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2월호(통권 27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역경은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들고, 역경에 굴복하면 고난은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얘기가 있다. 한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12월에 접어든 지금,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PC방 업계에 이 격언보다 더 잘 맞아떨어지는 말은 없을 것 같다.

지난 한해는 전면금연화 시행, 윈도우 라이선스 사태, 게임중독법 등 PC방 업계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PC방 업계는 물론 유관산업 모두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면금연화가 시행됐으며, 어렵게 계도기간을 확보했지만 이마저도 과태료 부과 사례가 속출하며 실질적인 단속이 이뤄져 계도기간을 무색케 했다.

또한,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라이선스 문제가 야기되어 업계의 근심을 가중시켰다. 분명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이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기존 제품에 대한 권리와 합리적인 가격에 대한 이견은 아직도 좁혀지지 않고 있어 여전히 PC방 업계 주요 현안으로 꼽히고 있다.

PC방 업계 양대 단체 중 하나인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외부에 드러내기 부끄러운 다양한 이유로 정기총회를 파행으로 가져갔으며, 5월이 돼서야 김병곤 前 서울지부장을 중앙회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중앙회장을 제외한 주요 임원들은 각종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자리를 지키면서 PC방 업계가 기대했던 세대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새로운 논란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인문협 4~5기를 이끌었던 김찬근 前 중앙회장은 임기 중 숱한 스캔들로 몸살을 앓았음에도 불구하고 6기 중앙회장에 도전했다가 결국 불출마하며 불명예 퇴진했다. 이후 인문협 전·현직 임원들을 규합해 협동조합을 설립했으나, 등기를 마치자마자 불특정다수의 PC방 업주들에게 ‘윈도우 판매’ 문자를 발송해 비판과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한술 더해 인문협과 관련된 모든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임무상 서울지부장 역시 ‘흡연부스 대박할인’이라는 지극히 상업적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PC방 업주들에게 무작위로 발송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과연 이런 문자가 진정으로 PC방 업계를 위한 것인지, 반대 여론이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보를 멈추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PC방 업계 내부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PC방 내부 문제보다 더 위협적인 ‘게임 중독법’과 ‘게임중독치유법’이 1월 8일 발의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PC방의 주요 콘텐츠인 게임의 입지가 흔들리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업종 자체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편치 않은 입장이다.

게임업계의 국회의원 항의 방문, 성남시의 반대 성명 발표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던 중에 굵직한 정치 이슈들로 인해 이내 잠잠해졌다. 하지만 10월 7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게임을 4대중독으로 규정하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면서 ‘게임’을 사회적 이슈로 들어올렸다. 결국 게임 중독법은 게임 업체들의 국외 이주와 청년실업 가중, 그리고 수출 급감을 예고하며 폭탄의 뇌관이 되어버렸다.

분명 견디기 힘든 시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제적으로, 영업환경으로,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초래되었고 명예마저도 흠집이 생겼다. 하지만 내년을 기약할 희망마저 없어진 것은 아니다.

당장 마이크로소프트는 단속에 앞서 캠페인 안내를 우선했으며 단속 수위도 여느 해보다는 현실적이 됐다. 게임 중독법으로 인해 문화산업 전체가 협력하는 단초가 마련됐으며, 게임업계와 PC방 업계가 한 목소리를 내는 첫 사례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게임업계와의 대화 채널이 생기고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은 좋은 첫걸음이 아닐 수 없다.

PC방 전면금연화로 인해 영업환경이 불안해지는 부분은 신작 게임 출시가 어느 정도 보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모바일게임 확산으로 한동안 신작 온라인게임 기근현상이 이어졌지만, 올 겨울시장부터 굵직한 신작들이 차례로 선보이기 시작해 PC방 집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원인은 다르지만 많은 게임사들이 PC방 프리미엄 혜택 강화를 계획하고 있고, 일부 게임사들은 이미 PC방 혜택을 강화했다. 네이버가 소상공인과의 상생과 문화산업 육성을 위해 각각 500억 원의 기금을 출연키로 결정해 PC방 업계 역시 적지 않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통과 역경을 인내하며 성공한 사람의 일화는 많은 사람에 의해 회자되곤 한다. PC방 업계 역시 많은 시련과 역경을 인내해낸다면 그 성공신화는 훗날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분명 2013년은 좋은 일보다 힘든 일이 많았지만 PC방 업계는 이미 충분히 담금질이 되었고, 작으나마 실마리가 보이거나 보완책이 함께 나타나주면서 2014년을 헤쳐 나갈 힘이 길러진 셈이다.

곧 다가올 2014년, 본격적으로 전면금연화가 시행되면서 2013년보다 더욱 힘든 한해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PC방 업계는 이미 수년 동안 다양하고도 험난한 규제들을 극복해내면서 내성이 생겼다. 업계 구성원 하나하나가 자기 자리에 충실하면 전면금연화나 게임 중독법보다 더한 규제가 나온다 해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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