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한 사람의 용기를 북돋을 요량으로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흔하게 한다. 이 말은 PC방 업주들에게 좋은 격려가 된다. 그동안 업계 차원의 수많은 위기가 있었고 가까스로 헤치며 사업을 확장한 PC방 업주도 여럿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A가 B’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면 ‘B가 A’라는 등식도 성립한다. 즉 ‘기회가 위기’라는 말로 허황된 꿈에 경종을 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예비 창업주들이 한 번쯤 생각할 만한 잠언이다.

PC방 창업과 관련된 장밋빛 전망이야 언제나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최근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으로 뽑힌 통계자료를 전혀 접하지 못한 것처럼 포털사이트에서는 PC방 창업을 부추기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홍보 자료가 범람한다.

이런 홍보자료들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90년대 PC방의 영광을 재현할 보증수표로 거론하고,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를 PC방 PC 가동률 상승을 이끌 견인차로 선전하고 있다.

분명 메가히트 게임은 PC방 창업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흥행 게임에 창업을 맡겨버리는 것은 다시 생각할 문제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와 <배틀그라운드>의 선풍적 인기가 주목을 받기 이전에도 집중조명을 받은 게임은 숱하게 많았다. 그러나 수많은 기대작 중에서 PC방 수를 늘렸다고 평가되는 게임은 극소수다.

‘기회’와 ‘위기’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선례는 또 있다. 바로 <블레이드앤소울>과 <디아블로3>가 그 주인공이다. 이 둘은 유래가 없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출시 직후 이런 관심에 걸맞은 성적표를 거두기도 했다. 덕분에 신규로 창업한 PC방이 폐업하는 PC방을 넘어서는 결과를 잠시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두 게임은 많은 게임이 그런 것처럼 초반 인기를 그대로 유지하지는 못했다. 서비스 5년 차에 접어든 이들은 현재 PC방 점유율 1%대의 게임 중 하나일 뿐이다.

한편, 최근 PC 가동률 상승의 견인차로 제시된 <배틀그라운드>의 찻값이 유독 비싼 것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배틀그라운드>는 PC방 업계에 PC 업그레이드 이슈를 몰고 왔던 여러 게임들 중에서도 눈에 띄게 고사양 PC를 요구해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필요로 한다.

<배틀그라운드>를 원활히 구동하기 위한 기본 사양으로 8쓰레드 CPU와 16GB 메모리, 그리고 GTX1060 6GB를 꼽는다. 이는 기존 인텔 i5에서 인텔 i7 시리즈와 AMD 라이젠 5 시리즈로의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것이며, 기존 대비 2배 가까운 가격대로 높아진 것이라 BEP도 예전보다 높아진 셈이다.

결론적으로 PC방은 인기 신작의 초반 흥행에만 의존할 수 없는 업종이다. 물론 시설임대업의 특성대로 새롭게 창업한 PC방이 유리할 수는 있지만, 신작 하나의 초반 흥행만 바라보고 뛰어들기에는 변수가 너무나도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배틀그라운드>의 국내 서비스 정책조차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흥행의 정도를 예측해보는 데는 조금 더 보수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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