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2월호(통권 30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스타 2015
대한민국 대표 게임쇼 지스타는 최근 몇 년 동안 위기설에 휩싸였다. 원인은 다양하게 거론되지만 핵심은 모바일게임이었다. 캐주얼한 게임성을 무기로 게임시장 확대에 기여한 모바일게임이 게임쇼의 발목을 붙잡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게임사들이 모바일게임에 집중하면서 신작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지만 게임쇼와 모바일게임의 궁합은 최악이었다. 모바일게임의 특징인 짧은 개발 기간, 단기적인 마케팅, 스펙타클한 스케일의 부재, 저해상도 그래픽 퀄리티, 디스플레이의 제약 등은 게임쇼와 상극이었다.

덕분에 게이머들은 “모바일게임 일색인 지스타는 볼거리가 없다”, “대작이 없어 기대하지 않는다”라는 반응을 쏟아냈고, 언론에서도 “모바일게임을 어떻게 전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2012년부터 이런 흐름이 나타났지만 게임업계와 지스타 조직위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고, 결국엔 위기설이 대두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온라인게임도 지스타 위기설의 단초를 제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캐주얼 게임이 자취를 감춘 온라인게임은 대형 게임만 남게 되었고, 타이틀 하나를 개발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4~5년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신작 온라인게임이 경연을 펼쳐야할 지스타에는 신작이 극소수거나 이미 정보가 공개된 신작 아닌 신작이 참가하게 되었다.

한편, 지스타가 이처럼 내홍을 겪으면서 PC방 업계의 주목도도 곤두박질쳤다. PC방 인기 게임 순위가 고착화된 가운데 소수의 신작 온라인게임들 마저 잇달아 부진을 면치 못하니 더 이상 지스타에 눈길을 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 PC방 업주는 “그동안 지스타는 이듬해 PC방을 찾아올 신인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PC방 업주로서는 참 즐거운 행사였는데 씁쓸하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를 한눈에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지스타 2015의 B2C 부분에 참가한 온라인게임 업체를 세보면 된다. 그 결과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딱 2곳뿐이었다.

그러나 올해 지스타가 마냥 우울한 것은 아니었다. 게임업계의 큰형님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두 게임사는 단순히 신작을 들고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비틀거리는 지스타에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등 큰형님다운 행보를 보여줬다.

넥슨
우선 넥슨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신작 온라인게임을 들고 나왔다. <서든어택2>, <하이퍼유니버스>, <트리오브세이비어>, <아르피엘>, <니드포스피드 엣지> 등 풍성한 라인업은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넥슨의 라인업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피파온라인3>까지 더해졌다. 서비스 3년차에 접어드는 <피파온라인3>가 신작들이 얼굴을 내미는 지스타에 참가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감수해야 했다.

지스타 현장에서 <피파온라인3>는 게임엔진을 교체하는 ‘뉴 임팩트’ 업데이트를 발표했고, 해당 업데이트 내용은 사실상 <피파온라인4>라 할 수 있을 정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넥슨 부스에서 시연 대기줄이 가장 길었던 타이틀도 <피파온라인3>였다.

또한 전체 300부스의 1/5인 60부스를 ‘팬 파크’에 할애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팬 파크’는 유저창작물 전시 및 판매 공간으로, 공모전을 통해 사전 선발한 유저 67팀이 창작한 팬아트와 제작품을 전시 및 판매했다. 이미 인기리에 서비스되고 있는 넥슨의 온라인게임과 이 유저들이 지스타를 방문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준 것이다.

엔씨
엔씨소프트 역시 마찬가지로 부스를 신작 <마스터X마스터>로 채운 것은 물론, 여기에 플러스알파를 추가했다. 게임 IP(지적재산권)의 확장 및 문화와 콘텐츠 연결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모색했다.

100부스 규모의 전시관에는 <마스터X마스터>를 체험할 수 있는 시연대를 설치했고, 게임 캐릭터의 IP를 활용한 대형 피규어, 웹툰, 뮤직비디오 등 문화 콘텐츠와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다.

엔씨소프트의 실험은 부스 밖에서도 진행됐다. <블레이드앤소울>를 활용한 이스포츠, 문화 공연도 마련했다. <블레이드앤소울>의 이스포츠 대회 ‘토너먼트 2015 월드 챔피언십’을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 특설무대’에서 개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4개국 선수들이 자웅을 겨뤘다.

아울러 야심차게 준비한 뉴에이지 뮤지컬 ‘묵화마녀 진서연’도 최초로 공개했다. ‘묵화마녀 진서연’은 <블레이드앤소울> 게임 스토리의 중심 캐릭터인 ‘진서연’의 일대기를 뮤지컬에 걸맞은 상상력으로 재창조한 작품으로, 춤과 노래뿐만 아니라, 미디어파사드,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리듬과 타악, 마샬아츠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지스타 2016
이번 지스타에서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준비한 콘텐츠는 일견 상이해 보이지만 한 가지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다. 신작 게임 전시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신구의 조화를 추구했다는 사실이다.

분명 지스타가 신작 중심의 행사인 것은 맞다. 하지만 온라인게임 시장 자체가 둔화되고 있고, PC방 점유율 순위에서 알 수 있듯 온라인게임 유저들은 쉽사리 주력 게임을 바꾸지 않는다. 그렇다면 게임사는 이미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의 차기 업데이트로, 관련 부대행사로 지스타에 참가할 수 있어야 한다.

내년도 지스타가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유산을 이어받아 다시 PC방과 접점이 많은 게임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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