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30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과거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레인보우식스>, <카운터스트라이크>와 같은 패키지게임은 PC방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고, 마찬가지로 패키지게임을 출시하는 게임사에게도 PC방은 대량 판매가 가능한 고마운 존재였다.

 

초창기 PC방은 온라인게임보다 주로 패키지게임을 통해 수익을 냈고, 게임사는 PC방에 패키지를 대량으로 판매해 성과를 내는 상생구조였다. 그러나 지금은 PC방에서 패키지게임을 즐기는 유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PC방에서 패키지게임을 원활하게 이용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소위 말하는 대작들의 잇따른 실패와 모바일게임의 강세로 인해 점차 온라인게임 시장은 축소되고 있다. 이 때문에 PC방은 더 이상 온라인게임만을 바라보고 있을 없는 상황이며, 고객층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콘텐츠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일부 PC방들은 다양한 고객을 유입하기 위해 패키지게임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패키지게임을 제작·유통하는 해외 개발사들은 개인 유저를 위한 서비스 모델만을 제공하고 있어 PC방이 서비스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패키지 게임 유통 플랫폼의 대표주자 ‘스팀’
현재 패키지게임을 서비스하는 대표적인 스토어는 밸브코퍼레이션사의 ‘스팀(Steam)’과 일렉트로닉아츠(Electronic Arts)의 ‘오리진(Origin)’, <어쌔신크리드>, <디비전> 등으로 주목받는 유비소프트(Ubisoft)의 ‘유플레이(Uplay)’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스팀은 자사 게임만을 서비스하는 오리진이나 유플레이와 달리 개발사를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게임을 서비스하는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스팀이 PC방에서 원활히 서비스되지 않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스팀의 로그인 방식이 문제다. 스팀은 개인사용자를 위해 고안된 플랫폼으로 개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접속해야 한다. 따라서 PC방의 경우 업주가 여러 개의 아이디를 생성해 아이디별로 게임을 구매해야 한다.

또한 이를 고객에게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특정 좌석에 자동로그인 되도록 설정해 지정석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만, 해당 좌석의 사용자가 다른 게임을 할 경우 정작 원하는 사용자에게 서비스 할 수 없게 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한다. 지정석을 만들지 않으면 패키지게임을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 자리에 일일이 찾아가 로그인을 시켜줘야 한다.

최근 일부 PC방 관리 업체들이 <스타크래프트>의 자동 시디키 변경과 같은 방식으로 몇 개의 스팀 아이디를 자동으로 로그인 해주는 방식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에 패키지게임사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것이 큰 문제다.

비정상적인 서비스(?)로 인한 제재
지난해 큰 인기를 모은 <GTA5>의 제작사인 락스타게임즈(이하 락스타)는 최종 사용자 라이선스 계약(End User Agreement, EULA)에 의거해 하나의 계정으로 여러 PC에서 접속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 정기적으로 여러 PC에 접속한 계정을 확인해 영구정지에 나서면서 PC방에서 <GTA5>를 서비스할 수 있는 길이 사라졌다.

지난 2015년 4월 출시된 <GTA5> PC버전은 온라인모드를 통한 멀티 플레이 지원과 PC방 고객들의 관심도가 높은 패키지게임이였기 때문에 PC방에서 서비스할 경우 킬러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특히 <GTA5>의 높은 PC 요구사양은 일반 가정에 비해 비교적 PC 사양이 높은 PC방의 경쟁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개인사용자가 게임 구매 후 돌려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락스타의 제재는 PC방에서 킬러콘텐츠를 사라지게 하는 원인이 됐다. PC방에서는 별도의 서비스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PC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락스타는 별도의 서비스 모델이나 정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정책을 고집한 것이다. 이는 비단 락스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 패키지게임 개발사들의 상당수는 PC방 산업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다. 이는 제2, 제3의 <GTA> 사태를 예고하는 원인이다.

PC방을 위한 패키지게임 서비스의 롤모델 ‘배틀넷’
그렇다면 패키지 게임을 도입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은 없는 것일까?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배틀넷은 해외 패키지게임 개발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 배틀넷은 단일 패키지게임의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돕는 창구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배틀넷은 개인사용자에게는 패키지게임을 구매할 수 있는 스토어 역할로 발전했고, PC방은 패키지게임을 구매하는 대신 온라인게임 과금 방식을 적용해 PC방 에서 별도의 패키지게임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사용시간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블리자드의 배틀넷이 이처럼 다른 패키지게임 개발사의 롤모델이 된 것은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의 성공 사례를 경험하며 PC방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여타 다양한 패키지게임들이 우리나라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주된 원인은 블리자드의 배틀넷과 같은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PC방 업주들도 목소리 내야
패키지게임은 PC방의 콘텐츠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다. 하지만 PC방 업주들이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블리자드의 배틀넷과 같이 패키지게임을 PC방에서 서비스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PC방 업계의 니즈를 해외 패키지게임 개발사들에게 전달하고, PC방으로 인한 가능성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기브 앤 테이크’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PC방 업계에서 주도해 만든 후 이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PC방 단체의 역할이 필요하다. 새로운 비전과 사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데 PC방 업주들의 의견이 반영된 시스템이 구현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우선 PC방 업계를 대표하는 협단체장으로 구성된 협상단을 구성해 해외 개발사들과의 접촉을 시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게임산업 발전에 PC방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게임사의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우수한 시장성과 수익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이미 검증됐다. 새로운 콘텐츠로서 주목 받는 패키지게임이 PC방의 킬러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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