 자체를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스팀의 전체 매출에서 아시아권의 포지션은 15%에 불과하고 이 안에서 한국의 포지션은 4% 내외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매출 비중과 별개로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가 없다. 이미 몇몇 대형 게임사가 밸브와 접속했으나 번번히 (내용은 알려지지 않은)제안은 거절당했고, 밸브는 한국 지사는커녕 연락사무소 조차도 개설의사가 없다.

HTC Vive와 더불어 스팀을 통해 VR 게임을 공급해야 할 필요가 있는 제이씨현씨스템조차도 VR 게임 유통을 위한 상표등록만 제한적으로 동의를 받은 데 그쳤다.

물론 스팀에 대한 사업권이 국내에 도입된 적이 딱 한 번 있다. 2000년대 초 <카운터스트라이크>가 국내 게임시장에서 크게 인기를 얻자 2003년 A사가 <카운터스트라이크>의 PC방 서비스 라이선스를 획득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당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면서 PC방 업계 및 유저들에게 반감을 사면서 사업은 무산됐다. 이후 밸브는 한국에 더 이상 마켓플레이스로의 매력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스페셜포스>로, <카운터스트라이크>의 유저풀을 전부 흡수하며 PC방 인기 순위 79주 연속 1위라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이후 수많은 게임사들이 국내 게임시장에서의 흥행을 발판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는데, 몇몇 사례를 빼고는 대부분 현지 퍼블리셔에 맡겨야만 안정적인 수출 실적을 낼 수 있었다.

이런 해외진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스팀이었고, 이미 스팀에는 한국 온라인게임이 수십여 종이 등록되어 있다. 당장 <던전앤파이터>, <검은사막>, <길드워>, <메이플스토리>, <아키에이지>, <이카루스>, <라테일>, <오디션>, <엘소드>, <트리오브세이비어>, <프리스타일2>, <붉은보석>, <라그나로크온라인>, <네이비필드2>, <C9>, <그라나도에스파다>, <구룡쟁패>, <십이지천2>, <플로렌시아>, <피에스타>, <칼온라인>, <아스타>, <다크에덴>, <소울세이버>, <칸온라인>, <레퀴엠>, <로즈온라인> 등 국내에서 유명한 게임들이 대거 서비스되고 있으며, 이중 일부는 10년이 넘은 것도 있다.

현재 스팀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막대한 게임 콘텐츠를 누적하고 있다. 세계 심의기준 준용 협약,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관리 방안, 클라이언트 설치에 대한 약관 재해석 등 넘어야 할 산은 있지만 줄어드는 온라인게임 신작을 대신하고도 넘쳐날 만큼 방대한 게임 콘텐츠가 매장되어 있다는 점에서 PC방 업계뿐만 아니라 한국 게임 유저들에게 최선의 대안이자 최고의 보고인 것만은 분명하다. 눈앞에 펼쳐진 보물섬을 향해 노를 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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