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8월호(통권 30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도 벌써 절반이 넘게 흘러갔다. 매년 새로운 숙제가 생기고 또 해결되곤 하지만 오래전부터 미제로 이월되어온 캐캐묵은 숙제도 있다. 난제라 미뤄진 것도 있겠지만 서로 미루다보니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들도 많다. 뒤를 돌아보니 게임사와 PC방의 관계, 그 중에서도 PC방 정책이 문득 머리 속에 맴돌기 시작했다.

게임사가 자신들이 권리를 갖고 있는 게임에 대해 기준을 정한다는 그 자체에 대해 이견은 있을 수 없다. 게임은 해당 게임사의 소유이고 그 권리는 존중 받아 마땅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정도라는 것이 있고, 상식이라는 최소한의 영역은 존재한다. 이것이 충족되지 않을 때 우리는 소위 ‘갑질’이라는 표현으로 해당 행위나 기준의 부조리함을 일갈하곤 한다.

게임사와 PC방 사이는 어떠한지 자문해보자. 공생이나 수평 관계까지는 아니어도 사무적 혹은 계약적 관계 정도라도 유지하고 있는가.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소위 ‘갑질’에 노출된 경우가 더 많다. 단지 너무 오랫동안 너무 자주 겪다보니 만성이 되다 못해 찌들어 잘못된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마치 ‘왕좌의 게임’ 속 ‘테온 그레이조이’처럼 말이다.

유저와 마주하는 일선의 PC방은 많은 부조리를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묵살되기 일쑤였다. 심지어는 PC방에 피해가 가는 정책 변경도 서슴없이 단행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당장 PC방 우선 과금, 정량 소멸 미고지, PC방 혜택 중복 캐시 아이템 판매, 결제 시스템 변경 등 PC방에 피해를 주는 정책이 아무렇지 않게 강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PC방 대회 진행 비용을 업주에게 부담시키려 했다가 비난이 거세지자 PC방 이용요금에 대해서는 자율에 맡긴다며 말을 바꾼 사례가 있다.

이러한 부조리를 계속해서 방치한다면 그 정도는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게임사는 대기업이고 PC방은 자영업자이니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것인가?

그렇지 않다. 노력이 무위로 돌아간 적도 있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잡은 노력도 분명히 있다. 게임사의 환불 거부나 과도한 수수료 규정은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 과거 PC방협동조합 당시 최승재 이사장(현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엔씨소프트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등의 PC방 가맹약관을 변경시키는데 성공했다.

넥슨 앞에서 진행된 집회는 넥슨으로부터 PC방 레벨업 캠페인을 이끌어내는 결실을 맺었다. 이후 넥슨은 VPN 근절과 PC방 코디네이터 운용 등 적극적인 친PC방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이제까지 게임사들의 행보를 살펴보면 PC방 업계에서 목소리를 내면 귀담아 듣고 일부라도 바꾸는 사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반대로 PC방이 불이익과 부조리를 호소해도 게임사에 유리하도록 과도하게 정책을 변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게임사들은 왜 “그 회사 망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까지 귀를 닫고 장사를 하는 것일까. 이제부터라도 차감 순서, 후불 결제, 예치금 소멸 전 고지, 대회 운영 책임, 오과금 책임 기준, 지피방 등 만연해 있는 부조리와 정책들부터 하나둘 개선해나가야 한다. 어렵거나 애매한 얘기가 아니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를 이제야 하고 있는 것뿐이다.

이유야 어떻든 게임사와 PC방은 함께 공존해야 할 관계임이 분명하다. 건전한 공생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한쪽의 희생과 그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이 아닌 소통을 토대로 한 양방향성 정책이 필요하다. 적어도 즐거움과 문화를 논하는 게임산업에서 만이라도 착취와 갑질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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