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9월호(통권 27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놀이문화 시설을 비교하면 상당 부분이 다르다. 한국은 PC방, 노래방, 당구장 등의 업종은 대표적인 자영업종으로 기업이 진출하는 경우가 적다. 하지만 일본은 일반 자영업종으로 구분하기에는 규모가 크고 시스템이 체계적이다.

특히 일본의 놀이문화 시설은 한국인 거주 지역의 경우에는 한국식 PC방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보편적으로 넷카페라는 이름의 대형 복합 멀티 문화 공간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태다. 5층 규모의 건물 전체를 넷카페로 운영하고 있는 곳도 흔하다.

일본의 넷카페에서는 다양한 놀이 시설을 즐길 수 있다. 만화, 잡지 등 도서를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마작류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장, 당구, 다트와 같은 스포츠 시설, 한국과 유사한 형태의 PC방, 태닝 및 샤워시설 등까지 갖추고 있다.

비용도 결코 저렴하지 않다. 이 때문에 넷카페를 이용하는 주요 고객층은 10대보다는 20대가 많고, 혼자 즐기기보다는 데이트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이 같은 일본식 넷카페의 도입이 어려운 이유는 투자비용 및 독특한 자영업 문화 때문이다.

한국은 규제가 많은 놀이문화 업종에 기업이 진출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대부분 자영업을 희망하는 개인이 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식 넷카페는 개인이 창업하기에는 비용부담이 크다. 또 그만한 자금을 투자할 바에는 요식업 등 타 업종으로 전향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같은 독특한 한국의 자영업 문화 때문에 일본식 넷카페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프리존은 PC방, 노래방, 당구장 등을 한 공간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복합 멀티 문화 공간이다. 일본식 넷카페와 가장 흡사한 모습이다.

과연 국내에서 일본 넷카페 방식이 통할 수 있을까? 벌써 2~3년 정도 운영되어 오면서 이천시 내에서는 나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프리존을 방문해 운영방식과 가능성을 살펴봤다.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프리존’
사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프리존’은 취재차 이천시에서도 중심 상권이라고 알려진 창전동 일대의 PC방을 탐방하던 와중 우연히 접하게 됐다. 현수막 등 광고물에 당구, 탁구, 노래방, PC방, 오락실, 플스가 가능하다는 문구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발길이 이어졌다.

일본의 넷카페 방식을 빌려 한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 시설을 즐길 수 있는 업소는 흔하지 않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 부천시 두타 건물에 위치한 ‘유파라’라는 복합 문화 시설이 가장 유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의 지역에서는 이와 같은 복합 문화 시설을 접하지 못했다.

대형 상가 건물의 한 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프리존은 홍보문구에서 안내하고 있는 것처럼 다양한 문화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PC방과 함께 일명 플스방으로 불리는 패키지 게임방, 오락실이라고 표현되는 아케이드 게임장, 노래방, 탁구장, 당구장, 만화책 등을 볼 수 있는 휴게공간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먹거리는 일반적으로 PC방에서 접할 수 있는 컵라면, 과자류 등을 판매하고 있었고, 음료제품은 자판기를 구비하고 있어 인력 소모를 최소화했다. 또한 전면금연화에 따라 곳곳에 흡연실을 갖추고 있었으며, 지하철 역사에서 쉽게 접하는 보관함을 도입해 부가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문화시설마다 단일 업소의 규모 자랑
특히 프리존은 각 문화시설 마다 하나의 업종이 들어서 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충분한 시설들을 갖추고 있어 놀라웠다.

 

   

먼저 당구 시설은 포켓볼 당구대가 4개, 4구 당구대가 3개, VIP 룸으로 구성되어 있는 곳에 4구 당구대가 2개, 총 9개의 당구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접하는 당구장에서도 중간 규모의 시설이다. 당구장은 금연법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VIP룸에서는 흡연도 가능하다. 당구 시설 바로 옆에 마련된 탁구장은 공이 튕겨나가지 않도록 4면이 밀폐되어 구성되어 있었고, 총 4개의 탁구대를 갖추고 있었다.

노래방 시설은 총 8개의 방이 마련되어 있었다. 각각의 방은 크고 작은 규모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인원구성을 충족할 수 있었고, 실제 노래방과 같은 편의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어 중소 규모의 노래방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었다. 각 방마다 에어컨은 물론 규모가 큰 방에는 테이블까지 마련되어 있어 시설면에서는 일반적인 노래방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일명 플스방이라고 불리는 패키지 게임방에는 모니터와 게임기를 연결한 일체형 장비를 갖추고 있었는데, 플레이스테션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에는 총 3대의 게임기을 갖추고 있었고, 당구 시설 부근에는 닌텐도 Wii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또한 오락실이라고도 불리는 아케이드 게임장은 중소규모의 공간에 다양한 게임 장비를 갖추어 서비스하고 있었다.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일반적으로 접하는 게임 장비는 물론, 레이싱, 펌프, 사격, 드럼, 리듬 게임 등 온몸으로 즐기는 체험형 게임 장비들도 충분한 구색을 갖추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비들이 많아 아케이드 게임장에 대한 향수를 갖춘 세대나 매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전해졌을 것으로 예상됐다.

