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0여 년 동안 온라인 게임 시장이 형성되면서 수많은 게임들이 등장한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살아남은 온라인 게임은 그리 많지 않다. 수많은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고 사라짐을 반복하고 있지만 실제로 유저들의 기억 속에 남는 온라인 게임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그만큼 국내 온라인 게임의 깊이가 얇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깊이가 없는 게임들이 계속해서 양산되다 보니 점점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초과하는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온라인 게임의 퀄리티가 높다면은 매우 좋은 현상이라고 바라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갈대 같은 유저, 새로운 기획력의 부재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의 불안요소 중 하나는 바로 기획력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분명 과거에 비해 국내 온라인 게임 기획자들의 실력은 많이 향상되었다고는 하나 그 한계가 분명히 존재함을 느낄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잘 팔리는 게임만을 선호하는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압박에 의해 좋은 기획이 있다고 하더라도 빛을 보기 힘든 국내 시장 구조의 문제를 지적할 수도 있다. 지난해 열린 ICON2007에 참석한 한국게임개발자협회의 김광삼 회장도 행사장에서 개발사나 퍼블리셔들이 너무 팔리는 게임에 치중하기 때문에 기획자나 개발자가 자신의 이상을 펼치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한 바 있다.

사실 기업논리에 입각해서 보면 기업은 당연히 팔릴만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한다. 아주 단순한 이치이기는 하지만 돈을 못 벌면 기업을 존속시킬 수 없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아주 당연한 것이다. 결국 이렇게 단순한 이치로 인해 게임 기획자와 개발자들은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것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뒤집어서 생각을 해보자. 과연 처음부터 돈 되는 게임이 존재했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아니다. 새로운 관점의 게임이 개발되기 까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기획자와 개발자들의 각고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시들하지만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왕좌에 올랐던 MBC의 ‘무한도전’에서 좋은 예를 찾을 수 있다. ‘무한도전’ 역시 처음에는 타 방송국에서 사용하던 콘셉트를 따라했지만 점차 새로운 시도를 첨가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바로 과감한 투자와 기다림의 미학이 빛을 발했던 아주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 독특한 상상력이 발휘된 게임빌의 ‘놈’ 시리즈는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 모바일 게임이다

 

또 다른 불안요소로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유저 트렌드를 정확하게 분석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을 파악하기는 매우 힘들다. 특히 유저들이 원하는 게임을 적시에 만들 수 없는 것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 같은 것이다. 2006~8년까지 유저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게임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게임들보다는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의외의 게임들이 선전한 경우를 많이 보았다.

MMORPG가 잘된다 싶으면 캐주얼 게임이, 캐주얼 게임이 인기라고 하면 FPS 게임이 사랑을 받는 등 유저 성향은 갈대와 같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는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한번 바뀌면 다른 장르로 트렌드가 옮겨가는 시장도 매우 느리다는 점은 결국 비슷비슷한 게임들만 양산해내는 결말을 내고 말았다. 너도 나도 비슷한 게임들만 만들다보니 하나의 장르에 수많은 게임들이 난립하게 되고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결국 승리를 거두는 것은 해당 장르의 인기를 주도했던 오리지널에게만 집중될 뿐 후속작까지 인기가 이어지는 경우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한계를 드러내는 온라인 게임
많은 온라인 게임이 국내에 선보였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그동안 공개됐던 게임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감추는 것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눈에 띄게 사라지는 게임도 있고 조용히 사라지는 게임도 적지 않다. 서비스 종료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외국 게임의 경우 현지화 실패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고 국내 게임의 경우에는 식상함, 또는 게임 운영 미숙, 콘텐츠의 부재 등 다양한 상황이 존재한다.

   
 

▲ 에버퀘스트2는 잘 만든 게임이었지만 현지화 실패로 인해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별 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외국발 수입 온라인 게임의 경우 현지화 과정을 거치면서 좌초된 경우를 ‘에버퀘스트2’나 ‘던전앤드래곤 온라인’의 예에서 찾아볼 수 있다. 퍼블리셔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현지화가 진행되지 않은 부분은 물론 원 제작사의 협력이 미흡했다는 점도 있지만 잘못된 시장 조사로 인해 국내 시장으로의 접근 자체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들 온라인 게임이 출시될 당시만 해도 MMORPG는 이미 유저들에게 서서히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한 마디로 타이밍을 잘못 맞췄다는 것이다. 아무리 대작 게임이라고 해도 시류를 잘못타면 어떠한 게임이라도 고전할 수밖에 없다.

