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3월호(통권 29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드래곤. 게임 유저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환상의 동물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게임 속에서는 아군을 돕거나 보스몬스터 역할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없어서는 안 될 캐릭터로 흔하게 묘사된다.
여자친구. 의외로 모태솔로에게 친숙한 환상의 동물이다. 비현실적이기는 드래곤과 마찬가지지만 주변 사람들이 여자친구와 관련된 이런저런 경험담을 풀어내는 통에 안 생긴다는 사실을 깜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게임 유저에게 드래곤이 있고 모태솔로에게도 여자친구가 있듯이 PC방 업주에게도 환상의 동물이 있다.

 

서론: 실존 여부
PC방 업주라면 방과후 매장을 가득채운 남학생들을 보면서 흡족해하면서도 ‘여학생들도 이정도 오면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느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또한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고객 성비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아쉬움을 느껴봤을 것이다.

최근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는 전면금연화의 영향으로 성인고객이 멸종 위기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이는 남성고객에 한정된 이야기다. 여성고객은 전면금연화 이전부터 천운이 따라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그 수가 적었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의 절반이 여잔데 이들은 도무지 PC방에 앉아있을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20년에 육박하는 PC방 업종의 역사에서 이들은 언제나 얇디얇은 손님층이었고 현재도 다르지 않다. 따라서 여성고객을 PC방의 ‘환상의 동물’로 분류해도 무방할 것 같다.

‘우리 매장엔 김여자(가명), 박여자, 최여자 등등 단골들 많이 있는데?’라고 반론하는 업주가 있다면 축하드리고 싶다. 당신이 전생에 큰 업적을 세웠거나 매장이 신의 축복을 받은 결과다. 그러나 옆 건물 PC방 업주는 당신과 달리 이 환상의 동물을 꼬시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니 괜한 염장은 접어두자.

가정: 행복한 산술급수와 더 행복한 기하급수
주제는 우울하지만 행복하게 접근해보자. 매장에 여성고객을 다수 확보했다고 가정하고, 이럴 경우 매장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상해보는 것이다.

일단 여성고객들이 증가한 만큼 매출이 상승하고 당신은 올라가는 매출을 보면서 흐뭇한 웃음을 짓게 된다. PC방이 날로 번창하던 그 어느 날, 당신은 매출 상승 곡선을 유심히 관찰하던 중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전체 매출 증가폭이 여성고객 증가폭을 훨씬 상회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여성고객의 산술급수적 증가와 전체 매출의 기하급수적 증가 사이에는 어떤 특별한 연관성이라도 있는 것일까?

하지만 놀랄 필요는 없다. 이는 이른바 ‘여왕벌 효과’라고 불리는 현상으로, 온라인게임 업계에서는 식상해할 만큼 폭넓게 활용되어지고 있는 법칙이다. 여성고객 한 명은 단순히 1이 아니라 딸려오는 남성고객이 더 있다. 그동안 PC방에서는 ‘여왕벌 효과’를 경험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당신은 그냥 매출을 보고 즐기면 된다.

이번 달 채용한 착한 아르바이트생마저 눈부신 미모의 소유자라는 사실이 불현듯 당신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당신은 왠지 이번 달에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면서 매장이 떠나가도록 웃는다.

원론: 포획 가능성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4 게임이용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만 10세 이상 60세 미만 여성 게임 이용자 4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온라인게임 이용률이 47.8로 나타났다. 여성고객은 PC방에서나 환상의 동물이지 게임회사들에게는 그다지 희귀할 것 없는 고객이었던 셈이다.

게임시장에서 모바일게임이 강세를 띠면서 온라인게임을 주력 콘텐츠로 삼고 있는 PC방의 불리함이 부각되고 있지만 PC방은 아직도 발굴 및 창출하지 못한 손님층이 크다는 반증이다. 더욱이 PC방은 게임사와 달리 꼭 게임만으로 여성고객을 유인할 필요가 없다. 온라인게임은 PC방의 주력 콘텐츠일 뿐 유일한 콘텐츠는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PC방이 그동안 주력 콘텐츠인 온라인게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히 할 필요는 있다. PC방 업계에서는 지난해 <피파온라인3>의 PC방 버닝 이벤트를 통해 평소 PC방을 오지 않던 게이머층의 규모를 실감했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통계에서도 사실로 밝혀졌다. 여성 게이머 중 평균적으로 주 1회 이상 PC방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경우는 13.8%였다.

