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월호(통권 30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개구리 끓이기’라는 이야기가 있다. 산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즉시 튀어나오지만, 찬물에 넣어 서서히 물을 데우면 위험을 알아채지 못하고 산채로 익어버린다는 다소 끔찍한 이야기다.

위협에 반응하지 못하는 개구리의 어리석음과 잔혹한 결말이 극적으로 맞물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때문에 ‘개구리 끓이기’는 느리지만 명백하게 벌어지고 있는 위험에 대응할 것을 촉구할 때 널리 인용된다.

필자는 감히 현재의 대한민국 PC방이 끓는 물 속 개구리와 비슷한 처지라고 말하고 싶다. PC방이 들어있는 물통이 아직 펄펄 끓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016년이 되면서 PC방이라는 업종은 스무 살 청년이 됐다. 스무 살이면 그동안 품어왔던 청운의 꿈을 펼쳐야할 시기다. 이처럼 새해를 맞이해 감회는 새롭지만 한발자국 내딛기에 앞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영업환경이 나날이 나빠지고 있는 현실이나 희망찬 내일을 그리는 것은 잠시 나중으로 미루고, 우선 ‘PC방’이라는 이름 석 자부터 냉정히 짚어보자.

90년대 중반, 업종이 태동하던 시기의 PC방에서는 PC가 지원하는 거의 모든 콘텐츠를 접하고 즐길 수 있었다. 이 당시 PC방의 콘텐츠는 주식, 화상채팅, 오피스까지, 결코 게임에 국한되지 않았고 PC 관련 산업을 선도했다.

PC방의 유년시절이라고 할 수 있는 90년대 후반에는 매일같이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이뤄졌고, 이는 업계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넘치는 활력을 주체하지 못한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다.

이랬던 PC방이 2000년대 들어 온라인게임이라는 콘텐츠에만 집중하면서 ‘게임방’으로 전락했다. 이는 게임사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졌고 양쪽의 관계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시간이 더 흘러 2011년 이후부터는 온라인게임 중에서도 소수의 흥행작만이 PC방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아직도 PC방 업주들 사이에서 PC방 도입이 가능한 잠재력 있는 아이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

이런 추세라면 향후 10년 이내에는 ‘게임방’이 아니라 ‘롤방’ 수준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너무 앞서간 걱정일지 모르겠지만 PC방의 주요 콘텐츠가 느린 속도지만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PC방 업계의 대응은 시원치 않다.

지금이라도 화들짝 놀라고 펄쩍 뛰어야 끓는 물 속에서 산채로 익어버리는 개구리 신세를 면할 수 있다.

또 다른 바람이 있다면 새해를 맞아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모자랄 판국에 신년호 사설 지면을 위험이라는 화두로 채우고, 심지어 독자를 개구리에 비유하고 있는 아이러브PC방의 정신머리에 대해서도 PC방 사장님들이 놀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아이러브PC방 사설의 원칙을 소개할 수 있을 테니까. ‘대한민국 대표 PC방 미디어’를 자처하는 월간 아이러브PC방은 전체 56페이지 중 딱 한 페이지만을 사설에 할애, 기자가 자신의 견해를 펼칠 수 있도록 허락한다.

기사의 틀을 벗어나 한 달에 한 번 자유롭게 펜을 놀릴 수 있는 사설은 기자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당연히 주제를 선택하는 것부터 논조를 결정하는 것까지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으며, 사설 작성은 언제나 무거우면서 날카롭고, 기대되면서도 조심스러운 느낌의 연속이다.

이번 신년호 사설 역시 위와 동일한 과정을 거쳤다. ‘위험’이라는 주제는 데스크를 무사통과했다. 데스크도 PC방 업계가 펄쩍 뛰는 것보다 시급한 일은 없다는 의견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2016년에 남은 열한 번의 사설도 성실한 글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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