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월호(통권 30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게임사들이 PC방에 제공하던 각종 서비스가 최근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PC방 프리미엄 혜택, PC방 업주를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 PC방 과금방식 등이 PC방 업주가 꺼릴법한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PC방 프리미엄 혜택은 게이머들에게 PC방 방문의 동기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고, PC방 업주에게 현물 상품을 선물한다며 참여를 독려하는 이벤트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또한 정액제 게임들 위주로 이용자보다 PC방 과금을 우선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처럼 PC방 업주에게 불리한 징후들이 감지된 시점부터 작금의 수준으로 번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년 안팎이다. 그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정리하고, 동인도 함께 짚어봤다.

어차피 받을 돈, PC방한테 먼저 받는다?
재작년 7월, 엔씨소프트는 PC방 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을 만한 계획을 발표했다. PC방부터 과금되는 방식의 과금체계를 8월부터 적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기존에는 기존 개인이용권(기간정량, 기간정액)이 PC방 G코인(종량)보다 우선이었으나 이를 PC방 G코인, 개인 기각정액, 개인 기간정량 이용권 순으로 변경하겠다는 발표였다.

PC방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과금체계 변경에 따른 PC방의 지출 증가는 불가피했고, 엔씨소프트의 게임들은 PC방 점유율 상위권에 포진한 인기 게임이었기 때문에 업주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갈등이 격화될 기미를 보이자 당시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은 엔씨소프트의 계획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PC방 혜택의 조기시행 및 스팟성 이벤트 개최, PC방 혜택 제안창구 개설, 선택적 우선 과금체계의 도입 등을 요구하며 타협점을 제시했고, 이는 엔씨소프트의 ‘즐거운 PC방 만들기’ 캠페인의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애초에 우려되었던 PC방 업주의 지출 부담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고, 웹젠 등 MMORPG 중심의 게임사들이 엔씨소프트식 과금체제로 잇달아 전환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게임사가 나서서 유저에게 PC방 혜택 판매
지난해 5월에는 게임사가 직접 나서서 PC방 프리미엄 혜택과 동일한 아이템을 유저들에게 판매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그동안 PC방 프리미엄 혜택은 게임사가 감히 상품으로 넘볼 수 없는 성역처럼 인식되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다.

과감한 상품 기획으로 유명한 넥슨 조차도 PC방 프리미엄 혜택에 준하는 상품을 출시했다가 홍역을 치른 바 있고, 해당 상품을 PC방 혜택보다 한 단계 낮은 선에서 그리고 PC방 혜택과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수정한 다음에야 도마 위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윈디소프트(現 JUNEiNTER)가 <겟앰프드>에서 내놓은 ‘프리패스’ 이용권은 PC방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일 단위로 받을 수 있는 유료 아이템으로, 전체 상점 판매 액세서리 이용, 코디 액세서리 이용, 캐릭터 무료 이용 등 PC방 프리미엄 혜택과 중복돼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의 판매 중지 요구에도 불구하고 윈디소프트는 출시를 강행했다. PC방 혜택을 불법적으로 팔아먹는 VPN 업체와 진배없는 작태는 공분을 샀지만 <겟앰프드>의 PC방 점유율이 극미하고 공교롭게도 당시 PC방 업계의 시선이 최저임금 이슈에 쏠려 있어 금세 묻혀버리고 말았다.

역설적이게도 인기가 없다는 것이 <겟앰프드>에게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PC방 업계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주도면밀하고 강경하게 대처했어야 할 사안을 무시한 셈이라 아쉬움을 더한다.

고객이라고 다 같은 고객은 아니다?
게이머가 게임사에게 고객인 것처럼 게임사들의 PC방 정량 상품을 구입하는 PC방 업주도 고객이다. 대한민국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업주는 모두가 동일한 정량 상품을 동일한 가격에 구입한다. 때문에 고객에 대한 차별은 원칙적으로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은 충성도 및 매출기여도가 높은 고객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한정된 예산 내에서 최대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 기업의 본질을 감안하면 이는 차별이라기보다는 생리에 가깝다. 때문에 같은 PC방 업주라도 페이벡 이벤트, 혹은 현물 사은품 증정이나 쿠폰 증정 이벤트 때 추가 혜택을 고려할 수는 있다.

그러나 차등적 혜택을 전제로 하는 프로모션을 기획한다면 충성도나 매출기여도 등 그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프로모션 진행 과정에서 뭔가 석연치 않은 정황이 포착되면 그 후폭풍은 온전히 게임사가 감당할 부분이며,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온라인게임 운영자가 특정 플레이어와 친하다는 이유로 특혜를 제공한다면 그 운영자는 자리를 보전할 수 없다. 그런데 회사 차원에서 진행되는 프로모션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욕먹는 것을 억울해하면 안 될 것이다.

사상 초유의 상황, 현 온라인게임 시장

   

PC방 업주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사들의 PC방 서비스가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온라인게임 시장, 특히 PC방 시장의 상황이 최악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스마트 디바이스가 큰 발전을 이루면서 모바일게임이 덩달아 부상했고, 이는 PC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게임이 더 이상 유일무이한 게임 플랫폼으로 군림할 수 없음을 의미했다. PC방을 찾던 게이머들 중 라이트 유저로 분류되던 이들의 발길이 끊겼고, 캐주얼 장르의 온라인게임은 PC방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또한 온라인게임 시장의 일부인 PC방 시장의 거의 절반을 <리그오브레전드>가 차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PC방의 성격도 바꾸어 놓았다.

온라인게임이 게임 시장에서 독보적이던 시절에는 게임자체를 좋아하는 진성 게이머들의 공간이었으나 이제는 친구끼리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팀전 게임에만 특화된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것이 최근 3년 사이 게임 시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온라인게임 위주의 시장에서 성장해온 기존 게임사들에게는 커다란 위기였으나 동시에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발견한 일종의 기회였다.

게임사의 전략은 PC방에서 창출하던 수익이 잘려나간 만큼, 그 부족분을 다른 영역에서 메우는 것이었다. 또 산출을 기대할 수 없는 PC방에 서비스 자원을 투자하기보다는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마치며…
PC방 업주들 중에는 “게임사 영업사원들의 매장 방문은 영 성가신 일이었는데 최근에는 본적이 없어서 궁금할 정도”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게임사들의 PC방 서비스 축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악화될 대로 악화된 시장 상황에 잔뜩 움츠러든 게임사들의 입장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PC방을 상대로 한 기만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 PC방은 게임사가 아쉬울 때 돈을 뽑아갈 수 있는 ATM기기가 아니다.

게임사는 온라인게임 시장이 약세로 돌아서자 파이를 키우기 보다는 지출을 줄이는 선택을 했다. ‘처음이 어려울 뿐 두 번째는 쉽다’는 말이 있다. 처음 PC방 서비스 축소를 결정하기가 어려울 뿐 그 다음 단계에서는 더 망설임 없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동을 걸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브레이크 역할은 PC방 업주의 몫이며, 다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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