국내 온라인 게임의 경우는 그 식상함에서 큰 문제가 도출된다. 온라인 게임에서 채용할 수 있는 장르는 의외로 많은 제약을 받는다. 특히 스포츠, 퍼즐, 리얼 타임 시뮬레이션, 플라잉 시뮬레이션 등의 장르들은 온라인 게임에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스포츠나 퍼즐 게임도 온라인으로 개발되어 서비스되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 아직 이러한 장르를 온라인 게임으로 완벽하게 접목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덕분에 게임 장르가 한정되다 보니 개발자의 입장에서 보면 선택의 폭이 적어지게 되고 결국 반복된 장르가 시장에 풀리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반찬이라고 해도 며칠을 계속 먹게 되면 질리게 마련이다. 이미 국내 온라인 게임 유저는 온라인 게임의 장르에 질려가고 있다. 하지만 그 어느 온라인 게임사도 모험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퍼블리셔의 선택은 옳은 것인가?
요 근래 몇 년간 퍼블리셔의 입장은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중소 게임 개발 업체들이 관리, 홍보, 마케팅 등의 갖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고 자칫 서비스의 실패할 경우 상당한 리스크를 검수해야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퍼블리셔의 중요도는 이미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됐다. 하지만 과연 퍼블리셔들이 선보이는 게임들이 다 성공하는가? 그렇지 않다.

사실 퍼블리셔의 입장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콘솔 게임의 서드 파티제와 비교가 가능할 것이다. 새롭게 개발된 게임들이 퍼블리셔를 통해 서비스가 진행될 경우 어느 정도 평가의 시간을 갖는다. 물론 퍼블리셔가 해당 온라인 게임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할 경우 계약이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 서드 파티제 역시 이러한 검수 절차를 철저하게 지키는 편이다. 물론 서드 파티제가 아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드 파티제 역시도 낮은 퀄리티의 게임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들의 검수 절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 해외 게임을 퍼블리싱 하는 경우도 이제는 흔한 일이 됐다(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온라인)

 

이러한 검수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파생되는 문제 중 가장 큰 사건은 바로 ‘아타리 쇼크’를 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아타리 쇼크’ 사건이 일어난 것은 바로 퀄리티가 낮은 게임들이 과다 공급되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출시되는 게임들의 대해 제대로 된 검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등장한 것이 서드 파티제이다. 서드 파티제 덕분인지 다행히도 콘솔 게임 시장은 다시금 부흥기를 맞이했고 현재까지도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들이 출시하는 게임 중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게임은 살짝 눈만 돌려도 넘칠 정도로 많이 있다. 대부분의 퍼블리셔들이 하는 말 중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바로 ‘다양한 라인업의 확보’라는 것이다. 다양한 라인업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수만 채운다고 해서 라인업이 풍성해지는 것은 아니다. 퍼블리셔를 통해 선보이는 게임이 얼마나 좋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단지 온라인 게임의 수만 채워 넣는다고 해서 퍼블리셔의 명성에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들은 ‘아타리 쇼크’ 사태를 반복하고 있고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마치며…
온라인 게임의 성장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그 이유는 아직 세계 시장의 개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이미 포화수준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게임들이 존재하지만 아직 해외 시장은 개척할 여지가 남아있다. 하지만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은 거대한 세력에 맞서 싸워야 하는 시점에 놓여있다. 만약 최근이 아닌 온라인 게임이 출발한 시점에서 세계 시장을 겨냥했더라면 우위를 점할 수 있었겠지만 최근 중국과 일본, 미국의 온라인 게임들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올라왔다. 결국은 경쟁을 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시점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경쟁을 위해서는 그에 따른 높은 퀄리티의 게임이 존재해야만 경쟁도 가능하다. 각국의 온라인 게임 스타일은 분명 국내 온라인 게임들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안심하고 있을 단계는 지나도 한참 지나있는 상태다. 결국 현재에 이르러 다른 나라의 온라인 게임사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보다 게임 퀄리티를 높이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할 것으로 보이며 충분한 검증을 거친 게임들이 출시되어야한다. 이제 더 이상 다양한 라인업이라는 명분으로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행태는 철저히 배제되어 정확한 검수를 거친 게임들이 유저에게 다가가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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