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물등급위원회 위원장 김기만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은 물론 IT산업의 눈부신 발전 과정에서 PC방을 빼 놓을 수는 없다. 전국 2만 여 PC방이 우리나라 게임산업과 용산전자상가를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방 등록제 시행을 앞두고 전국 PC방 중 30%가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해있고, 이로 인해 PC수요가 연 3만대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등 PC방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희망의 다리가 놓아졌다.
지난 10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가 PC방에 대한 등록제의 적용시점을 6개월 더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게임은 일류 문명사의 대전환을 가져올 새로운 세계이자, 무한한 가능성이다. 지난 90년대 초 퍼스널 컴퓨터(PC)가 처음 보급되기 시작한 뒤 불과 4반세기만에 7억대의 PC가 세계에 깔렸다고 한다. 그런데 향후 5년 안에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다시 7억대가 깔리게 된다고 하니 전 세계의 네트워킹은 그야말로 눈부신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PC온라인 게임산업이 그만큼 날개를 달게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 중심에 세계 게임산업의 흐름을 주도할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닌 우리나라 PC방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만사가 다 그렇듯이 기회는 곧 위기이기도 하다. 위험부담도 크다는 얘기다.

게임산업은 영상, 애니메이션, 스토리, 디자인, 캐릭터, 음악 등 문화콘텐츠의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 멀티 콘텐츠 상품으로서 문화콘텐츠 분야 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 잠재력과 가능성을 갖고 있는 분야이다. 이는 게임산업의 연간 시장규모, 수출실적, 성장률 등에서 이미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리니지’의 누적 매출액이 1천만명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괴물’의 10배를 능가하는 데서도, 게임산업의 시장성과 파괴력을 짐작할 수 있다. 게임을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 내일의 반도체라고 부르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고 하겠다.

그러나 나무가 크면 그늘도 깊은 법. 지난 해 나라를 뒤흔들었던 ‘바다이야기’ 사태에서 잘 나타났듯이 모든 문화콘텐츠는 그 사회문화적 파급력과 영향력의 성장이라는 그늘에 숨겨진 부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이 그늘은 때로 큰 파문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도박과 사행, 과몰입, 현실도피 경향 등에 따른 피해와 심각한 문제들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불법 사행성 게임과 같은 음성적 게임문화나 과몰입으로 인한 중독현상의 확산은 게임산업의 기반 자체를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는 무서운 독버섯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산업의 위기는 다른 나라와는 개념이 다른 PC방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일부 업주의 불법 사행 도박장 운영을 통한 한탕주의식 행태나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청소년의 과몰입 등 악영향의 온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PC방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가족형 공간으로 환골탈태하려는 업계 스스로의 노력이 좀 더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PC방 문화가 더욱 날개를 달고, 해외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출범 1년을 맞은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위’)가 간행하는 사외보명은 ‘게임We'다. 고립주의, 폐쇄주의, 배타주의 등 ‘나’만을 찾는 이른바 게임의 ‘Me이즘’을 탈피하고, 공존주의, 개방주의, 포용주의의 ‘We이즘’을 추구하자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다. 손잡고 같이 가자는 뜻이다.
우리 게임업계에는 아직까지 ‘Me이즘’은 넘치고 ‘We이즘’은 약해서 단결, 협력, 상호 존중의 뭉치는 힘이 부족해 보인다. 스크린쿼터를 둘러싸고 똘똘 뭉쳐 싸우는 영화인들과 비교해 보면 특히 그렇다. 하나로 뭉쳐 힘을 발휘하는 게임계를 만드는데 PC방 업계가 발 벗고 나서 주길 기대해 본다.
 
게임위는 게임물 등급심의와 사후관리, 그리고 정책 면의 기여를 주요 목적으로 지난 1년 동안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감히 자부한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할 정도로 뿌리를 내렸다고는 생각하지만, 업계나 유저, 또 정책당국이나 학계, 언론계 등에서 보면 부족함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게임시장에서 불법이 준법을 이기는 그레샴의 법칙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그럼으로써 시장의 정의가 최대한 구현되도록 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게임의 올바른 이용과 긍정적인 인식, 불법 사행성 게임의 근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올곧게 세워질 때 우리가 목표하는 건전한 게임문화는 비로소 기틀이 세워지고,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는 게임위의 사명이다. 우리 게임산업을 가까운 미래에 세계 3대 게임강국의 반석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PC방 업계를 비롯한 게임업계와 정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이 다 같이 손잡고 힘차게 항해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PC방 업계 여러분!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 모두 함께 더 열심히 뜁시다. 힘내세요!

(게임물등급위원회 위원장 김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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