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컬럼은 건교부에서 건축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을 철회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기 전에 작성된 것입니다. 하지만 관계 당국의 pc방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할 듯하여 내용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아무 이유 없어~" 개그맨 조원석이 만들어내 한참 유행했던 말이다.
이 유행어는 '난 상관없어, 나 좋을 대로 할테니 이유도 묻지 말고 설득도 하지 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이번 건설교통부의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아무 이유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제2종 근린생활시설인 건물의 대지가 12m 이상의 도로에 4m 이상 붙어 있는 경우에만 300㎡까지 개설이 가능하다' 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150㎡ 면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청에 300㎡ 로 늘리는 대신 더 큰 혹을 붙이고선 '바다이야기와 같은 불건전 문화를 없애기 위해 대로로 나오게 하기 위함'이라는 명제를 내세우고 있다.

아무리 탁상공론, 탁상행정의 산물이라고는 하나, 전형적 사행물인 '바다이야기' 와 다양한 컨텐츠에 세대를 아우르고 있는 'PC방'을 동일선상에 보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땅, 대한민국에서 PC방 업주로 살아가는 이들의 얘기를 해보자. 그들의 역사를 따져보면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스타크래프트'는 피의 색깔로 규제를 받았고,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을 분리하라는 정책에 여러 번의 내부공사를 감내했으며, '바다이야기'와 '사행성PC방'으로 인해 PC방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기도 했다.
등록제에 대한 갈팡질팡 행정에 미래를 불안해하면서도, 건교부를 믿었던 전국 20%의 PC방 업주들은 등록제를 마친 상태이다. 

많은 고난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PC방은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이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고, 음란물 차단프로그램 및 기본 소프트웨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사이트들을 완벽하게 차단해놓았다. 과거의 PC방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전하고 건강한 PC방이 바로 현재의 모습이다.

왜 우리는 PC방을 키우지 못하는가? 대한민국은 PC방 문화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일본과 중국 등 해외 시장에는 거대 자본이 PC방으로 몰리면서 매머드급 PC방에 다양한 아이템과 전문성을 지닌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직장인을 위한 간단한 수면과 식사가 가능한 PC방, 기기를 이용해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PC방, 전문적인 게이머를 배출해 내는 PC방, 콘솔기기를 자유롭게 가지고 즐길 수 있는 PC방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PC방은 언제 바뀔지 모르는 법규를 대비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투자는 감히 상상도 못하는 모습이다.

'대불공단 전봇대 뽑기'를 상기하자. 대통령의 '대불공단 전봇대'는 탁상행정이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요소라는 것을 인식한 대표적인 예이다.
현장을 직접 가보고 정확히 파악한 후 정책방향을 잡자는, 발로 뛰는 행정실현을 추구하는 것인데, 지금 PC방의 현주소에 딱 맞는 말이라 할 수 있겠다.

PC방은 국내 온라인 게임의 직,간접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고객이다. 또한, 개인의 하드웨어 사양으로는 플레이하지 못하는 고 사양의 게임들을 손쉽게 플레이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따라서, PC방은 게임 업체의 테스트마켓이며, 국내 매출의 기반이자, 하드웨어 시장의 선구자이며,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대행하는 국내 게임 산업의 일원인 것이다.

이번 건설교통부가 추진 중인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아직 정확한 데이타가 나오진 않았지만, 대략 80% 정도의 PC방이 개정안에 부합하지 못하는 곳으로 조사되었다. 즉 80%가 폐업이나 이전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바다이야기' 등의 사행물을 없애기 위해 순수하게 영업해온 PC방마저 국내 게임 산업의 미래를 위태롭게 할 위험 요소로 인식하고 다 태워 없애는 것이 과연 옳은 길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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