PC방 공간에는 60여대의 PC를 갖추고 있었으며, 당일 방문한 상황에서 이용률이 가장 높은 시설이 바로 PC방이었다. 이는 놀이 문화 시설 중에서도 다른 업종보다 PC방의 이용률이 가장 높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시설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낙후된 모습이었지만, 일반적인 PC방과 비슷한 수준의 PC를 구성하고 있어 게임을 이용하는데 큰 불편이 없었다.

청소년, 성인 남녀 데이트 장소로 각광
프리존은 입구에 마련된 카운터에서 요금제를 결정해 계산한 이후 카드에 적립되어 적립된 시간만큼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물론, 후불로도 이용이 가능하며, 기본적으로 청소년과 성인에 따라 요금체계가 달랐다.

먼저 성인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10분에 300원의 요금이 책정되어 있었다. 시간당 요금으로 계산하면 1,800원 가량이다. 다만, VIP 당구 시설을 이용할 경우에는 10분 당 500원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일반적인 당구장 요금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의 가격대다.

 

 

청소년의 경우에는 요금제가 세분화되어 있었다. 기본적으로 평일과 주말 요금이 다르다. 평일에는 10분에 300원, 1시간 1,500원, 2시간 2,500원, 3시간 3,500원의 요금이 책정되어 있었고, 청소년만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 정액 요금은 5,000원이었다.

주말은 10분의 300원으로 분당 요금은 같지만, 1시간 1,800원, 2시간 3,000원, 3시간 4,000원으로, 평일보다 요금이 높았다. 주말 무제한 정액 요금도 6,000원으로, 평일보다 1,000원이 높았으며, 일반적인 게임 시설과 같이 청소년은 무제한 정액 요금을 이용했더라도 오후 10시 이후에는 출입과 이용에 제한을 두고 있었다.

요금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프리존은 청소년층의 이용률이 가장 높다. 주말이나 늦은 오후의 시간대에는 성인 손님의 이용률도 다소 높아지는데, 보통 성인 손님의 경우 당구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높고, 남녀가 데이트를 즐길기 위해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청소년과 성인 손님 간 이용환경이 다르다.

복합 문화 시설의 전망, 딜레마가 있다
이천시에 위치한 프리존은 지금까지 약 2년 가량 운영되어 왔으며, 두 번의 인수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노래방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인테리어 업체가 프리존까지 관리하던 와중에 매물로 등장하자 인수해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업체의 대표는 “큰 수익을 바라고 인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수익만 나와준다면 계속해서 관리,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수익성이 크지는 않지만, 적자나 관리 운영에 부담이 될 정도로 매출이 적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영업허가 과정과 관련해서는 각 시설별로 충족하는 요건을 모두 갖추어 개별적으로 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구나 탁구 시설은 스포츠 시설 요건을 충족했고, PC방이나 아케이드 게임장, 패키지 게임장 등은 복합유통게임제공업으로 시설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복한 문화 시설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개별 업종의 단일 매장과 비교했을 때 요금편차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프리존을 운영하고 인테리어 업체의 대표는 “일반적으로 PC방 이용요금 보다는 비싼데, 당구장이나 탁구장 요금과 비교하면 저렴하다. 시설마다 느끼는 요금차이가 다르다보니 이를 이용하는 손님들도 저마다 요금정책에 다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단일 업종과는 전혀 차별화된 새로운 업종을 인식해야 향후 전망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치며…
한 공간에서 모든 문화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생소함으로 인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이와 같은 이슈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여러 시설을 이용해 문화를 즐기겠다는 목적이 없다면, 굳이 먼 길을 찾아와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큰 자본이 투자되는 이와 같은 시설을 주택밀집지역에서 창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무래도 유동인구가 많고, 쉽게 눈에 띠는 큰 건물에 입점해야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들었다. 역시 문제는 기존에 존재하는 업종들을 한데 뭉친 것에 불과해 콘텐츠의 개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러나 콘텐츠의 희소성과 특징을 개발·발굴해 구현한다면 가능성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복합 멀티 문화 공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발굴된다면 일부러라도 찾아가 즐겨야 한다는 당위성도 부여된다. 과연 일본의 넷카페 문화가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을까? 아직 미개척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복합 문화 시설의 성공 가능성이 흥미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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