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농작물을 수확하고 조상에게 감사를 드리는 대명절 ‘추석’이 지나갔다. 비록 구름사이였지만 한해 중 제일 크다는 대보름달을 볼 수 있는 기쁨을 누리고 연휴를 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컴퓨터 유통업계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작은 희망의 불빛조차 볼 수가 없어졌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1999년도 후반에 정부시책에 따른 급격한 퍼스널컴퓨터(이하 PC)의 보급에 따라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막강한 IT강국이 되었다. 그때부터 컴퓨터 유통업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깃들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미 시작단계에서부터 정부의 PC보급 증대시책의 일환으로 저가형 PC의 무분별한 공급정책, 그에 따른 인터넷에 급격한 보급, 다른 이면으로는 업종을 막론하고 국민들에 대한 카드사용의 장려, 이렇듯이 누구나 알고 있는 단순한 이 세가지만을 가지고도 지금 현 업계의 문제점을 풀 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첫째,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저가형 PC의 무분별한 공급으로 인한 대형 유통업체의 집단도산이 유통 시장을 흔들어 놓았다.

둘째, 인터넷 보급에 따른 유통 흐름의 변화를 들 수 있다. 물론 유통시장의 간소화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를 통한 가격 하락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수해를 본 것은 사실이다.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이 불충분한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 기업은 너나없이 제3국으로의 생산시설 이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인구 4천만의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유통구조의 간소화로 인해 많은 실업자를 양산해내는데 일익을 담당한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않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유통구조의 간소화로 인한 생산자의 이익증대, 그리고 소비자는 직거래를 통한 경제적인 구매 이 얼마나 환상적인 논리인가? 허나 현실은 어떠한가?

직거래 쇼핑몰의 과다한 경쟁으로 인한 이익의 감소, 직거래를 통한 지방 시장의 도태, 현실의 상황과 전혀 맞지 않은 정부의 세율적용, 과거 PC는 실용제 상품에 의미보다는 품위제 상품에 의미가 더 강했다. 따라서 대기업에서 책정한 마진율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었고 PC보급 초기 대기업에서 우리나라의 컴퓨터 시장을 이끌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PC보급의 증대로 인해 품위제 상품에서 실용제 상품으로 바뀐 것이 불과 7~8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의 조세정책은 어떠한가? 유통의 변화에 발맞춰 바뀌어야할 세율은 과거에 적용했던 요율을 고수하고 있다. 1~3% 정도 밖에 유지할 수 없는 도매시장의 유통 마진율에 비해 아직도 3~7%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매 매장은 어떠한가? 컴퓨터 가격을 100만원으로 추정했을 때 통상 마진율이 10%를 밑도는 수준이다. 또한, 이에 따른 세율의 부담과 정부에서 장려하는 카드 사용자의 증가로 인한 수수료 차감, 대기업 완제품의 불공정한 소프트웨어 공급으로 인한 경쟁력 상실, 이 외에도 수많은 악조건들을 가지고 있지 아니한가? 이러한 상황에서 업체를 운영한다는 게 얼마나 버거운 일인가?

셋째, 얼마 전 뉴스에서 카드사용의 권장을 위해 정부정책의 일환으로 영세 카드 가맹점에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들은 적이 있다. 연 매출 일천만원이 넘지 않는 업체에 대해서 작게는 1%, 많게는 2%에 가까운 카드 수수료를 인하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컴퓨터 유통업체에서는 아무도 그 혜택을 보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고가를 유지하고 있는 컴퓨터 업체 매출에서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달에 백만원짜리 컴퓨터 두 대를 팔아도 연매출이 이천사백만원이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그 수해를 볼 수 없다. 정부 정책은 늘 현실에 맞지 않는 일괄적인 적용방식이다. 과연 이들이 시장분석을 통한 적절한 정책을 펼 수 있는 날이 언제일까?

돌아보면 결국은 정부가 유통점이나 소매점 종사자들을 조세범으로 내몰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미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시장을 간소화하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함으로 인해 가계비용을 줄이고, 각각에 가계비용을 줄임으로 인한 가정 경제의 기대치를 높인다 할 수 있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시장의 간소화로 인한 유통업체 및 소매업 종사자들의 파산, 그리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조세정책에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마진을 늘리기 위한 무분별한 저가 제품의 수입, 그로 인한 소비자의 신용도 하락 및 품질저하가 큰 굴레가 되어 유통경제를 이끌고 있다.

 

 

PC 시장이 이렇게 된 이유에는 PC방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PC 보급 정책이 있었을 무렵, PC방도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PC 관련업체와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무수히 생겨났다. 업체가 늘어나면서 과다경쟁과 가격하락은 당연한 현상으로 다가왔고 PC방 창업을 희망했던 사람들은 부담 없이 PC방을 창업할 수 있었다.

PC방 창업 붐은 PC 공급업체나 PC방 업주들에게 모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PC방은 포화상태가 되어 운영이 힘들어지고, PC 공급업체는 과다경쟁으로 인한 수익구조 악화로 도산하는 업체가 늘어난 것이다. PC방과 PC 공급업체가 게임산업과 IT산업 발전에 기여한 바에 비하면 되돌아온 결과는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이다.

요즘 PC방과 PC 공급업체에는 또 다른 찬바람이 불고 있다. ‘PC방 등록제’가 바로 그 원인이다. PC방 등록제 마감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PC방 업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고 덩달아 PC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렌탈과 리스 등 금융상품이 결합된 PC가 PC방 시장에 어느 정도 선전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나마도 현재는 얼어붙은 상태다.

과연 누가 무엇을 어떻게 풀어야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실타래를 풀어갈 수 있을까? 우선은 각각의 시장상황에 맞는 조세정책의 변화와 카드 수수료의 현실적 인하가 필요하다. 반면 업자들은 무분별한 가격경쟁의 논리에서 탈피하여 고품질의 제품공급 및 서비스에 질적인 향상으로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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