습성: 까다로운 식성
이 환상의 동물이 사실은 환상속의 그대가 아니라 PC방을 피해 다녔을 뿐인 이상 포획에 나설 때다. 그렇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작업은 언제나 쉽지 않다. 그리고 이쯤에서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다.

나쁜 소식은 ‘2014 게임이용자 조사보고서’가 여성 게이머가 PC방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이고, 좋은 소식은 ‘2011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 및 ‘2012 게임이용자 조사보고서’에서 그 이유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2011년 및 2012년 보고서는 PC방을 이용하는 여성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최근 6개월간의 PC방 이용률 증감을 설문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약 45%가 PC방 이용이 줄었다고 답한 반면, 약 14%만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그것도 2년 연속으로… 이런 추세라면 여성고객은 드래곤이나 유니콘 같은 환상의 동물이 아니라 PC방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전설 이야기에서나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다행스러운 점은 PC방 이용을 줄인 이유를 밝혔다는 사실이다. 2011년에는 ‘더 이상 게임을 안 해서(37%)’, ‘소득이 줄어서(22.2%)’, ‘특혜가 없어서(11.1%)’, ‘서비스 불만족(9.3%)’ 및 ‘허술한 보안(9.3%)’ 순으로 나타났고, 2012년에는 ‘환경이 불결해서(58.7%)’, ‘특혜가 없어서(13%)’, ‘보안이 허술해서(8.7%)’, ‘더 이상 게임을 안 해서(7.6%)’ 순이었다.

결론: 효과적인 포획법
PC방 업주가 이들에게 돈을 쥐어주거나 할 만한 게임을 개발하거나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선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차치하더라도 ‘불결한 환경’이나 ‘허술한 보안’이라는 부분은 이미 개선된지 오래이며, 일부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개선이 가능하니 이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보안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2000년 대 초반까지는 어떨지 모르지만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 제정된 이래 보안은 크게 향상되었고, 관리프로그램 등을 통해 다양한 보안프로그램이 확산되어 최근 PC방은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한다. 더욱이 게임사들이 온라인게임이라는 특성을 십분 활용해 자사에 맞춰진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 등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며 제공하고 있고, 2012년부터 급속도로 확산된 노하드솔루션 덕분에 외부에서의 접근이 좀 더 어려워진 터라 일반 가정보다 보안 환경이 우수하다.

또한 연일 뉴스에서 보도하듯이 이 세상 모든 키보드와 마우스의 위상상태는 치명적이다. 가정이라면 자주 청소하기도 쉽지 않고 청소를 하더라도 겉을 물티슈로 훔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PC방은 고객이 일어나면 키보드 내부까지 털어내는가 하면 방수 키보드가 널리 보급된 덕에 일정 기간마다 물세척을 한다는 점에서 위생관리가 확연히 다르다. 더욱이 겨울철 등에는 유행병 예방 등을 위해 손 세정제를 제공하는 매장도 많다는 사실 역시 간과할 수 없는 특징이다.

아울러 전면금연화로 인해 PC방은 담배연기로부터도 자유로워졌다. 전면금연화에 강제 배기구가 설치된 흡연부스는 더 이상 담배 연기 자욱하다는 고정관념과는 배치된다. 다만, 간혹 야간 흡연 문제가 지적되는 사례가 간혹 보고되기도 해 이러한 극소의 사례에 스스로 발목잡는 일은 없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추신
이처럼 PC방은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으로부터 많은 것이 변하였기에 고착화된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한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
한편, 여성고객 집객은 PC방 업주 외에 게임사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설문 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PC방에서 할 만한 게임이 등장해야 하고, 이들에게 어필하는 PC방 프리미엄 혜택의 등장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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