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9월호(통권 31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4~5년 전 시작된 모바일게임의 돌풍은 온라인게임의 몰락을 예고했고, 당시 온라인게임과 15년 가까이 동고동락한 PC방은 사양 산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5년 가까이 흐른 지금 모바일게임의 성장세는 주춤해졌고 중소 개발사들은 성공은 커녕 이름 한번 못 알려보고 사라지는 곳이 부지기수다. 반대로 신작 기근에 허덕이는 온라인게임 시장은 꾸준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데다가 그 전체 규모는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모바일게임 시장에 뒤처진 적이 없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겉으로 보이는 수치만 높았을 뿐 게임 산업의 패러다임을 거머쥐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성장 정체에 따른 신규 시장 개척 및 중소 개발사의 도산에 대한 대책으로 PC방이 지목되기 시작했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정체, PC방이 마지막 플랫폼으로 부각
세계의 굴뚝이라 불리는 중국의 별명은 게임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오래전에는 외주 제작으로 사실상의 개발 인력 대부분을 공급했고, 최근에는 모바일게임 타이틀 론칭 수로는 최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료 = 2015 대한민국 게임백서)

 

10억 인구라는 막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중국 게임산업은 세계 게임산업을 투영하듯 모바일게임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성장의 그늘 역시 똑같이 나타났다. 중국 모바일게임 업계는 이미 역피라미드 구조로 재편되었고, 이는 더 이상 중소형 게임사들의 설자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게임산업과 놀랄 만큼 닮은꼴이다.

여기에 간과되고 있는 또 하나가 있다. PC와 모바일 디바이스가 제공할 수 있는 경험성의 극명한 차이, 그로 인한 게임산업의 양분화다. 이미 본지도 오래전부터 언급해왔듯 온라인게임은 더욱 높은 체험성을 살린 초대형 대작으로 가닥이 잡혔고, 중대형 게임은 모바일로 터전을 옮겼다.

시장의 흐름이 이렇다보니 PC방으로서는 불편한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흥행에 성공한 대작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지만, 나름의 팬들을 갖고 있던 중견 게임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다양성과 동떨어진 결과인 만큼 핸디캡이 될 수밖에 없다. 독과점 게임사가 소위 ‘갑질’을 해도 마땅히 대응하지 못하는 억울함을 감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PC방만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모바일게임 시장에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며 후발주자는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이 됐다. 넷마블게임즈 방준혁 의장이 “가내수공업으로 대박을 낼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물량 싸움의 시대로 전환됐다”고 발언한 그대로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지 불과 3~4년 만에 시장 자체가 경직된 것이다. 온라인게임 시장이 15년 이상 성장해온 것과 비교하면 극명한 차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온라인게임 시장을 빠져나온 중소 모바일게임사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만 했다. 기존 온라인게임 분야의 대형 게임사들 역시 모바일게임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으면 존재감 조차 피력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모바일게임의 정체 새로운 디바이스의 필요성 대두
이러한 정체 배경에는 유저의 불만과 피로도가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모바일게임의 발전 한계도 한 몫 한다. 모바일게임의 등장으로 인해 온라인게임은 좀 더 높은 체험성을 강조한 형태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오버워치>, <리니지이터널>, <로스트아크>, <니드포스피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대로 모바일게임은 캐주얼 게임에서 시작해 중대형 규모로 성장했지만 몇 년째 그 자리에 멈춰있다. 모바일디바이스의 AP 성능과 발열 문제, 무엇보다 2차 전지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구동시간이 2시간 전후로 제한적이라는 점은 모바일게임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 고사양 모바일디바이스의 보급률과 사용시간 등 현실은 냉정했다.

결국 돌고 돌아 PC방, 마케팅의 핵심 가치는 ‘사람’이라는 사실 뒤늦게 깨달아
결국 뒤늦게 모바일게임 시장에 뛰어드는 대형 게임사와 중소형 게임사들이 선택한 플랫폼은 의외로 PC방이다. 트렌드를 쫓아 모바일게임 시장에 뒤늦게 진입했다가 고배를 마신 대형 게임사들과 중소 게임사들이 마냥 놀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경제적 여유를 앞세워 톱스타를 CF에 투입하는가 하면 사회적 논란까지 야기한 바이럴 마케팅까지 정말 할 건 다 해봤다. 하지만 결과는 그들이 그런 행보를 걸었다는 것조차도 알려지지 않을 만큼 철저히 소외됐다.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본 끝에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의외로 ‘PC방’이다. 온라인게임의 대표적인 마케팅 플랫폼인 PC방이 아이러니하게 모바일게임 마케팅에 최적이라는 새로운 평가가 제시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껏 마케팅 즉, 상품을 팔기 위한 대상이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유명 연예인 모델을 앞세워 성공한 것이 아니라 성공했기 때문에 연예인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라는 모바일게임사 관계자의 말이 갖는 의미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결국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이는 PC방이야 말로 게임을 소개할 최적의 공간이자 시간 점유를 유도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 갖춰진 공간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되돌아본 것이다. 물론 가장 기본이 되는 바이럴 마케팅 역시 PC방만한 곳이 없다. 본질을 잊고 외향만 쫓은 게임사 마케터들의 무능과 착각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PC방 전담 인력을 극도로 줄이는가 하면 PC방 과금 순서 변경 등 PC방 시장과의 상생을 외면한 정책도 강행했다. 수익률이 2%에 불과하고 예치금까지 내야하는 쿠폰 사업도 강행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엔씨소프트는 PC방에 모바일게임을 효과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PC방 관련 모바일 인프라 및 유저풀 조사에 착수했다.

PC방 전문 모바일게임 퍼블리셔 등장
한국 게임 시장이 이렇게 흘러가자 아예 PC방을 전문으로 하는 모바일게임 퍼블리셔가 등장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실제 피지맨게임즈는 피시모스토어라는 플랫폼을 선보이고, <미인강호>, <팬텀솔저> 등 모바일게임을 전국 6천여 개 PC방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유저 개인이 블루스택이나 녹스 등으로 자신이 즐기는 게임을 PC에서 구동시키는 단계에서 플랫폼홀더나 퍼블리셔를 통해 전문적으로 공급되는 시대로 전환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과거에 예견되어 온 크로스플랫폼의 시대의 첫 형태가 아닐까 한다. 비록 에뮬레이터의 힘을 빌린다고는 하나 PC와 모바일디바이스 등 디바이스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접속하고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16년 전 <판타시스타온라인>이 보여줬던 크로스플랫폼의 미래가 이제야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PC방+이스포츠+모바일게임’ 이미 시도
당장 모바일디바이스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이스포츠 경기는 모바일디바이스가 아닌 PC에서 진행하는 모바일게임도 부쩍 늘었다. 실제 중국 모바일게임 퍼블리셔들은 동기식 아레나의 존재 여부를 퍼블리싱 우선 수위로 꼽을 만큼 이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좀 더 액티브한 조작 환경을 갖추길 원하고 있다. 중국 이스포츠연맹의 최대주주 아워게임 우궈량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PC방과 이스포츠를 연결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실천하고 있고, 종목으로 모바일게임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해 이러한 정황을 방증하고 있다.

 

 

이처럼 PC방을 새로운 플랫폼으로 선택한 모바일게임과 이를 연결하는 크로스플랫폼의 시대, 그리고 그 시발점의 주역은 온라인게임을 삼킨 모바일디바이스가 아닌 모바일게임을 포용한 PC방이라는 사실에서 한국 게임산업과 PC방 산업의 나아갈 방향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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