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 기업들의 빅딜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최근 국내 온라인 게임사들은 기업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07년에는 큰 움직임이 없었던 온라인 게임사들이 2008년에 들어서 기업인수에 뛰어들고 있는 모습은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온라인 게임사의 기업인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인수가 아닌, 대기업과 대기업간의 인수절차가 많아졌다는 부분은 국내 기업 실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문제는 비단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러한 인수·합병이 예전부터 진행되어 왔던 터라 국내 게임 시장도 뒤늦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합병·몸집 부풀리기 합병
게임사간의 인수·합병 러시는 이미 해외에서는 보편화된 이야기다. 일본의 스퀘어와 에닉스, 반다이와 남코를 비롯해, 최근에는 액티비전과 블리자드의 합병까지, 해외에서는 이미 대기업간의 인수·합병이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특히 이들의 인수·합병은 대다수가 상호협의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적대적 인수·합병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들이 보여준 인수·합병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이들이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점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업인수와 매우 닮아있다.

일본에서 콘솔 게임기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983년 닌텐도의 ‘패미콤’이 출시되면서 부터다. 당시 해외 게임 시장은 ‘아타리 쇼크’로 인해 이미 시장 자체가 무너진 상황이었지만, 닌텐도의 ‘패미콤’이 등장하면서부터 다시 콘솔 게임 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로부터 약 25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일본 게임 시장은 포화에 가까운 수준에 이르게 된다. 물론 여기에 경기침체라는 악재가 겹치게 되면서 결국 게임 시장 자체가 축소될 위기에도 처했으나 최근 다시 안정세로 돌아섰다. 일본 콘솔 게임사들이 인수합병을 시작한 것이 2003~2005년 사이다. 당시가 일본 게임 시장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고 산정한다면 일본 콘솔 게임사들의 인수·합병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보여진다.

이 같은 흐름은 비단 일본에만 국한되어 있는 문제는 아니다. 최근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도 이러한 현상과 유사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또한 해결 방안 역시 일본의 분위기를 따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인수 문제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단순히 기업과 기업 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게임 시장의 전체적인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 티쓰리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된 한빛소프트

 

국내 게임 시장의 현실
국내 게임 시장의 침체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몇 년간 지속되어온 문제 중에 하나다. 온라인 게임이 태동하던 시절부터 1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물론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을 완성시킨 데에는 콘솔과 PC 게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을 가장 활성화하게 한 계기는 온라인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최근의 국내 게임 시장이 온라인에 국한되면서 갖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먼저 과도한 게임들의 유입이다. 2007년까지만 해도 수많은 게임들이 등장했고 또 사라지는 아픔을 겪었다. 이들 게임들은 중소 게임 개발업체에서 개발된 게임도 있었고, 대기업에서 개발된 게임들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비스 종료 소식을 알려오는 게임들이 간간히 있을 뿐, 새롭게 등장하는 게임들을 찾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특히 올해는 대부분 온라인 게임사들이 성수기인 여름보다는 올 하반기에 치중하기 위해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오게 된 원인은 과도하게 편중된 장르와 유저 층에 기인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게임의 과도한 출시가 반복되어 오다보니 온라인 게임 자체도 포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되는데 일본은 약 20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한국은 단 10년 만에 게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전에 콘솔과 PC 게임이 있었기는 하나, 당시에는 게임을 즐기는 유저 층이 매우 한정되어 있었고, 실제로 게임에 대한 시각 또한 좋지 않아 게임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지는 못했으나, 인터넷의 발달과 PC방의 등장으로 그 어느 때보다 현재의 게임시장이 활성화됐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통된 주제는 글로벌 진출
국내 게임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다 보니 결국 온라인 게임사들의 공통된 주제는 글로벌 진출에 집중되고 있다. 얼마 전 ‘헬게이트: 런던’으로 된서리를 맞은 한빛소프트의 경우에도 티쓰리엔터테인먼트와 인수 과정에서 ‘글로벌화’를 언급했고, 스페셜포스로 유명한 드래곤플라이 역시 판타그램을 인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기업인수를 통해 수익의 다변화를 노림은 물론, 보다 글로벌 진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장기적인 포섭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온라인 게임들이 여러 나라에 진출을 꾀했고, 나름 성과도 거둬왔으나, 해외 게임사와 비교했을 경우 아직까지는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온라인 게임사들이 해외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더 이상 국내에서는 수익을 거두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 게임사 중 대기업에 속하는 기업들은 예전부터 글로벌 진출을 계획하거나 또는 진행 중인 기업들이 태반이다. 해외 기업의 경우에는 대부분 오래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화를 일궈냈다. 특히 콘솔기기를 제작하고 있는 닌텐도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경우에는 콘솔 기기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보급하고 있다. 유독 국내의 경우에만 온라인 게임이 매우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될 경우, 아직까지 콘솔 기기가 대세임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사들이 해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콘솔 기기로 대변되는 해외 게임시장의 문화가 온라인 게임 문화로 변화를 해야만 가능한 이야기다. 사실 콘솔 기기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되지만, 온라인 게임의 경우에는 PC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콘솔 게임을 제작하고 있는 거대 게임사들도 이러한 부분을 간과하지 않고 콘솔 게임들의 온라인 게임화를 추진하고 있어 두 계층의 격돌이 예상되고 있다.

   
 

▲ 최근 넥슨은 '던전앤파이터'로 유명한 네오플을 인수했다

 
콘텐츠와 배급사의 만남?
대기업의 경우는 자체 개발 스튜디오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자체 개발 스튜디오보다는 퍼블리싱에 주력하는 온라인 게임사도 있다. 어느 쪽이 좋다고 딱 꼬집어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온라인 게임사 중 대기업에 속하는 부류들은 대부분 자체 개발 스튜디오의 운영과 함께 퍼블리싱 사업의 전개를 통해 게임포털을 운영하는 경우가 거대 온라인 게임사에서 밟아온 수순이다. 인수·합병의 장점 중 하나는 인수·합병의 과정에서 상호간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대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가장 선행되는 것 중  하나는 상호간에 얼마나 윈윈전략을 일궈낼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일례로 한빛소프트와 티쓰리엔터테인먼트의 인수 과정을 살펴본다면 현재 한빛소프트는 ‘헬게이트: 런던’의 실패로 인해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었지만, 티쓰리엔터테인먼트의 오디션 시리즈의 판권 및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한숨 돌린 상황이다. NHN게임스의 경우에는 웹젠을 통한 우회상장 및 신작 ‘헉슬리’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인수·합병 과정 중 드러나는 것은 인수·합병하는 기업 간 중에 어느 한쪽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한빛소프트와 티쓰리엔터테인먼트의 경우에는 ‘헬게이트: 런던’이라는 문제작이 있었고, NHN게임스와 웹젠의 경우는 각각 출시된 게임들의 미비한 성적과 경영난의 압박 등이 매우 주요하게 작용했다.

인수합병의 함정, 국내 온라인 게임사 극복할 수 있을까?
기업인수는 기업과 기업 간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물론 아직 기업인수에 대한 결과를 논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빠르기는 하나, 기업인수를 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만을 도출할 거라고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과 기업 간의 인수·합병과 관련해서는 자칫 몸집 부풀기를 통한 주가 올리기라는 오해를 사기 쉽다.

물론 현재 기업들이 기업인수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주가 올리기 일환으로 진행된 인수라고 한다면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현재의 판단이다. 결국 이로 인해 주주들이 어떤 이익을 발생할 지는 순전히 기업의 몫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투자자들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올 수는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면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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