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통권 30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개와 원숭이처럼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를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고 한다. 지난 수년 동안 PC방과 게임사의 관계를 견원지간이라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아이러브PC방 창간 무렵인 PC방 초창기까지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다. 지금은 너무나 커져 범접하기 어려운 게임사의 대표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자신이 개발한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PC방을 돌아다니던 시절이다.

1세대 PC방 업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시 PC방과 게임사의 관계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초창기 PC방은 CD 패키지게임이 주력이었고 온라인게임의 비중이 높지 않았다. 아니 온라인게임이 막 만들어지는 시기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무게가 온라인게임 쪽으로 옮겨가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많은 PC방 업주들은 게임사를 얘기할 때 ‘탐욕’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고 한다. PC방과 게임사 모두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PC방을 배제하고 있으며, 파트너인 PC방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만 취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흔히 ‘빨대’라는 단어로 게임사를 표현하는 업주들도 많다. 이 같은 풍토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온라인게임이 PC방 과금을 시작할 무렵 생겨났다. 유혈사태까지 발생한 대규모 집회에도 불구하고 게임사의 PC방 과금 정책은 그대로 추진됐고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PC방 과금이 정착된 상태다.

모든 갈등의 발단은 이 PC방 과금 정책에서 시작됐다. 다만 시간이 흘러 PC방 과금이 정착된 후에는 PC방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는 게임사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PC방 업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게임 이슈들에 대해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용약관을 위반하고 있는 VPN 업체를 퇴출해 달라는 PC방 업계의 요청에 상당수 게임사들이 제재에 나선 상황이며, 유저 간의 트래픽 공격으로 인해 PC방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업계의 여론에 일부 게임사는 트래픽 공격자들을 색출해 영구적인 이용제한에 나서고 있다.

게임사들이 PC방 업계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PC방과 게임사의 관계가 개선되는 것처럼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신작 게임들의 PC방 정책과 기존 게임들의 무리한 PC방 정책 변경이 관계 개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이중과금이다. 게임 접속 권한 등을 포함해 유료 상품을 구매한 게임 유저들이 PC방 방문에도 PC방에서 충전한 시간을 소진하도록 하는 정책이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는 게임유저와 PC방을 동시에 무시하는 정책으로 치부되고 있다. PC방 정량 시간을 소진하는 게임에 접속할 경우 추가 요금을 받는 PC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유료 상품을 구매한 게임유저가 PC방에서 해당 게임에 접속하면 말 그대로 2중으로 비용을 부담하며 게임을 이용하는 ‘바보’가 되는 것이다.

이제 개인적으로 게임을 구매한 유저들은 PC방을 찾을 이유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PC방 업주 입장에서도 유료게임 이용에 대해 추가 요금을 받지 않을 경우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전에는 없던 현상이다.

물론 이 같은 시장구조 속에서도 게임사가 충분한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제공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이중과금이 지적되고 있는 대부분의 게임들은 PC방 프리미엄 혜택의 비중이 크지 않다. 최근 출시된 일부 신작들은 혜택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일부 게임사는 PC방 프리미엄 혜택과 유사한 형태의 캐시 아이템까지 판매하고 있다. 캐시 아이템을 판매하기 위한 홍보에 “PC방 혜택을 집에서 누릴 수 있다”는 문구를 사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과연 VPN 업체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게임사를 빗댄 ‘빨대’라는 PC방 업계의 속어에는 이 같은 현상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 이 때문에 게임사가 신작 게임의 PC방 정책을 마련하거나 기존 게임의 PC방 정책을 변경할 때 PC방 업주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협의하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상당수 게임사들은 우선 수익을 고려한 정책을 마련한 후에야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아니 PC방에 제공하는 프리미엄 혜택과 이벤트조차 PC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사 게임의 순위 상승과 매출을 위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국 지루하게 반복되는 PC방과 게임사의 갈등은 게임사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이 그 원인으로, 진정한 파트너십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PC방과 대화하려는 게임사의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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