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1월호(통권 31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업계에는 두 개의 단체가 존재한다. 하나는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 또 다른 하나는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하 콘텐츠조합)이다.

두 단체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사단법인은 공익적인 성격이 강하며, 협동조합은 사업적인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PC방 양 단체의 행보는 서로 반대였다. 인문협이 다소 상업적인 스캔들로 지탄을 받은 반면, 오히려 콘텐츠조합이 공익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콘텐츠조합이 PC방 업주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각인된 원인이 여기에 있다. 콘텐츠조합이 업계 현안에 가장 빨리 대응했고, 크고 작은 성과들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 같은 평가가 긍정적으로 작용해 최승재 전 이사장은 소상공인연합회까지 진출하게 됐다.

그러나 겸업이 금지된 소상공인연합회 정관에 따라 최승재 전 이사장이 사퇴하면서 콘텐츠조합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승재 전 이사장을 도왔던 상당수 PC방 업주들이 활동을 접었으며, 일부 조합원들과의 갈등이나 폐업으로 인해 발길을 끊은 PC방 업주들도 상당하다.

콘텐츠조합은 그동안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함구하고 있었던 문제가 있다. 지금도 PC방 업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최승재 팬클럽’, ‘1인 단체’, ‘어용 단체’라는 말들이다. 실제로 상당수 조합원들은 우직하게 PC방 업주들의 대변인 노릇을 하던 최승재 전 이사장을 돕겠다는 차원에서 조합에 발을 들였다.

이 같은 콘텐츠조합의 한계는 최승재 전 이사장이 사퇴한 이후부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조합원들 간의 갈등은 보다 심화됐으며, 다툼의 결과는 어느 한 쪽이 조합을 탈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승재 전 이사장이 떠난 이후 일 할 사람이 부족해 진 것이다.

시한폭탄처럼 여기저기서 터지기 시작한 갈등은 후임 이사장으로 선출된 임순희 이사장까지 번졌다. 공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때문에 감사가 진행됐으며, 지난 9월 9일 진행된 임시 임원회의에서 이사장의 거취 문제가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날 임원회의에서 임순희 이사장은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감사보고는 진행이 되지 않았다. 감사보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이사장이 사퇴하기로 한 마당에 굳이 치부를 드러낼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 때문이었다. 일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10월 18일 진행된 워크숍에서 임순희 이사장은 돌연 사퇴하지 않겠다며 임원회의 결정을 번복했다. 총회 자리에서 조합원들의 뜻을 묻겠다는 것이었다. 임순희 이사장의 공금 사용이 부적절했다는 감사보고가 있었지만 임순희 이사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원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을 번복한 임순희 이사장으로 인해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임원은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며 임순희 이사장이 발언 중인 상태에서 마이크를 뺏기도 했다. 또 마이크를 뺏은 임원은 이사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한 개인적 생각을 장시간에 걸쳐 이야기하기도 했고, 심지어 이사장 직무대행도 마이크를 잡은 후 개인적인 생각과 직무대행 과정에서 느낀 감정들을 쏟아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한 단체의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에서 나와서는 안 될 모습이었다. 워크숍 준비 과정에서 총회를 진행할 의장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모든 원칙과 절차가 무시된, 흔히 말하는 ‘아마추어 같은’ 실체가 외부 업체 관계자들에게까지 드러난 것이다.

임시 집행부는 임순희 이사장이 단상에 올랐을 때 퇴임 인사를 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임순희 이사장은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 자리에서 사퇴 의사를 번복했고, 조합원들의 결정을 따르겠다며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발언을 했다.

그렇다면 정관에 의한 정식 절차를 밟았으면 됐다. 하지만 집행부는 당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절차와 정관을 따져 묻는 것은 조합원들이었다. 그러나 명확한 답변을 내놓는 집행부는 없었고, 어떤 시도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최승재 팬클럽’, ‘1인 단체’라는 우스갯소리가 빈 말로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총회에서의 이 같은 상황은 과거 인문협에도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하지만 인문협 집행부는 이처럼 아마추어 같은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 집행부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을 선출하는 등 절차를 밟아나갔고, 이사회나 총회 결과에 불복하거나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소송이나 재판을 통해 사법당국에 판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콘텐츠조합의 집행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누가 집행부이고 누가 의장인지도 구분되지 않았다. 임시총회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는지조차 분간이 안됐다. 모두가 개인적 발언들을 쏟아냈고, 심지어 정관에 없거나 위배될 여지가 있는 내용들까지 확신에 차 이야기하는 조합원도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사태를 책임질 사람도, 해결할 사람도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임원회의에서 추대된 이사장 직무대행은 워크숍 준비 기간 동안 일부 집행부만이 인지한 상태에서 교체됐고, 심지어 집무대행을 자원했던 이사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콘텐츠조합의 워크숍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모두가 함구했던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난 계기가 됐고, 현재 콘텐츠조합은 공중분해 위기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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