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이 터진 후에야 비로소 해결책을 모색, 그 때는 이미 늦어
- 지금까지의 PC방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버전의 ‘PC방 에피소드Ⅱ’를 선보여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등록제, 그리고 ‘게임물 등급위반 집중단속’에 이어 이젠 ‘완전금연구역화’까지…. 모두 어느 정도는 예견된 내용이었다.

어느 날 PC방 관련 기사를 보며 나의 누님에게 “PC방을 왜 이렇게 좋지 않은 시각으로만 바라보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누님은 “나 같아도 우리 수빈이랑 서영이가 PC방에 가는 것은 싫다”라고 말하며 그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11년 전이었던 PC방 입문시절, 누님은 나의 PC방에서 3개월 정도 일을 도와준 적도 있었다. 가족이 PC방을 운영하고 있는데도 저런 말을 하다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PC방이 벌써 여기까지 왔는가? 헌데, 나 또한 아들 민기의 빈번한 PC방 출입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 또 한 번 놀랐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PC방에서 아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 2:2를 하며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 왔었는데…. 왜 여기까지 왔는가…? 조금은 두렵기까지 하다.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만약, 지금 진행되고 있는 법안이나 규제들이 시작에 불과하다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저작권법에 관하여 아직은 매우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FTA가 체결되고 나면, 저작권에 대한 판도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 본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저작권 관련하여 적발 시, 합의가 될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을 넣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이는 만약 저작권 단속 적발 시 저작권 보유회사와 합의를 할 경우 처벌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말이며, 쉽게 풀이하자면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는 약7년 전 스타 CD 2장, 워크래프트3 1장의 분실로 저작권 단속에 적발되어 200만원에 합의를 본적이 있다. 이와 같은 일들이 숱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PC방에서의 저작권법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게임물 등급을 단속하듯 손님이 PC방내에서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 시 PC방을 제재할 수도 있다. 그리된다면, PC방은 대부분의 손님들을 내보내던가, 아니면 불안에 떨며 운영을 해야만 할 것이다. 겉으로만 합법이지 속으로는 몰래 ‘바다이야기’를 운영하는 심정과도 같을 것이다. 그 이외에도 어떤 법안이 생겨 PC방을 멸종시키기 위해 칼을 들이댈지는 미지수이다.

지금까지 PC방 업계는 사건이 터진 후에야 비로소 해결책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그 때까지 간다면 이미 늦는다. 미리 대비책을 모색해 놓아야 한다. 과연 어떻게 해야 이런 재앙들을 대비할 수 있을까? PC방 사장님 모두가 힘을 합쳐서 PC방에 대한 기존 이미지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PC방에 대한 인식은 이미 사행성, 탈선, 범죄, 흡연 등의 나쁜 이미지로 탈바꿈해 버렸다. 초기의 ‘IT산업의 선두주자이자 초석’같은 이미지는 이미 사라져 버린 지 오래이다. 나를 포함한 PC방 사장님들과 PC방 관련 업계사람들만, 즉 우리만 아직까지 이런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우길 뿐이다.

얼마 전 초등학생이 PC방에서 게임한 것이 들통날까봐 유괴된 것처럼 위장했던 사건이 있었다. 또한, 초등학생 집단 성폭행사건까지…. 이 사건 역시 집에서 야동을 보았는지, PC방에서 보았는지는 중요치 않다.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나쁜 무언가를 했다고 하면, PC방부터 머리에 떠올린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인식이 박혀 버렸기 때문이다. 만약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청소년이 친구를 살해하다’라는 기사가 나온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화재 한 번에 소방법 자체가 바뀌어 버리는 우리의 현실에 빗대어 보라.

얼마 전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 ‘달려라 울언니’라는 코너가 있었다. 이 코너에서 4명의 언니 중 한 언니(김재욱)의 남편이 등장하는데, 매우 무능하고 할 일 없는, 일명 흔히 말하는 ‘PC방 폐인(필자는 ‘쀄’라고 부른다)’, ‘쀄’가 등장한다. 아내가 “어디 갔다 왔어? 또 PC방 갔다 왔지?”라고 하찮게 묻는다. 남편(쀄)이 아내의 생일 선물을 준비했다고 한다. “돈은 어디서 났어?”라고 아내가 묻자 “당신을 위해 아이템 정리 했어”라고 말한다. 이것을 보고 사람들은 웃는다. 하지만, 우리는 웃지 말아야 한다.

모 PC방 커뮤니티 사이트에 ‘PC방 사장님들께 가장 심한 욕’이란 글이 올라와 있다. 그것은 “넌 평생 PC방이나 해 처먹고 살아라!”라고 한다. 이는 우리의 PC방을 모독하는 행위이면서, 한편으로는 대중들의 PC방에 대한 인식이 그런 식으로 박혀 버렸다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의 생존여부가 달린 사항이다. 이미지가 그렇다면 이제는 사라지는 것만 남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접 나서서 우리 손으로 미리 바꾸지 않는다면, 얼마 안에 PC방은 역사 속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훗날에 “PC방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범죄의 온상 이었다”라며, 범죄사건 드라마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역사 속의 산물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면 어떨까도 생각해봤다. 헌데, 협회나 다른 단체에서 각종 캠페인을 시도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이미 박혀버린 인식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마피아’가 ‘마피아’라는 이름으로 고아원을 후원한다면, 과연 ‘마피아’에 대한 인식이 바뀔까? ‘PC방’을 ‘마피아’에 빗댄 것은 죄송스럽고, 나 또한 내 직업을 이렇게 까지 말하고 싶진 않지만 학부모들은 ‘PC방’을 ‘마피아’보다 더 나쁜 곳으로 본다는 것이다. “최소한 마피아는 내 자신과 우리 가족에게 피해를 끼치지는 않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할 것이다.

‘이미지 탈피, 이미지 쇄신, 이미지 변신’을 하지 않는다면, PC방은 결국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것뿐만 아니다. PC방을 대체할 만한 어떤 것이 등장할지 모른다.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라는 책이 있다. 나이키가 자신의 경쟁상대로 닌텐도를 지목했다는 사실이다. 나이키와 닌텐도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요는 이렇다. 나이키의 경우 청소년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나가서 뛰어놀아야만 자신들의 제품이 팔린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닌텐도로 인해 시간을 빼앗기게 되고, 이로 인해 나이키의 판매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른바 ‘시간점유율’이라는 것이다.

10여년 전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내던 청소년과 성인들이 PC방으로 몰리면서 큰 호황을 이루었다. 당구장은 시간점유율을 PC방에 빼앗겼기에 위기에 봉착했다. 헌데 가까운 미래에 어떤 것들이 등장하여 우리의 PC방에 와줄 시간을 대체할지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미래에 어떤 상황이 닥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비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법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게이츠가 “향후 5~10년 이내에 무선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또한, 삼성에서는 이미 휴대폰으로 영화 한편을 5초 만에 다운받을 수 있는 무선인터넷의 개발을 마친 상태라고 한다. ‘무선의 시대’가 도래 하여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노트북으로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다면 PC방에 타격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고작 닌텐도DS 하나만으로도 PC방 손님수가 줄었다고 말하는 판국에 말이다.

언제 어느 때에 PC방이라는 이름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할 수도 있다. 나만 살아남겠다고 시간당 500원을 받을 때가 아니다. 이제는 PC방 전체의 생존 위기가 오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PC방 사장님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PC방 이외에 다른 일을 하기가 힘들다. 훗날까지 PC방을 하려거든, 바로 지금 현 상황과 다가올 가까운 미래에 대해 재조명 해볼 필요가 있다.

이젠 우리가 생존을 위해 무언가를 시도할 때가 온 것 같지 않은가? 한국인은 커다란 장점과 커다란 약점을 동시에 지닌 양면성을 갖고 있는 종족이다. 먹고 살만할 때는 분열하는 단점, 나쁜 것들은 어느 종족보다 빨리 습득한다는 단점과 어려울 때만큼은 초능력에 가까운 엄청난 단결능력을 보인다는 장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IMF를 극복하는 것을 보고 세계가 놀라지 않았는가? 현재 대부분 PC방들의 매출을 작년과 비교해보라! 지금은 우리가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고, 가장 큰 위기라 생각한다. 바로 초능력을 발휘할 시점인 것이다.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협회도 코앞에 닥치고 나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태도를 버리고 새로 태어날 각오를 해야 할 때라 생각한다. “누구를 위한 협회인가?”라고 반문해보길 요청하는 바이다.

물론, 일부 몰지각한 임원 때문이겠지만, 지금까지 PC방 사장님들 눈에 그렇게 비춰져왔고, 노파심에서 다시 한 번 요구하는 바이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여 PC방 시장 자체가 없어져 버린다면, 노래방 협회를 만들 수도 없지 않은가?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않도록 노력해주길 바라며, 분발해 주길 요청하며 부탁드린다. 이는 PC방 사장의 한명으로서, 또한 PC방 사장님 모두의 입장에서 협회에 바라는 바이다. 위 내용에서 PC방이 어렵다보니 단결이 안 된다고 했다. PC방의 큰 고정비용중 하나인 게임 이용요금, 우리들은 왜 게임회사들을 비난하는가?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수익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그들이 수익을 취하던 방식을 바꾸기 위해, 우리들의 단결로서 충분히 근본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약 10년 전쯤 게임사 CCR은 ‘포트리스’를 PC방에 과금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가, 몇 일만에 말을 바꾸며 PC방 유료화를 선언했다. 물론 초기에는 PC방이 단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매운동이 심화되었고, 포트리스는 PC방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포트리스가 PC방에서 설 곳을 잃게 되자, 함께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유저 또한 현저히 줄어들었다.

PC방 10년차 정도의 사장님들은 네오위즈 ‘피망’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알 것이다. 역시 10년 전쯤, 유료로 운영되던 ‘하늘사랑(SKY LOVE)’라는 채팅사이트가 활개를 치고 있을 무렵, 네오위즈 ‘피망’이 ‘세이클럽’이라는 채팅사이트를 오픈하며 전국 PC방마다 서약서를 보냈다. ‘PC방 평생무료’를 선언한 것이었다. 이에 PC방 사장님들은 ‘하늘사랑(SKY LOVE)’을 중단하고, 손님들에게 세이클럽을 권유하기 시작했고 국내 최고의 채팅사이트가 되었다. 또한, 세이클럽의 회원망과 PC방의 인지도 등을 바탕으로 고스톱 등으로 게임사업에 진출하게 되었고 피망게임이 탄생하며 게임업계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물론, 피망게임 초기에는 PC방에서 전면 무료였으며, PC방에 혜택 또한 있었다. 아이템 캐시구매를 통한 수익구조였다. 얼마 후 ‘카르마 온라인’ 이후 ‘카운터 스트라이크(카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던 때였다. 카스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컨디션제로’가 발매되며, PC방 사장님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컨디션제로’ 게임 CD를 구입하였다. 나 또한 20장을 구입했었다. 헌데, 얼마 지나지 않아 카스를 CD 구입과 관계없이 PC방에 매월 사용요금을 부과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PC방 사장님들은 크게 반발했고 때마침 네오위즈 ‘피망’에서 퍼블리싱(publishing)한 스페셜포스가 살짝 등장했다.

나 또한 두 게임 모두 해보았으나, 사실 카스가 게임성이나 타격감등에서 더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격분한 PC방 사장님들과 협회 측에서 ‘컨디션제로’ 불매운동과 더불어 스페셜포스를 적극 추천하므로 인해 스페셜포스가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물론, 카스2의 PC방 서비스인 ‘스팀’은 사라져갔다. 이처럼 눈앞의 수익에 급급하여 함부로 행동하는 업체에 철퇴를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길 바란다.

PC방은 게임회사를 망하게도 흥하게도 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헌데 사장님들 모두가 단결하지 못해, 엄청난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킬을 찍고도 단축키를 몰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형상이라 할 수 있겠다. 단결만이 살길이다. 우리가 단결한다면 ‘오디션’과 같이 모든 게임사들이 ‘PC방 무료는 당연한 것’이라 여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더 나아가 PC방에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며, 수익의 일부를 PC방에 되돌려주는 게임회사를 출현시킬 수도 있다. PC방에 잘 보여야 게임이 뜬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PC방은 이번 상황을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수많은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 도약에 성공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공급과다로 허덕이던 PC방에 활력소가 될 수 있으며, 무분별하게 생겨나는 현상도 어느 정도는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하자. 이번 기회를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 이것은 모두 우리가 자초한 일이다. 그 어느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나 또한 책임이 있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사장님들 또한 책임이 있다.

현재의 PC방은 만남의 공간 또는 휴식의 공간 등으로 새로운 장을 열고, 지금까지 고객의 방문에만 의존했던 것에서 더 나아가 다른 장르를 접목하고 뭔가 ‘찾아가는 서비스’를 도입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PC방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버전의 ‘PC방 에피소드Ⅱ’를 출시해야하는 시점이라 생각한다. 게임만의 공간으로 나아가서는 또다시 언제 어느 때 여론이 우리의 목을 졸라올지 모르는 일이다. 이에 앞서 가장 중요한 점은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의 탈선을 막는데 앞장서는 모습을 가식이 아닌 진지함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나의 11년간 PC방 운영노하우를 요약한 ‘손님만땅 만들기 88계명’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손님만땅 만들기 제9계명> '더 이상 PC방 들어올 자리가 없다고 단언하지 말라! 예측은 하고 대비하되, 단정은 내리지마라!'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되, 등록제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쉽게 단정내리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

이번 기회를 통해 모두 다 같이 심도 있게 생각해보고, 미래를 대비하여 다 같이 윈-윈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이다. 이글을 읽고 있는 사장님들이 계신 한 우리의 미래는 밝다.

PC방 사장님들 파이팅~!

PC방을 사랑하는 PC방 11년차 사장 설 성 묵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